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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다반사 La vida/생각 Pensamiento

[생각] 국민은행에서 미국 달러를 대만 달러로 바꾸다.

by 남쪽숲 2020. 1. 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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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만에 갈 일이 생겼다.

마침 현금으로 100달러짜리를 얼마 가지고 있어서 그 중 200달러를 대만달러로 바꾸려고 생각했다.

1미국달러를 대만달러로 바꾸면 신한은행 기준으로 30대만달러가 되는 것을 확인하고 가까운 국민은행으로 갔다.

6,000대만달러정도로 바꿀 수 있겠다. 수수료를 생각하면 '5,700~5,800대만달러정도 받을 수 있겠지.'라고 생각했다.

(국민은행 창구에서 충격적인 상황을 당하기 전에는 말이다.)

 

문제가 몇 가지 생겼다.

첫번째 문제는 이중환전을 해야한다는 것이다.

응? 이중환전? 미국달러를 바꾸는데, 한국원으로 바꿔서 다시 대만달러로 바꿔야 한다고 직원이 설명해준다.

좀 이상한데...보통은 한국원을 미국달러로 바꾸고 그걸 다시 대만달러로 바꾸지 않는가?

직원이 웃는 얼굴로 말해서 일단 그런가보다 하고 알겠다고 하고 돈을 바꿨다.

(수수료가 두 번 든다고 하는데 얼마나 드는지는 설명이 없어서 설마 엄청나게 떼가겠어 라고 생각한 게 바보같다.)

1미국달러당 1149.94원으로 한화로 먼저 바꿨다. 

 

두번째 문제가 있다.

은행에서 가진 대만달러가 2,500대만달러밖에 없다는 것이다.

물론 이건 은행원이 앞서 흘러가듯 이야기해줬다. 하지만 내가 그 말을 듣고 생각할 겨를이 없었다.

사실 나는 은행원이 어느정도 충고를 해줄 줄 알았다.

내가 가진 미국달러의 절반정도만 환전해줄 대만달러가 은행에 있으니 일단 100달러만 환전하는 게 어떠냐고 말이다.

하지만 은행원은 그런 은행에 도움되지 않는 충고따위 해주지 않았다.(수수료를 더 먹을 수 있을테지.)

나는 미국달러를 한화로 환전하고 나서야 이 사실을 알아챘다. 

사실 은행원은 이중환전으로 수수료가 더 드니 현지에 가서 바꾸는 것도 괜찮다는 말을 처음에 나랑 나눴다.

나도 그걸 알고 있는데 일단 초반에 잠깐 쓸 돈을 바꾸는 거라고 말을 했었다.

내가 충격받은 것은 100달러만 바꾸겠냐는 말은 단 한마디도 하지 않았다. 그리고 나도 멈추지 못했다.

 

200미국달러를 한화로 환전하니 229,988원이 나온다. 

그 중에 2,500대만달러로 환전되는 것은 102,275원이다.

나머지 돈은 계좌에 넣어준다고 한다.

계산해보니 100달러가 더 될 것 같은데....위에 말했듯이 은행원은 그런 설명따위 없었다.

그래서 내가 넌지시 물어봤다.

그랬더니 멈칫 하길래, 일단 달러를 원화로 바꾼 거지요하고 물어보고 그냥 넘어가기로 했다.

 

세 번째 문제는 수수료다.

내 생각에 10만원 정도가 환전이 됐으니, 3,000대만달러가 바뀌고 수수료가 매겨져야 하는데,

그런데 2,500대만달러가 환전되었으니 500대만달러가 수수료이다.

한화 2만원이다. 200달러를 환전하는데 2만원이 들었다면 거의 10%가 수수료라는 말이다.

(아마 원화로 바뀔 때 수수료도 있겠지만 이 사람들은 자기네 수수료가 얼마인 것을 영수증에 표시해주지 않는다.)

이건 내가 자세히 알아보지 않은 잘못이 크다. 더 자세히 미리 알아보고, 창구에서도 물어봤어야 하는데...

 

그리고 내가 가지고 있는 원화가 있어서 내 통장에 입금을 해달라고 했다.

실수인 척(?)인지는 모르겠지만 10만원단위와 만원단위 이하를 보기 어렵도록 내가 준 통장에 30만원과 넣어줬다. 

30만원과 만원이하단위만 먼저 통장에 찍어서 넣어주고, 내가 통장을 확인하니까 

다시 자기가 10만원을 안 넣었다며 10만원을 더 찍어준다. 

보통 남은 돈이 찍힌 걸 바로 확인하면 100달러를 환전하지 않아도 됐다는 것이 먼저 생각날테니까 그랬겠지.

 

 

오늘 얻은 교훈은 첫 번째로 은행은 옛날처럼 좀 친근한 존재가 아니라 수수료 장사를 하는 장사꾼이라는 생각이다.

이 생각을 아주 당연하게 했어야 하는건데 내가 너무 안일했다는 생각을 했다. 더 철저하게 은행의 본질을 생각하자.

두 번째 교훈은 앞으로 은행을 통해 일을 할 때는 더 조심해서 미리 알아보고 행동해야겠다는 것이다. 

내가 생각한 금액, 수수료와 다르면 은행에서 하던 작업을 멈추고, 바로 돌아와서 천천히 다시 알아보고 해야한다.

은행은 내가 최대한 어렵게, 느리게 알아차리도록 자신들의 일을 할 것이다. 그러면 나도 그에 맞춰야 한다.

은행이 그렇게 내게 행동한다면 나는 더 잘 이해하고 이해가 되지 않으면 거래하지 않는 포지션으로 가야겠다.

 

오늘 국민은행을 나오면서 어차피 용돈통장 같은 것만 쓰는 은행인데 앞으로 거래를 하지 말까하는 생각도 해봤다. 

하지만 곧 그만두었다. 내가 더 바뀔 수 있는 계기가 되어줄 것이기 때문이다. 

국민은행에서 내가 받은 상처(?)는 앞으로 내 은행거래에서 두고두고 떠올라, 내가 신중하게 일하도록 해줄 것이다. 

추신. 단돈 2만원에 사람 마음이 이렇게 상할 수 있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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