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늘, 양파, 토마토는 어디서 많이 보던 것들이다.
그런데 이것들이 향신료, 혹은 조미료라고 하면 모르는 사람들이 참 많다.
특히 마늘은 한국사람에게는 향신료가 아닌 그냥 일반적인 채소에 가까운 것이 아니던가.
대부분의 국과 나물무침 등에 다진마늘이 들어가는 것은 요리를 하는 사람들은 누구나가 알고 있다.
스페인 사람들은 보통 ‘알리올리’라고 알려진 마늘과 올리브유로 만든 소스를 많이 사용했다는데 현대의 스파게티 중에 알리오 올리오가 생각났다. 이 알리올리는 그 조제법에 따라 하얗게 될 때까지 찧어 ‘마오네사’라는 점성있는 소스를 만들기도 했다하는데 이게 현대 마요네즈의 시초로 볼 수도 있겠다. 지금의 마요네즈와는 그 재료에서 조금 차이가 나지만 말이다. 뭐 어차피 마요네즈의 뿌리는 스페인 발레아레스의 마온섬이라고 하니 거기서 거기인가.
꼰디멘또는 일반적인 조미료, 맛이나 향을 더하는 것들을 말한다.
벌꿀, 시나몬, 생강, 커민같은 것들은 이미 고대부터 사람들에게 맛을 더하는 조미료로서 많은 사랑을 받아왔다. 특히 이슬람에서 전해져 온 이 조미료들은 시고 달고 매운맛으로 사람들의 입맛을 고급지게 사로잡았다. 흔히들 아그라둘세라 불리는 신맛과 단맛의 조화는 이 조미료들의 조합으로 나오는 것이다. 특히 단맛의 재료가 되는 사탕수수는 이슬람 사람들에게서 전해져서 나중에는 신대륙 아메리카까지 전해지게 된다.
많은 요리사들이 이것들을 사용해서 입에 즐거운 요리들을 만들어 냈고, 귀족들은 그에 열광했다.
벌꿀, 시나몬, 생강, 커민, 설탕, 정향, 후추, 넛메그 등은 값이 비싸다.
일반 서민 가정에서 이 조미료를 사용한다는 것은 꿈도 꾸지 못했다.
샤프란과 후추는 같은 무게의 금과 같은 대접을 받은 적이 있을 정도로 많이 비쌌다.
이렇게 비싼 조미료들은 전쟁의 빌미가 되기도 했다.
지중해 쪽에서는 동양에서 전해진 허브. 타임, 로즈마리, 파슬리, 펜넬, 바질 등을 사용해서 보다 복잡미묘한 맛을 만들었다. 조금 위에 언급한 후추도 이 시기에 인도로부터 지중해를 통해 스페인에 전해지게 된다. 특히 스페인에서 많이 사용된 허브는 파슬리로 말린 것도 사용했지만 생으로 더 많이 쓴다.
신대륙에서 전해진 조미료로는 파프리카가 있다. 보통 건조한 가루를 쓰는 것인데 크게 피망 향을 강조한 단맛이 나는 종과 고추의 매운맛을 강조한 종 두 가지로 나뉜다.
어느나라든 자국의 조미료와 향신료를 고집하는 나라는 없다. 더 좋은 맛과 향을 찾아 나서는 사람들이 있을 뿐이다. 현대까지도 사람들은 많은 조미료, 향신료에 사로잡혀있다.
현대의 사람들은 로마의 귀족들처럼 먹을 것에 심취해있다. 로마의 귀족들이 음식을 먹고 게워내거나, 씹고 뱉어내는 통을 따로 뒀다고 한 타락의 기록은 현대에 재현되고 있다.
성인병의 원인은 결국, 과식 '많이 먹는 것'이다. 조미료와 향신료는 먹을 수 있는 것의 한계를 엄청나게 넓히는 성과를 보여주었다. 공과 과를 잘 살펴야겠지만 조미료들이 잘하거나 잘못한 것이 아니다. 어느 시대에나 사용하는 사람이 그 재료의 평판을 결정하게 된다. 그러니 재료를 잘 알고 적절하게 쓰는 분별력과 절제력이 있어야 하겠다.
과연 우리는 무엇을 먹었고, 앞으로 무엇을 먹을 수 있을 것인가?
그것은 우리가 쓰는 조미료와 향신료, 꼰디멘또에 달려있다.
[읽은 책]
로마제국에서 신대륙 발견으로, 세계사를 품은 스페인요리의 역사. 와타나베 마리 지음. 권윤경 옮김. 따비. 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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