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일상다반사 La vida/책 Libro

[책]세계를 품은 스페인 요리의 역사 - '15장 께소(치즈)' 고소한 맛?

by 남쪽숲 2020. 2. 13.
반응형

 스페인 사람들은 생각보다 치즈를 많이 먹지 않는다. 숙성 치즈든 프레시 치즈든 집에서 식사할 때 빵에 끼워먹든, 샐러드에 넣어 먹든 하지, 밖에서 뭔가 먹을 때는 치즈가 들어간 요리가 생각보다 많이 없다. 일반적으로 가볍게 저녁을 먹을 때 프리메로로 치즈 한 접시를 먹는 정도랄까. 작은 접시에 한 입꺼리로 나오는 '보까디요bocadillo'에도 샐러드나 과자에 치즈를 얹은 것 정도가 있을 뿐이다. 뽀스뜨레로 치즈를? 음...나는 그런 건 아직 본 적이 없지만, 이 책에서는 부르고스 치즈queso de Burgos가 그렇게 쓰였다고 한다. (나는 남미든 스페인이든 그곳들에 있는 동안 우리가 흔히 먹는 치즈케이크처럼 묵직하고 단짠한 맛이 적절하게 있는 치즈가 들어간 디저트를 먹어본 적이 없다.) 스페인의 영향을 많이 받은 남미 사람들도 비슷하다. 보통 집에서 치즈를 먹지 밖에서 치즈가 들어간 요리를 찾지는 않았다.

 

 

 

 

 그러고 보면 오히려 한국사람들이 그네들보다 치즈를 더 많이 먹는 것 같다. 우리는 피자에는 당연히, 햄버거와 샌드위치, 치킨에도 치즈가 올라간다. 프레시치즈는 그냥 간식으로 전자레인지에 살짝 데워서 찢어먹도록 상품으로 개발된 것이 있을 정도다. 

페루 삐우라의 빵꼰께소

 스페인에서는 지리적원산지표시제도로 치즈 생산지를 보호하는데 27곳에 달한다고 한다. 그것도 소젖이냐, 양젖이냐, 산양젖이냐, 아니면 혼합이냐에 따라서도 그 종류를 나눈다고 하니 아직은 우리보다 훨씬 더 정밀한 생산체계를 갖추고 있음이 틀림없다. 다만 이들조차도 프랑스에 비하면 치즈 소비량이 3분의 1정도밖에 안된다고 하니, 프랑스는 얼마나 더 거창한 치즈분류체계를 가지고 있을지.... 

 

 스페인의 대표적인 치즈는 나바라 북부의 제한된 지역에서 생산되는 양젖으로 만든 숙성치즈 '론깔Roncal', 바스크와 나바라 북부 전역에서 만들어지는 양젖으로 만든 숙성치즈 '이디아사발Idiazábal', 라 만챠 전역에서 생산되는 로마시대부터 사랑받아온 양젖으로 만든 반숙성, 숙성 치즈인 '만체고Manchego', 지중해 메노르카 섬에서 만드는 우유를 기본으로 혼합해서 만드는 프레시, 반숙성, 숙성 치즈 '마온Mahón'이 있다. 그 밖에 깐따브리아의 우유 크림치즈 '깐따브리아Cantabria'와 아스뚜리아스 동부에서 생산되는 우유, 양젖, 염소젖을 혼합하고 푸른 곰팡이를 내부에서 숙성시킨 '까브랄레스Cabrales'가 있다. 

 

 

 

 

 스페인의 낙농업은 수공업과 공장 대량생산의 중간단계에 있다. 치즈 뿐 아니라 와인이나 올리브유, 각지의 채소와 과일들도 그 두 방법(?) 사이에서 운영되고 있다. 다만 이들은 모두 점점 더 원산지표시제도 등의 보호제도 안으로 편입되고 있다. 자국의 제품과 시장을 보호하고 해외로 수출할 준비를 차근차근 하고 있는 것이다. 우리는 이 시간 그것에 대응할 준비가 과연 얼마나 되어있을까. 아르헨티나에서 만난 검역관 한 분과의 짧은 만남을 통해서 우리도 그런 점들을 준비하고 있음을 확인했다.(이미 알고는 있었지만 실제 준비하고 있는 사람과 만나서 그 사실을 확인하는 것과는 차이가 있다.) 부디 잘 준비해서 여러 총성없는 전쟁들에서 지지 않도록 했으면 좋겠다.

스페인 바르셀로나의 상점가에서 본 께소들

 

이까지가 '세계사를 품은 스페인요리의 역사'라는 책을 읽으면서 생각하고 정리한 것을 쓴 것이다. 

읽고 생각하고 말하고 정리하고 다시 다른 생각으로 이어질 수 있는 일들이 많았으면 좋겠다.

끝.

 

[읽은 책]

로마제국에서 신대륙 발견으로, 세계사를 품은 스페인요리의 역사. 와타나베 마리 지음. 권윤경 옮김. 따비. 2019.

반응형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