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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다반사 La vida/책 Libro

[책]세계를 품은 스페인 요리의 역사 - '14장 프루따fruta(과일)'은 비싸서...

by 남쪽숲 2020. 2. 12.

 

 나는 외국에 나가면 반드시 그 나라의 과일을 한 번 이상은 사 먹는다. 과일값이 비싼 우리나라와는 달리 대부분의 다른 나라들은 과일값이 정말 싸다. 러시아, 중국, 일본, 페루, 볼리비아, 칠레, 아르헨티나, 스페인 모두가 그랬다. 혹시 중동이나 아프리카는 가격이 비싼지 현지에 가 있는 친구들에게 물어봤더니, 다들 한국보다는 싸다고 한다. 한국은 왜 이렇게 과일가격이 비쌀까? 의문이다.

 스페인은 과일이 풍족하기로 유명한 동네 중 하나다. 이곳의 과일 또한 채소처럼 신대륙 발견 전과 후로 크게 나뉜다. 그래도 그 이전 그리스, 로마 시대나 이슬람을 거쳐 들어온 과일들도 많아 살펴볼 가치가 있다.

 

페루 리마의 과일가게. 처음보는 과일들이 보인다. 특히 오른쪽 제일 아래에 있는 선인장 열매는 정말 신기했다.

 멜론, 복숭아, 레몬은 로마시대부터 재배된 과일이다. 그 중 멜론은 단일과일로는 재배면적이 가장 넓다고 하는데, 내게 남은 멜론의 기억이란 에피타이저로 먹은 '멜론 꼰 하몬melón con jamón'으로 단짠의 극치를 보여준다는 것이다. 거기다 부드러운 멜론향이 오래남아서 먹고 나서도 오래도록 그 잔향을 음미할 수 있었다. 스페인에서 복숭아는 먹은 적이 없는 것 같다. 아. 아니다. 복숭아는 설탕에 절여져서 샐러드에 넣어서 먹거나, 뽀스뜨레로 먹는다. 케이크 위의 장식을 복숭아로 많이 했다. 레몬이나 오렌지는 스페인 발렌시아 지방의 것이 유명한데, 스페인 요리에서는 레몬보다 오렌지가 먼저 등장한다고 한다. 이런 감귤류(만다리나)는 요리에 향을 입히기 위해서 많이 사용했다고 한다. 그래서 뽀스뜨레를 먹을 때 종종 오렌지는 없는데 오렌지 향기가 난다.  

 

 사과는 이집트를 경유해서 스페인에 전해졌고 북부의 아스뚜리아스에서 많이 재배된다. 이 사과는 내가 종종 마시는 시더(사과주)의 원료가 된다. 그 밖에 만사나 아사다manzana asada(구운사과)나 부뉴엘로스 데 만사나buñuelos de manzana(사과 튀김=작은 알처럼 만든 튀김)를 뽀스뜨레로 먹는다. 둘 다 맛이 괜찮았다. 샐러드에 넣어먹기도 하는데, 나는 샐러드에는 복숭아 절임이 더 나았던 것 같다. 뭐랄까...내가 남미에서 먹은 샐러드에 들어간 사과는 껍질이 홍옥 느낌이 나서 얇게 저민 채로 샐러드에 들어가는데, 내가 그런 느낌의 사과는 별로 좋아하지 않기 때문이다.

 산디야라고 부르는 수박은 스페인에서 나지 않는건가? 나는 남미에서 수박도 자주 사먹었다. 1킬로에 300원도 하지 않았고, 길거리에서 조각으로 잘라서 봉지에 넣어 팔았기 때문에, 선인장 열매tuna와 함께 자주 사먹었다. 특히 페루의 코스타지역에서는 수분보충을 하기에 수박이나 망고, 뚜나(선인장 열매)만큼 좋은 과일은 드물었다. 

페루 리마의 과일가게. 파인애플, 파파야, 사과, 용과, 그라나디야, 오렌지, 애플망고 등이 보인다.

 배는 서양배다. 서양배를 모른다면 한 손에 잡히는 덜익은 조롱박 모양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껍질 느낌이나 색은 배가 맞는데, 좀 많이 작다. 그래서 시럽을 만들거나 와인에 조려서 꼼뽀따compota라는 형태로 식탁에 올린다. 배 시럽은 찬물에 조금 섞어서 먹으면 배주스가 된다.(생각보다 괜찮으니 참고하시길...나는 불고기를 절이는데 절임소스 재료로 썼다.)

 어느나라나 그렇겠지만 모과를 생으로 먹는 곳은...없다. 모과청을 해 먹거나, 아주 얇고 잘게 썰어서 향을 내는 재료로 쓰거나, 그것도 아니면 팩틴질을 살려서 조린 까르네 데 멤브리요carne de membrillo로 먹는다. 난 까르네 데 멤브리요가 들어간 케이크를 좋아하는 편이다. 어릴 때는 모과향을 맡으면 멀미가 났었는데(특히 자동차 안에 모과를 넣어두면 반드시 탈이 났다.), 조린 모과는 향이 은은해서 괜찮았다.

 

 포도는 무화과와 함께 그리스를 경유해서 들어왔는데, 보통 와인의 재료가 된다. 생으로 먹거나, 와인을 만들거나, 말려서 건포도를 만들거나 한다. 누군가는 건포도를 악마의 젖꼭지라고들 부르기도 하는데 나는 건포도를 좋아한다. 심심할 때 한 알씩 입에 넣고 침으로 녹이다가 씹으면 농축된 과당이 느껴진다. 물론 많이 먹으면 물리니까 한 번 먹을 때 그렇게 많이 먹지는 못한다. 

건포도 이야기가 나온 김에 말린과일을 좀 보겠다. 스페인사람들은 아몬드, 건포도, 말린 무화과, 호두, 대추야자를 모두 프루따 세까fruta seca라고 한다. 견과류도 이 안에 포함해서 생각하는 것이다. 특히 아몬드는 스페인의 과자들을 만드는데 거의 반드시 들어간다. 뚜론, 알멘드라도, 마사판 등 대표적인 스페인 과자에는 다 아몬드가 들어있다.

스페인 바르셀로나 시장의 과일가게

 생으로 먹는 과일은 원산지호칭제도 호은 지리적원산지보호 등의 지정이 되고 있다. 발렌시아의 '감귤류(오렌지 등)', 지로나와 비에르소의 '사과', 헤르떼와 알리깐테의 '체리', 까딸류냐의 비파 등이 있으니 시간이 되면 찾아보기 바란다. 이런 원산지보호제도들은 스페인이 자국의 과일자원, 수목자원에 깊은 관심을 가지고 있다는 증거이다. 우리도 이런 지리적원산지보호 제도들을 시행하고 있지만, 기후 변화로 인해 생육지의 변화 또한 이루어지고 있어서 지속적인 관심이 필요하다고 본다. 우리 풀이나 나무들, 그 산물들에 관심을 더 가져야겠다.

 

[읽은 책]

로마제국에서 신대륙 발견으로, 세계사를 품은 스페인요리의 역사. 와타나베 마리 지음. 권윤경 옮김. 따비. 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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