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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다반사 La vida/KOICA기록[페루]

[KOICA]페루기록-2017 Tacna 현지적응(2017.06.16.~2017.06.30.)

by 남쪽숲 2025. 3.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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ㄷ쌤 집, 한국어중급과정 신청서 보내기, 떡국 먹기(2017.06.16)

아침운동을 끝내고 가려는데 카테리네와 레슬리가 잡는다.

작년에는 타크나에서 협력활동이 있었는데 올해는 그런 큰 행사가 없는지 물어본다.

그래서 아직은 모른다고 이야기했다.

ㄷ쌤과 ㅅ쌤, 나머지 여성분들의 낌새로는 없을 확률이 90%이상이지만....

 

그 뒤에 ㄷ쌤 집으로 갔다.

압력밥솥 값을 치르고 밥솥을 가져오려고....

가니 ㄷ쌤, ㅅ쌤 두사람 다 자다 일어난지 얼마 안된 모습들이다.

방에는 컴퓨터 두 대에 게임이 켜져있고....

 

일단 밥솥을 보니....상태가....엄청나게 더럽다.

사서 쓰고 한 번도 안 닦은 모양이다.

된장도 팔려고 들길래 가는 사람한테 뭘 바라겠나 싶어서 전부 100솔에 주고 샀다.

ㅅ쌤도 그걸 보더니 나중에 자기 물건들을 사라고 한다.

그렇지....이곳에 살 사람이 아닌 이상은 이곳 물건에 욕심을 남길 필요가 없는 것이다.

 

밥솥을 사고 한국어중급과정 명단을 써서 메일로 보냈다.

시간이 촉박한지라 일단 먼저 명단만 보내고 신청서는 주말에 써서 보내기로 했다.

 

Basico6반 수업에는 떡국을 해갔다.

집에 있는 떡을 모두 털어넣은 떡국이었다.

예상보다 2명이 더 많이 왔다. 원래 수업이 아닌 루나와 데이지가 오늘따라 교실 문 앞에 서 있었다.

그래서 내가 먹을 것을 포기했다. 난 이친구들에게 떡국을 맛보여주고 싶었으니까.

 

까치나, 114기 OJT(2017.06.17)

아침에 ㅅ쌤이랑 까치나에 갔다.

ㅅ쌤은 할리데이비슨이라는 상표의 회색 후드티를 70솔(한화 2만오천원정도)에 샀고 나는 나이키 힙색(어깨나 허리에 매는 작은 가방)을 30솔(한화 만원 정도)에 샀다. 도는 길에 파파레예나를 하나씩 먹었는데 하나 2솔정도다. 간단한 요기를 할 수 있는 정도라서 좋았다.

그렇게 까치나를 한 바퀴 돌고 ㅅ쌤네 집에 짐을 놓고 ㄷ쌤까지 셋이 택시를 타고 공항으로 갔다.

 

4솔로 택시를 타고 공항에 가니 ㄷ쌤 기관사람이 와있다. 같이 114기 사람을 기다리다가 사람이 안나와서 안을 보니 남자단원이 가방을 맡겨놓고 화장실에 들어갔다. 그리고 오랫동안 안나온다.

결국 마지막에 나왔는데 속이 안좋은가보다.

 

모께구아로 가는 남자단원을 데리고 터미널로 갔다.

모께구아버스표를 사도록 도와주고 센트로로 왔다.

다른 단원들이 기다릴 것이라고 생각해서다.

 

센트로 산 마르틴 호텔에 가니 ㅈ쌤과 ㅍ쌤은 결국 안왔다. ㅈ쌤은 현지인과 선약이 있다고 안오고 ㅍ쌤은 아직 아프다고 인사만 하고 갔다고 한다. 왜 그런지는 대략 정황을 보아 알겠지만 참 너무하다 싶다. 그러고는 나중에 아무렇지 않은 듯 사람을 대할거라 생각하니 그건 그것대로 싫은 생각이 든다. 봉사단으로 왔다는 사람들의 마음자세가 왜 그리 좁아졌는지....

 

호텔 예약 날짜를 다시 확인하고 나왔다.

센트로 우로스에 가서 이른 저녁을 먹으려고 했는데 자리가 없다. 그래서 다른 쪽에 있는 우로스에 가서 고기를 시켜먹었다. 그리고 센트로로 돌아와서 각자 집으로 헤어졌다.

 

산토도밍고 사비오, ㄱ코디 이메일 답장, 114기 단원과 저녁(2017.06.18)

나는 아마 평생 큰 돈을 만지면서 살 팔자는 아닌가보다.

아니 돈과는 영 인연이 없는 팔자인가보다.

돈 안되는 일을 너무 잘 하다보니 그런 생각이 든다.

 

산토 도밍고 사비오에 가서 아이들을 만나고 왔다.

아이들은 여전히 정에 목말라있고, 그러다보니 나이에 맞게 이성을 갈구하고 서로 채워줄 수는 없지만 바라보고 이야기하는 것이 재미있어 한 자리에 모이게 된다. 어른들은 그런 것들을 또 감시하고 있고, 결국 남자아이들은 격리되었다.

말과 글은 상황을 정확하게 전달하기가 힘들다. 비디오로 찍어서 전달하는 것도 진실이 아닐 때가 있는데 말과 글이야 더하면 더했지 못하진 않으리라 본다.

 

ㄱ코디가 보낸 메일에 답장을 보냈다.

그간 열심히 일하다가 떠나는 코디에게 내가 해 줄 수 있는 말이 무엇일까?

수고했다고 함께 일해서 좋았다고, 다음에 만날 때까지 건강하시라는 말밖에...

 

114기 ㅇ선생님을 만나서 센트로 주변을 안내했다.

딱히 챙겨주는 사람이 없다보니 이정도 안내에도 굉장히 좋아하는 것 같다.

센트로와 플라자베아를 들러서 닭 한 마리와 맥주를 사서 우리집으로 왔다.

 

원래 ㅈ쌤, ㅍ쌤도 불러서 밥을 한 끼 먹으려고 했는데 그 사람들은 그렇게 만나기는 싫은가보다.

잠깐의 어떠함은 말로 속일 수 있어도 행동의 연속성은 사람을 속이기 힘든 법이다.

그간 하는 말과 행동이 같이 밥을 먹기 싫다는 것으로 받아들여져서 그냥 ㅇ선생님하고만 이렇게 맥주로 한 끼를 먹고 호텔까지 택시를 태워서 보냈다.

 

마추픽추 예약(2017.06.19)

아침 운동을 끝내고 마추픽추 온라인 예약을 했다.

152솔에 수수료가 6솔이 더 붙는다.

한국돈 6만원이 넘는 돈이다.

현지인은 반값도 안되는 돈으로 올라가는데....

베르데 카드로 살 수 있을텐데....성수기라서 인터넷으로 예매를 하고 가기로 했다.

 

결재창이 자꾸 오류가 나서 저녁이 돼서야 결재를 하고 티켓을 PDF로 받았다.

프린트 해가야지.

7월부터 마추픽추에 가는 것이 좀 달라질 거라는데.....어떻게 될지....

 

ㄷ쌤 리마로, OJT단원 수업참관(2017.06.20)

아침운동을 나가면서 ㄷ쌤한테 전화를 했다.

오늘 아침비행기로 리마로 간다고 했는데....아마 페루에서는 마지막으로 하는 통화일듯 했다.

조심해 가라고 이야기하는데 비행기 시간이 늦었는지 목소리가 급하다.

아침 운동을 마치고 다시 전화할까하다가 일부러 여러번 전화하는 것도 신경 쓰이겠다 싶어 말았다.

 

오후에는 ㅇ 선생님이 수업에 들어와보고 싶다고 해서 아반사도 반 수업을 참관했다.

한국어를 어느정도 이해하고 말할 줄 아는 학생들이라 서로 어려움이 없을 듯 했다.

6시쯤 되니 밖이 어둡다. 호텔로 가는 길이 무서운지 가보겠다고 하길래 어차피 학생들이 수업을 마치면 센트로 쪽으로 가는 사람들이 있으니 같이 가라고 했다.

 

학생들과 ㅇ 선생님을 보내고 남은 수업을 하러 가려는데 사무실에서 세크리타리아가 부른다.

무슨 일인지 물었더니 그전 달 내 수업 확인이 안됐다며 서류를 확인하고 사인해달라고 한다.

사인을 하고 더 필요한 게 있으면 말해달라고 하고 교실로 올라갔다.

올라가면서 드는 생각이....어느 순간 내가 에스파뇰로 자연스럽게 세크리타리아와 이야기하고 있었다.;;;;

 

한국어 중급 연수자 인터뷰, 학생들과 집에서 저녁을 먹다.(2017.06.21)

아침 운동을 마치고 집에 와서 청소를 했다.

청소라고 해봤자 바닥에 앉은 먼지를 쓸어내는 것 정도지만....

 

오후에 있을 한국어 중급 연수자 인터뷰를 우리집에서 해야해서다.

우선 청소를 하고 컴퓨터에 스카이프를 깔고 스카이프 아이디가 없어서 만들고...

로그인 해서 잘 되는지 확인을 하고....

그리고 조금 일찍 마를레니가 도착해서 마를레니랑 예상질문을 서로 이야기해보고...

그 다음 인터뷰를 했다.

앞에 사람이 조금 일찍 끝났다고 일찍 시작하자는 이야기를 듣고 인터뷰를 했는데 내가 갑작스레 나가니까 마를레니가 당황했는지 평소보다 말을 잘 못한 것 같다.

이번에 떨어지면 어쩔 수 없지. 다음에 다시 한 번.

 

마를레니가 혼자 우리집에 찾아오는 것이 무섭지 않게 비슷한 시간에 다른 학생들도 우리집으로 불렀다. 오늘 고급반 수업을 우리집에서 하는 것이다.

학생들과 이야기를 나누다가 저녁을 먹었다. 시장에서 산 밀라네사를 굽고 밀가루 수제비를 해서 저녁을 먹었는데 생각보다 잘 먹어줘서 그릇을 다 비웠다.

다만 저녁에 또 단수가 돼서 설거지를 못했다.

요즘 계속 저녁만 되면 단수다.

 

터미널, 그라우 시장, 한국어중급과정 탈락의 충격(2017.06.22) 

아침운동을 끝내고 ㅇ선생님한테 연락을 했다.

그제 미리 터미널과 그라우시장에 가보자는 이야기를 해 둔 터라 아침운동을 끝내고 10시쯤 보기로 했다. 호텔로 찾아가니 이미 로비에 나와서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택시를 타고 터미널로 가서 국내선과 국외선, 크루즈델수르의 물품배송 창구를 보여주고 플로레스 버스터미널을 지나며 보여주고 그라우시장으로 걸어갔다.

그라우시장은 새로 단장을 했는지 붉은색으로 지붕이 생겼다. 그라우시장을 돌아보고 나오는 길에 뭔가 살까 생각도 해봤는데 며칠전에 장을 봐서 사야하는 것이 없었다.

 

A버스를 타고 볼로그네시 메르카딜료에 와서 리마로 가져갈 선물로 술을 찾아보다가 센트로로 내려갔다. ㅇ 선생님은 센트로 시장 옆에 있는 전통기념품 시장에서 알파카 목도리를 15솔에 하나 사간다. 식탁에 까는 보자기(만타)도 봤는데 45솔이라고 한다. 알파카 옷은 40솔이라고 한다. 모자가 있으면 5솔 정도 더 비싸게 부르는데 깎으려하면 더 깎을 수도 있을 것 같다.

 

ㅇ선생님이랑 솔라리 푸드코트에 가서 밥을 먹었다.

전에 다른 단원들과 와봤냐고 물었더니 처음왔다고 한다.

다른 사람들이 아직 아무도 밥을 같이 먹어주지 않았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속으로 미안한 생각이 들었다.

 

밥을 먹고 ㅇ선생님은 호텔로 돌아가고 나는 CEID로 수업을 하러 갔다.

수업을 준비하고 있는데 코이카에서 전화가 왔다.

전화가 울리는 것을보고 탈락을 직감했다. 그래서 전화를 받고 ㅂ코디 목소리를 듣는 순간부터 어떻게 학생을 위로하고, 어떻게 다독여서 한국어수업을 이끌어갈까하는 생각이 이어졌다.

 

ㅂ코디에게는 아무일 아닌듯 괜찮다며 넘어갔지만 사실 충격이 컸다.

학생에게 미안하기도 했고, 나 스스로에게도 실망이었다.

나중에 다른 경로로 들어보니 합격한 사람들은 5년정도를 배운 사람이라든지, 한국식당에서 일하던 사람이라든지 하는 이야기를 한다. 2년정도를 배운 마를레니의 실력이 모자란 것은 절대 아니라는 생각이 들면서도 아쉬움과 미안함은 여전히 남아있었다. 그래서 학생들에게 못난 모습을 보이고 말았다.

 

집으로 돌아와서도 잠이 안와서 뒤척이다 새벽에 겨우 잠이 들었다.

 

지진대피훈련, 솔라리에서 학생들과 저녁(2017.06.23)

벌써 금요일이다.

한 주 한 주가 왜 이렇게 빨리 가는지 모르겠다.

어제의 충격으로 새벽에 잠이 든 나는 어김없이 늦잠을 자게되고....

아침운동에 늦었다. 학생들이 아무것도 않고 5분정도 기다리고 있었다.

그래서 미안하다고, 다음에는 내가 10분까지 안나오면 먼저 몸풀기 운동을 하고 있으라고 말해줬다.

 

CEID에서 수업을 하고 있는데 세크리타리아가 교실문을 두드리더니 웬 서류를 주고 설명을 해준다. 나보고 나중에 작성해서 사무실에 디렉토르 오말에게로 갖다주면 된다고 한다. 뭔가하고 학생들과 읽어봤더니 지진훈련 사전,사후점검표다.

지진대피훈련을 하고 나서 작성해서 오말에게 가져가니 여전히 밝은 얼굴로 받아주고 몇마디 농담을 건넨다. 이렇게 하루가 간다. 오늘은 저녁 수업이 없는 날이라 수업이 끝나고 바로 짐을 챙겨서 나갔다. 

 

저녁에는 솔라리에서 함께 밥을 먹었다.

내가 가라앉아있는 게 딱해보였는지 Avanzado학생들이 같이 저녁을 먹자고 한다.

밥을 먹으러 솔라리로 가는 길에 ㅇ선생님한테 연락을 했는데 점심 때 ㅈ쌤이랑 먹은 밥이 소화가 덜 됐는지 속이 더부룩하다며 괜찮다고 한다.

내려가는 길에 센트로 시장 앞에서 책행사를 하고 있었다. 5-8솔사이 책을 4권정도 샀더니 페루지도를 하나 끼워준다. 벽에는 붙일 곳이 없으니 그냥  책상 위에두고 찬찬히 한 번 봐야겠다.

 

솔라리 푸드코트에서는 후라이드 치킨 같은 요리를 주문했다.

한 접시에 10솔이다. 남자인 내가 혼자 먹으면 배가 부를정도다.

 

6월 한국어 수업 시험 준비, 주말이동으로 모께구아 가기(2017.06.24)

오전에는 6월 시험을 잠시 준비했다.

다음주 월요일부터 6월 시험이 시작이기 때문이다.

오랄테스트 질문지와 읽기, 쓰기 시험지를 만들었다. 

 

타크나에 온 지 반년이 다 됐다.

페루에서 산 지는 8개월차다. 이제 스페인어를 잘 하느냐면 그것도 아니다. 아주 못알아듣는 것은 아닌데....뭔가...3세 아동같은 느낌이다. 오류가 많은 말과 행동들 말이다.

 

모께구아로 가는 길에 볼로그네시 메르카딜료에 들러서 포도주를 한 병 샀다.

ㄴ 쌤 선물로 한 병 갖다주려고....

포도주를 사고 버스를 타고 터미널로 갔다. 터미널에 도착하니 거의 바로 버스가 있다.

12시 반 버스표를 사서 15분정도 기다리다가 버스를 탔다.

 

모께구아로 가는 길은 생각보다 길었다.

1시간 반에서 2시간이라고 들었는데 2시간 반을 훌쩍 넘겨서 3시간정도 걸렸다.

그래도 오는 동안 주변의 지형을 볼 수 있어서 좋았다. 모래사막과 바위....그리고 옅은 초원지대와 뜬금없이 심겨진 사탕수수들....말과 소, 양들을 볼 수 있었따.

 

모께구아 플라자 데 아르마스에서 ㄴ쌤을 만나서 집으로 갔다. 생각보다 가까이 있었다. 걸어가니 10분이 채 안걸렸다. 늦은 점심을 먹고 잠시 이야기를 나누다가 살짝 어둑해질무렵 센트로로 다시 나왔다. 성당과 광장, 박물관을 보면서 박물관문이 특이하게 생겨서 그림을 그려봐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택시를 타고 모께구아가 한 눈에 보이는 언덕 위 예수상이 있는 곳으로 갔다.

조금 큰 시나 동네마다 있는 언덕위의 예수상.

모께구아와 요즘 새로 생기고 있는 주변 동네들이 보인다. 현대적으로 발전하고 있는 모께구아가 밤이 되니 불빛들이 떠서 굉장한 야경을 보여준다.

 

잠시 야경을 보다가 내려와서 ㄴ쌤이랑 이야기를 좀 나누다가 잤다.

 

모께구아-타크나(2017.06.25)

일어나서 씻고 옥상으로 올라갔다.

모께구아의 아침을 살펴보려고....

센트로에서는 행사가 있는지 군악대 소리가 난다.

 

밥을 먹으러 세비체리아로 가는 길에 정복을 입은 군인들이 보였다.

아마 저사람들이 군악대이리라 생각했는데 이번에는 정복입은 경찰들이 보인다.

무슨 일인가 했는데 행사가 하나가 아니었나보다.

경찰들은 행진을 준비하고 있었고 센트로에서는 결혼식을 끝내고 마무리로 신랑신부가 사진을 찍고 있었다.

 

세비체리아에서 밥을 먹고 센트로로 돌아왔다.

ㄴ쌤과는 여기서 헤어지기로 했다.

센트로에서 그림을 조금 더 그리다가 타크나로 오려고.....

 

박물관 문을 그린지 15분정도 지났나?

웬 그림자가 내게 드리운다. 고개를 들어보니 집시 여인이 자기 딸을 데리고 서있다. 딸은 6-7살 정도 돼 보였다. 뭐라 내게 이야기를 하려는 것 같았는데 집시 여인의 딸이 내가 그린 그림이 신기한지 내 노트를 넘겨보려다 귀퉁이를 찢었다. 별일 아니라서 괜찮다고 했는데 집시여인이 딸을 탁 친다. 그리고는 빠르게 뭔가 말을 하는데 '헤르가(은어)'인 것 같다. 못 알아들었다. 저리가라는 이야기인지 아이가 내 옆에서 멀어진다.

 

그리고나서 여인이 내게 뭔가 이야기를 하는데 발음도 우물거리고 뭔가를 어렵게 돌려이야기 한다. 그래서 내가 뭐가 필요하냐고 물었더니 손을 내민다. 그쯤 되서는 말로 안해도 알아들어야 한다.

옆으로 물러나 있는 아이를 보니 입에 아이스크림을 물고 있는 걸로 봐서는 밥을 안 먹지는 않았다. 그래서 지갑에서 2솔을 꺼내줬다.

 

가진 돈 중에 동전이 7솔 밖에 없었는데 한꺼번에 다 꺼냈더니 5솔짜리가 같이 나왔다.

2솔을 받고도 여인이 가지를 않는다. 내 손에 5솔을 보다가 다시 손으로 가리키면서 달라고 한다. 그래서 안된다고 했다. 그건 내가 터미널까지 갈 택시비였기 때문이다.

내게 몇 번을 더 말해보다가 계속 안된다고 하자 포기하고 간다.

 

조금 뒤쪽 벤치에 앉은 청년들에게 가서 또 그러고 있다. 다시 그림에 집중하려는데 경찰이 호루라기를 분다. 고개를 들어보니 경찰이 집시여인을 제지하는 것이었다. 집시 여인이 경찰을 보더니 유유히 자리를 뜬다. 동양사람인 내게 돈을 얻을 때는 아무말 없이 보다가 페루사람에게 그리하니 호루라기를 부는 것이다. 그냥 웃음이 났다.

 

그림을 마저 그리고 자리를 옮겼다. 여기저기서 시선들이 느껴진다. 그래서 공원 모퉁이에서 택시를 잡았다. 터미널로 가서 타크나행 표를 끊으니 11시 반 버스다. 버스에서 2시간 반에서 3시간을 있을 걸 생각해서 1층자리를 봤는데 자리가 없다. 1층은 15솔, 2층은 10솔이다. 어차피 나는 1층에 못타는 거 였다. 돈이 좀 모자라서...아까 준 2솔이 있었다면 하는 생각이 잠깐 스쳤지만....그 돈은 그 여인이 내 대신 어딘가 쓸 것이다. 부디 아이를 위해서도 쓰였으면 하지만...

 

타크나 터미널에 오니 2시반쯤이다.

 

스페인어 수업, 센트로, Basico3반 Compartir(2017.06.26)

오전 운동을 끝내고 센트로에 가서 돈을 뽑았다.

100달러를 뽑아서 환전하니 324솔이다.

94솔을 star global에 인터넷비로 내고 El Sol에 가서 엠빠나다를 2개 사가지고 집으로 왔다.

 

집에서 잠시 쉬다가 스페인어 수업을 갔다.

ㅇ선생님이 헤르만선생님한테 시간대나 수업료를 좀 알아봐달라고 이야기한 것도 이야기하고...

내가 지금 보는 책도 거의 끝나가서 그 다음 배울 책을 어떻게 할지도 상의했다.

 

마지막 주라 오늘 내일이 시험이다.

Basico 6, 3반은 말하기 시험이 있는 날이다.

말하기 시험이라고 해봤자 내가 평소에 많이 말하는 것들을 묻고 답하는 정도 수준이라 거의가 다 15점 이상이다.

 

저녁반인 Basico3반은 오늘 시험이 끝나고 Compartir로 함께 중국집 Shangghai에서 밥을 먹기로 했다. 중국집에서 chaupa con Chancho de 5 sabores 를 시켜봤다. 왠지 오향장육같은 거려나 했는데 완전히 같지는 않고 비슷했다.

밥을 먹고 나오니 비가 부슬부슬 온다. 학생들은 노래방에 가고 싶어하는 모양이었는데 나는 오늘 쿠스코 숙소를 더 알아보기로 이야기가 돼 있어서 먼저 집으로 돌아왔다.

 

6월 수업 시험까지 끝(2017.06.27)

홀가분하다.

물론 채점해서 성적을 입력해야하는 게 남았지만...그건 나만 하면 되는 일이니까.

 

시험이 끝나고 고급반 학생들이랑 저녁을 먹으러 갔다.

고깃집이랑 피자집 중에 어디를 가겠냐길래 피자집으로 가자고 했다.

루나는 채식주의자라서 고깃집으로 가면 감자랑 옥수수만 먹어야 하니까....

 

버스를 타고 센트로 카테드랄 뒤쪽의 피자집으로 들어가니 꽤나 전통있는 집인지 화덕이 오래돼 보인다. 그릇과 잔들도 세련된 건 아니지만 페루에서 만든 그릇과 잔을 깨끗하게 닦아서 쓰고 있다.

여기저기서 주문할 때 들리는 "미따미따"....무슨 뜻인지 몰랐는데, 반반이라는 뜻이란다.

여기도 반반이 있었다.

 

요즘 저녁만 되면 부슬비가 온다. 오는 듯 안 오는 듯....

피자를 먹고 나와서 다들 집으로 헤어지고 루나와 나는 가는 방향이 같아서 택시를 함께 타고 집으로 갔다.

우리집이 가까워서 내가 먼저 내리고 집에 오니 10시다.

역시 물은 이미 끊겼다. 간단하게라도 씻으려고 했는데...그냥 자야겠다.

 

시험채점, ㅅ쌤이랑 점심(2017.06.28)

아침운동을 하는 시간 말고는 종일 집에서 시험지 채점을 했다.

이 친구들이 참 악필이다.

한국어가 악필인게 아니고 에스파뇰이 악필이다.

글씨훈련의 필요성을 느낀다.

 

헤르만 선생님과 에스파뇰 공부를 하고

1시쯤 ㅅ쌤과 만나서 밥을 먹었다.

처음에는 ㅅ쌤이 안다는 세비체집으로 갔는데 그집 주인이 바뀌였는지 아니면 시간대를 잘못 택한 건지 메뉴판이 이상했다. 간이메뉴판을 나눠줬다. 그래서 원래 메뉴판을 달라니 없다고 한다. 뭔가 이상해서 그냥 나왔다. 다음으로 간 집이 중국집이다. 샹하이....그제 갔던 곳이지만 한 번 더 가기로 했다. 그제 먹은 오향장육과 볶음밥을 먹으려고 시켰는데 나오는 게 좀 이상하다. 전과 달라서 돼지가 맞냐고 물었는데 돼지가 맞다고 한다. 다음에는 문어를 먹어야겠다.

 

ㅅ쌤이 유자차를 주겠다는 듯이 말을 하길래 일단 사겠다고 했다.

요즘 감기걸린 학생들이 많기도 하고 그냥 받기는 그래서다. 이때까지만 해도 좀 싸게 주겠지하고 생각했다. 집까지 가서 받아보니 한국에서 4000원대하는 유자차다. 1키로그람짜리 작은 병이다.

얼마냐고 물어보니 자기도 기억이 안난다고 한다. 그래서 내가 20솔이 넘냐고 물었더니 훨씬 넘는단다. 아무리 비싸도 20솔이면 7000원돈인데 한국의 2배가격이 넘는단 말인가...나중에는 50솔넘게 주고 샀다고 한다.

원래 가격을 알아도 그냥 속아줬다. 30솔 달라고 해서 준다고 하고 들고왔다.

한국돈 만원정도로 내 학생들에게 유자차 한 잔 끓여주는 거라고 생각하면 못 살 건 또 뭔가...

 

성 베드로의 날은 휴일이다. 추수 연습(2017.06.29)

아침 운동을 나가니 아무도 없다.

혼자서 몸을 풀고 있으니 세나이다, 텔마, 레슬리 세사람이 차례차례 온다.

알고 보니 오늘은 페리아도. 공휴일이다.

성 베드로의 날이라고 해서 카톨릭에 관련한 휴일인 것이다.

 

그래서 오늘 수업은 추수다.
몇 사람 안되니 붕리제안의 추수를 연습할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
셋이면 내가 봐 줄 수 있는 숫자니까.
 
추수를 하고 나니 허벅지 근육이 뻐근해진다.
학생들과 몸을 풀고 나서 람작미를 연습했다.
 
아침 운동을 끝내고는 집에서 나가지 않았다.
좀 쉬고 싶어서...냉장고를 정리하고 빨래를 했다.

 

휴식, 국내여행 준비(2017.06.30)

6월의 마지막 날이다.

작년 11월 초에 이제 페루에 온 지 8개월이 완전히 지났다.

이제 현지적응기를 끝낸다.

준비한 것들을 차근차근 이뤄나가기 시작해야 한다.

 

종일 쉬면서 국내여행을 준비했다.

타크나에 온 지 6개월이다. 아직 에스파뇰은 모자란 듯 느껴지고, 하고 싶은 말을 온전하게는 전달하지 못하는 내 실력에 궁리에 궁리를 더한다.

잠시 쉬었다가 새롭게 시작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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