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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다반사 La vida/KOICA기록[페루]

[KOICA]페루기록-2017 Tacna 현지적응(2017.06.01.~2017.06.15.)

by 남쪽숲 2025. 2. 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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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요일 까치나, 전기, 수도세(2017.06.01)
목요일 까치나는 참 크다.
일주일 중에 가장 큰 시장이라고 한다.
타크나에 온 지 다섯 달이 다 됐는데 한 번도 가보지 못하다가 이번에 시간이 돼서 ㄷ쌤이랑 ㅅ쌤과 함께 갔다.
CEID에서 25 junio가는 길로 걸어가서 25 junio로 건너지 않고 버스 8번을 탔다.
직선으로 쭉 가서 Ciudad nueva에 내렸다. Ciudad nueva입구가 목요일 까치나 입구였다.
 
한바퀴 돌아보는데 2-3시간정도 걸릴거라더니 정말 그렇다.
다리가 후들거릴 정도로 돌아보면서 시장의 크기가 엄청나게 크나는 것만 확인했다.
특히 옷, 가방, 신발을 많이 팔고 있었다.
나는 어차피 구경 간 것이라 별 생각없이 옷이랑 신발을 보고 다녔는데 두 사람은 뭔가를 사고 싶어서 안달 난 것처럼 아래위로 옷과 신발을 훑어간다. ㄷ쌤은 올림픽 국가대표 자켓을 사가야 한다며 자켓과 미군야상을 보고 있고, ㅅ쌤도 겨울용 옷을 산다며 긴 티셔츠와 야상, 야구잠바 같은 것들을 보고 있었다.
 
까치나를 구경하고 CEID에 가서 학생들의 마트리쿨라를 확인해달라고 요청했다.
전산에 입력이 아직 안된 학생들도 있고 입력자체가 안되는 반도 있었다.
산토스한테 이야기를 했더니 다른 세크리타리아 잘못이라며 회피한다.
결국 관리자는 본인인데...;;;
나한테는 계속..몇 번씩이나 아들 장학금에 대해서 알아봐 달라고 이야기를 하면서도 자신의 일에 대해서는 회피하는 모습을 보이면 어쩌자는 말이냐;;;;
 
일단 해결하고 집에 와서 쉬다가 저녁을 하고 있었다.
스파게티를 먹을까 해서 면을 끓이는데 전화가 온다. 알레호다.
무슨 일인가 해서 전화를 받으니 집으로 와달라고 한다. 전기세, 물세를 내러 와달라고.....
일다 아주머니가 오는 것 보다 내가 가는 것이 마음이 편해서 그러겠다고 했다.
가는 길에 초콜렛을 들고 갔다.
오랜만에 보는 거니까...
 
6월 수업시작, 첫번째 국내휴가 신청(2017.06.02)
6월 첫 수업을 시작했다.
금요일 수업이라 기본반3 수업은 없었고, 기본반6과 고급반2 수업만 있었다.
수업이 끝나고 카페에 가서 영화를 봤다.
7번방의 선물을 틀었다.
'억울'이라는 말이 가슴에 계속 남는다.
사실 보고나면 잠을 못 잘 것이라는 걸 알면서도 보게됐다.
이런 내용의 영화를 보고 나면 잠이 잘 안온다. '억울'에 대한 기억이 나서....
그래도 나는 살아갈 것이다. 그래. 오히려 잘 살아갈 것이다.
 
저녁에는 국내휴가 신청서를 작성해서 이코브에 올렸다.
처음 신청하는 신청서라서 혼란스러운 점이 몇가지 있었다.
우선...주말을 포함한 날짜를 입력하고 사용휴가일수를 따로 기록하는 것에 대해서....
두번째는 휴가를 가는 지역에 대해서 어디까지 기록해야하는가....
그렇게 휴가신청을 하고....7월에 휴가를 가겠다.
 
산토 도밍고 사비오(2017.06.03)
산토 도밍고에 간 지 석 달이 지나간다.
우리도 아이들을 보고, 아이들도 우리들을 본다.
이제 어느정도 우리에 대해서 아이들도 판단을 했을테고 우리도 아이들에 대해서 성향을 살폈다.
매달 첫 주는 그간 받은 달란트를 가지고 시장을 연다.
옷, 학용품, 과자 등을 살 수 있는데 이 날은 아이들이 제일 좋아하고 기다리는 날이다.
 
그런데 알렉스라는 아이가 무심한 표정으로 그 모든 상황을 보고 있었다.
나는 그런 아이들을 살핀다. 항상 찾고 있다.
모든 욕망에 절망을 느낀 표정을 하고 있는 아이들을 말이다. 크게 바라는 것이 좌절 됐을 때, 작은 욕망들에 절망하고 바라보지 않는다. 그런 아이들은 일으켜야한다는 사명감을 가지고 있다. 내가 한 때 그런 표정을 짓고 있었기 때문이다.
 
마이콜, 아카리, 케일라는 아무 것에도 의욕을 보이지 않는 아이를 챙겨주려고 자꾸 말을 걸고 먹을 것이 있으면 가져다 주고 했다. 하지만 아이는 모든 것을 거부했다.
그래서 나는 잠시 뒤 모두가 아이 옆에서 멀어졌을 때 아이 옆으로 갔다.
 
마침 생일케잌을 잘라서 나눠주고 있었는데 내 접시를 먼저 받았다. 그리고 다른 접시를 받아서 줄까 라고 물어보니 안 먹겠다고 한다. 그래서 내가 먹을 건데 지금 손이 없으니까 들고 있으라고 했다. 잠시 후 음료수도 마찬가지다.
그리고 케잌과 음료수를 맛있게 먹고 아이가 들고 있는 접시도 받아서 내가 맛있게 먹었다.
그 후에 아무렇지 않은 듯 물었다.
"하고 싶은 게 뭐니?"
 
처음에는 대답이 없다가 시간을 두고 세 번쯤 묻자 자기 이야기를 한다.
"공부를 더 하고 싶어요."
"무슨 공부?"
"컴퓨터를 공부하고 싶어요."
"컴퓨터를 쓸 줄 아니?"
"네."
"여기 기관에서 수업이 있어?"
"없어요."
여기서 부터 이어지는 이야기는 짧은 에스파뇰 때문에 알아듣지 못했다.
 
하지만 결국 아이가 원하는 건 더 공부하고 싶다는 것이다. 이 아이 알렉스는 지금 17살이다. 열일곱이면 올해 언제쯤이나 내년에는 기관에서 나가야 한다. 이 아이는 불안해하고 있다.
기관에서 나갔을 때 혼자 무엇을 할 수 있는 것이 없는데, 공부는 더 하고 싶은데 본인이 가진 것, 지원해 줄 수 있는 사람이 없다.
 
잠시 뒤에 마이콜이 가까이 왔길래 나는 아이의 고민을 마이콜과 나눴다. 이 아이가 지금 계획이 필요하다고, 컴퓨터에 대해서 공부를 하고 싶은데 지금 할 수가 없다고 이야기하니 마이콜이 자신이 다음주에 랩탑을 들고 와서 함께 봐주겠다고 한다. 그렇게 하나하나 대화를 끌어낸다.
 
중요한 것은 아무도 듣지 않는 그들의 이야기를 듣는 것이다. 그리고 함께 해결해보려고 힘쓰는 것....그렇게 공동체가 되어간다. 해결하면 더 좋겠지만....해결하든 해결하지 못하든 함께 해결하려 노력하면서 관계를 갖게 되는 것이다. 사람에게 필요한 것은 결국 '해결책'도 필요하지만 다른 사람과의 '유대', 관계에서 오는 따뜻함인 것이다.
 
종일 집 안에서..(2017.06.04)
체력 충전, 정신력 충전.
 
오전에는
깎고 있던 목검을 손보고....
빨래를 해서 햇빛에 말리고 청소를 했다.
 
오후에는
잠이 필요해서 누워서 잤다.
 
현장지원물품 기관요청서, 강의실 문제(2017.06.05)
ㅅ쌤을 만나서 퇴근하려는 기관장 오말을 잡고 공문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오말은 무슨 내용인지 몰라서 묻는다. 수업하는데 필요한 물품이라고 이야기하니까 고개를 갸웃한다.
그래서 더 자세하게 여기서 살 수 없어서 한국에서 사야하는 물건이 있다고 말했다.
ㅅ쌤 것은 페루에서 사도 되는건데 프린터가 비싸서 기관에서 사기 부담되니 우리한테 배정된 예산을 가지고 사고 싶다고 했다.
오말은 흔쾌히 허락해줬다. 나도 최대한 쉽게 해결하려고 동기에게 받은 공문 양식을 왓츠업으로 보내줬다. 공문양식을 보더니 씩 웃으며 만들어 놓을테니 내일 오라고 한다.
 
요즘 CEID에 학생이 넘친다. 교실이 모자랄 정도다. 그래서 내 강의실도 지난 금요일부터 계속 바뀌고 있다. 세크리타리아들이 정신없을 것을 알고 있어서 별말 없이 강의실을 바꿔주었지만....안바꿔도 되는 원래 내 강의실을 새로 시작하는 다른 사람에게 주고 그 옆에 강의실을 나한테 쓰라고 하면 본인도 뭐가 좀 이상한 걸 느낄텐데...한 번도 아니고 두 번을 그렇게 하길래 나는 내 강의실을 원한다고 내가 원하는 강의실을 이야기했더니 이제는 어쩔 수 없다고 한다. 그래서 다음달에는 원래 내가 강의하던 곳을 쓰고 싶다고 이야기했다. 될지는 모르지만 일단 이야기는 해놓는 게 좋을 거 같아서....
 
학생이 15명이 넘는 반인데 10명이 들어갈 수 있는 교실을 배정해주면 자리가 없는 친구들은 어쩌란 말이냐.....그래서 원래 강의실을 달라고 했더니 안된다고 하고....틈틈이 계속 문의해도 없다고 하고....그런데 영어 강의실들은 바뀐 게 보이고...그래.이것이 소수의 서러움이겠지.
내일은 학생들이 더 온다는데.....
 
현장지원물품 신청 서류...현충일.(2017.06.06)
바다 건너 현충일 기념사를 들으면서 오랜만에 제대로 된 말과 글을 접했다는 생각이 든다.
나라를 위해...아니 가족과 주변을 위해 자신을 온전히 희생한 사람들을 보듬어야 하는 것이 공동체, 국가가 해야할 일이라는 것을 제대로 이해하고 이야기한 것이 언제이던가.
 
활동물품을 신청하려고 준비하고 있다.
어제는 기관장에게 이야기하고 오늘 기관요청서류를 받기로 했는데....
기관장이 없다. 오늘은 아침에 왔다가 다른 일이 있어서 외근갔다가 바로 퇴근했는가보다.
다른 서류들도 작성하고 있어서 정신이 없는데....
 
일단 하나씩 처리하자.
일이 많을 때는 한 번에 여러개를 같이 처리하는 것은 힘들다. 이럴 때는 하나씩 하나씩 해가는 것이 실수가 없다. 특히 나같이 보통의 머리를 타고난 사람은....
 
오늘 아침운동은 텔마, 레슬리, ㅈ선교사님만 왔다.
어느정도 형에 익숙해진 학생들은 점점 흥미를 잃어갈 것을 예상하고 있다.
이제 형태의 세밀한 부분에 집중할 시기가 다가왔다.
 
진짜 자기 몸이 어떻게 움직이는지를 알아가는 시간이다. 지루할 것이다.
이 시기를 지나지 못하는 친구들은 어떻게 해 줄 수가 없다.
자기 몸을 가누지 못하는 사람에게는, 몸의 연장인 검을 쥐여줄 수가 없는 것이다.
계속해보자.
 
화장실 벽에서 물이 새다. 반기보고서 수정(2017.06.07)
아침에 일어나서 화장실에 들어가니 화장실 바닥이 물바다다.
무슨 일인가 해서 물을 퍼내니 한 쪽 벽에서 물이 조금씩 번져나오고 있다. 바닥이나 벽에 묻힌 파이프가 터진모양이다. 주인집 알레호와 일다 아주머니한테 연락을 하고 아침운동을 나갔다.
 
아침운동은 텔마, 레슬리, 세나이다, 카롤리나, ㅈ선교사님이 참석했다.
더 느리게 느리게 형을 연습했다.
 
어제 저녁부터 단수다.
퇴근하고 왔는데 물이 안나와서 밥을 못했다.
다행히 전기는 아직 들어오고 있어서 포트에 물을 끓여서 한국에서 가져온 율무차 한 잔을 타마셨다.
씻지는 못하고 그냥 누웠다. 내일 아침 잠깐이라도 물이 나오길 기대하면서.
어쩐지 요즘 집 앞에서 수도공사같은 걸 하더라니.....
오늘은 아침에 잠깐 물이 나오고 어느샌가 다시 물이 끊겼다.
 
컴퓨터 앞에 앉아서 반기보고서를 계속 작성했다.
이번주까지 제출이다. 일주일 전부터 쓸 생각을 하고 조금씩 써오고 있다.
금요일쯤 제출해야지..
 
기관요청서 받기, 세탁기 연결(2017.06.08)
어제 밤에 집에 돌아오니 오후에 주인집 일다아주머니가 기술자를 데려와서 물이 터진 화장실을 고쳐놨다. 그리고 오늘은 아침운동을 하는데 전화를 했다. 운동을 하고 있어서 전화가 온 줄 몰랐는데 전화가 온 터라 보자마자 살도를 충전해서 바로 전화를 했다.
 
오늘 세탁기와 계수대 수도를 연결해준다는 이야기였다. 집에 들어올 때부터 세탁기 이야기를 하면서 연결해 달라고 한 것인데....6개월이 거의 다 지나서야 해결이 되는구나. 그래도 해주는 게 어딘가. 화장실을 고치려 기술자를 부른 김에 같이 하는 것이다.
 
9시가 넘자마자 기관장에게 메시지를 날렸다.
11시에 갈테니까 오늘은 꼭 기관요청서를 받았으면 좋겠다고 했다. 기관장이 12시에 와달라고 한다. 그래서 알겠다고 12시에 가겠다고 했다.
12시에 가보니 프린트를 해놓은 서류를 보여주는데 기관장 이름이 이상하다. 그리고 목록도 내가 보낸 그대로를 쓴 것이 아니라 자기네들 마음대로 써놨다.
2번을 확인하고 고쳤는데도 이 사람들과의 소통은 아직 머나먼 길이다....
다시 고쳐서 프린트를 했다. 그리고 기관장 사인과 도장을 받아서 가지고 왔다.
 
ㅅ쌤은 서류를 받는 것에 전혀 관심이 없다. 내가 하나하나 다 해 주기를 바라는 모양이다.
집에 갈 마음이 더 큰 사람한테 무슨 일을 시키랴 싶어서 그냥 내가 했다.
 
반기보고서 제출, 활동지원물품 신청서 제출, 편지쓰기 수업(2017.06.09)
내일까지 반기보고서와 활동지원물품 신청서를 제출해야한다.
어제는 인터넷이 또 무슨 일인지 업로드가 안되다가 오늘해보니 된다.
첫번째 반기보고서와 활동지원물품 신청서를 무사히 제출했다.
 
수업시간에는 쿠스코에 있는 ㄷㅎ한테 편지를 썼다.
내가 아니라 학생들이....
지금 고급반 학생들은 전부터 쿠스코에서 활동하는 ㄷㅎ에게 편지를 쓰고 답장을 받았다.
답장을 받고는 좋아서 편지를 쓰자니까 엄청 좋아한다.
그래서 지난 달은 시험의 글쓰기 파트를 아예 편지쓰기로 바꿨다.
그리고 시험이 끝난 이번 달에 첨삭한 시험지를 다시 보여주고 하고싶은 말을 더해서 편지를 써보는 거다.
 
산토 도밍고 사비오, 마에스트로 방문, ㅈ쌤, ㅍ쌤을 6주(?)만에 보다.(2017.06.10)
늦잠을 잤다.
9시가 넘었다. 어제 반기보고서와 활동물품신청서를 제출한다고 신경을 써서 피곤했나보다.
오전은 그렇게 일어나 씻고 빨래를 하고 밥을 하고 먹으며 보냈다.
 
산토 도밍고 사비오에 가니 선교사님내외와 마리엘라, 후안 디에고가 먼저 와있다.
방금 도착했는지 짐을 내리고 있어서 같이 내리고 들어갔다.
아이들 몇이 반겨주기는 하지만 무슨 일이 또 있었는지 전체적으로 분위기가 어둡다.
 
모여서 이야기를 하는데 알렉스는 참석은 했지만 표정이 또 어둡다.
왜 그런지는 금방 눈치챘지만 아무말도 안했다.
마이콜이 오늘 랩탑을 들고와서 컴퓨터를 가르쳐주기로 했는데 일때문에 못왔기 때문이다.
마이콜이 일때문에 못 온 것을 모르는 것 같아서 은근슬쩍 이야기해주고나니 표정이 풀린다.
 
주변을 둘러보니 뒷줄에 난시가 앉아있는게 보인다.
난시는 지지난주에 손목을 그어서 병원에 입원해있었는데 퇴원하고 왔는가보다.
표정이 평온해보이기는 하는데 한 길 사람 속은 모르는 것이지 않겠는가.
표정만으로는 전혀 손목을 그은 일이 없는 사람같이 보인다.
 
아카리가 스트레스를 받는다는 것이 그런 것이리라.
발견할 수 있는 표징이 많지 않은 상황에서 여러가지 일들이 벌어지니 스트레스가 쌓이는 것이겠지.
레크리에이션을 하면서 다시 한 번 느끼는 건 이 아이들은 지는 것을 참지 못한다.
이기고 지는 것에 대해서 굉장히 민감하다. 지면 허허 웃고 넘어가지 못하는 좁은 속을 가졌다.
그것은 이 아이들에게는 당연한 것이리라.  사춘기이기도 하지만 갇혀있는 본인들의 상황에서 나오는 자연스러운 반응이고 성격이다.
 
저녁에는 세탁기에 연결할 커넥션을 사려고 마에스트로에 갔다. 리마에서도 봤고, 전에도 한 번 왔지만 마에스트로는 정말 크고 넓다. 내가 찾는 전기선은 없었지만 대략 비슷한 것이라도 샀다. 그리고 나오는 길에 건전지를 발견해서 하나 샀다. 무선마우스 건전지가 다 됐기 때문이다. 전에 까치나에서 2개 1솔 주고 산 건전지가 너무 빨리 닳아버려서 이번에는 좋은 걸 샀다. 4개 11솔짜리니까 한 개 2.7솔정도다. 일단 써보고 괜찮으면 계속 이걸로 써봐야겠다.
 
마에스트로에서 나와서 ㅈ선교사님 댁으로 저녁먹으러 갔더니 ㅍ쌤이랑 ㅈ쌤이 와 있었다.
오랜만에 만나서 인사를 했더니 원래는 김치만 주고 그냥 가려고 했단다.
참 이상한 사람들이다. 아픈 게 부끄러운건가? 한국에서도 그렇게 느낀 거지만 아픈 걸 부끄럽게 여겨야 하는 분위기가 이상하다. 아픈 사람이 왜 부끄러워야 하는가. 아프게 한 사람이나 상황이 부끄럽거나 힘든 것이지. 아픈 사람을 더 힘들게 만드는 그런 사람들은 왜 자신의 모습을 보지 못하는 걸까?
저녁을 먹고 잠시 이야기를 하다가 집으로 왔다.
 
다음주에는 선교사님이 미국에 갔다온다고 한다. 딸이 이번에 학교 공부를 마치는 모양이다.
졸업식에 가족 중 한사람은 있어야겠다 싶어서 간다고 한다.
잘 다녀오시라고 하고 왔다.
 
산토 도밍고 사비오, 후안디에고 생일(2017.06.11)
오전에는 산토 도밍고 사비오에서 아이들과 잠시 이야기를 했다.
따로 이야기를 해보고 싶었다.
아이들도 내게 궁금했던 것을 묻는다.
나는 아이들에게 앞으로 무슨 일을 하고 싶은지, 하고 싶은 것이 무엇인지, 무엇을 좋아하는지를 물었고 아이들은 내게 할 수 있는 것은 무엇인지, 동양무술을 할 줄 아는지 물었다.
 
오후에는 후안 디에고 생일이어서 헤르만선생님 댁으로 갔다.
생일잔치를 준비하고 들어오기를 기다렸다.
사람들이 하나 둘 도착하고....
남미의 생일은 참석할 때마다 생각하는 거지만....함께 즐거워하기 위한 자리다.
생일을 맞은 사람도 그 중의 한 사람일 뿐, 결국 모두가 즐거운 자리가 되기 위해서 
밥을 먹고, 앉아서 이야기를 나누다가, 사회자를 두고 간단한 게임을 하고, 초를 켠 케잌을 불어끄고....
사탕이랑 과자가 든 봉지(?)를 터트리고 사람들이 나눠주워가면 잔치가 마무리된다. 마무리를 하는 동안 한 쪽에서는 케잌을 잘라서 나눠줄 준비를 하고....나눠먹고 축하하고 이야기를 나누다가 잔치를 파한다.
 
집에 와서 다음주 수업준비를 한다.
아직 에스파뇰은 어렵다. 수업에 관련된 단어만 조금씩 익숙해지고....나머지 동사변화나 관사, 형용사의 사용들은 아직 힘들다. 더 알아가보자.
 
다시 수업에 집중!(2017.06.12)
지난주에 반기보고서와 활동지원물품을 신청하고나서는 이제 다시 수업준비에 힘써야 할 때다.
아직 에스파뇰도 부족하니 더 공부해야겠다.
 
아침에 공원에 나가니 아무도 없다.
혼자 몸을 풀면서 조금 있으니 카테리네가 온다.
같이 몸을 풀고 태극권을 시작하고 있으니 텔마와 레슬리가 왔다.
이번주는 다들 무슨 일이 있는지 참석률이 낮다.
이번주 일요일이 아버지의 날이라는데....그래서 그런가?;;;
선교사님은 딸 졸업식 때문에 오늘 미국으로 떠나셨다.
 
헤르만선생님한테서는 아무 연락이 없어서 책을 챙겨서 집으로 찾아갔다.
가면서 가고있다(Estoy Yendo.)고 문자를 보냈더니 알겠다는 답신이 온다.
댁에 들어가니 파트리시아가 어제 생일잔치를 한 그릇들을 치우고 있다.
오늘은 날씨표현에 대해서 1시간동안 공부를 했다.
헤르만 선생님은 어제 잔치때문에 피곤했는지 흥이 덜하다.
그래도 둘이서 죽이 잘 맞아 공부를 신나게 하고 돌아왔다.
 
오늘 Basico6반은 에릭과 텔마만 왔다. 진짜 무슨일이 있는가?
다른 친구들이 아무도 안와서 슬그머니 걱정이 됐다.
그래도 두사람과 함께 신나게 공부를 해서 다음시간을 대비했다.
첫시간부터 기운이 가라앉으면 뒷 시간들은 힘이 배로 더 들기 때문이다.
 
Avanzado반은 다들 열심히 해주어서 삼국유사를 조금씩이라도 보고 있다.
삼국유사를 본 지는 이제 첫달이라 아주 느릴 것을 예상하고 있다.
지금은 열정으로, 그 뒤에는 함께 공부하는 목적을 가지고 진득하니 공부할 수 있는 힘을 길러주려고 한다.
 
Basico3반은 출석률이 좋다.
14명 중에 11명이 왔다. 안 온 사람들은 못온다고 미리 문자를 보낸다.
몇 번이고 반복해서 이야기했더니 이제는 그렇게 문자를 보내준다. 다행이다.
이렇게 하나씩 더 해간다.
 
수업을 마치고 기관을 나오려고 하는데 일본어 도시로 선생님이 나를 잡고 이야기를 한다.
"핀셀"이 있냐고 물으시는데 무슨 단어인지 몰라서 "그게 뭐죠?" 라고 물으니 길게 설명을 한다.
한자를 쓸 때 쓰는 거고...물을 부어서 잉크를 만들어서 뭍혀서 쓰는 연필같은 거라고.....
옆에선 학생들도 답답한지 내게 무슨 설명을 하려고 하지만...그렇게 2분간 서로 하는 말을 듣고 있다가 불연듯 깨달아지는 것이 '붓'이었다.
그래서 왜그러냐고 했더니 붓이 있으면 자기에게 팔아달라는 것이다.
한자를 쓰는 수업을 하려고 그러는가보다.
이번에 활동지원물품을 신청했다고 오면 빌려주겠다고 이야기했더니 고맙다며 들어가는데..수업중이었나보다. 영어수업을 하는 줄 알았던 교실로 들어가는 선생님을 보면서 열정적이라는 생각을 했다.
이런 선생님들이 있으니 작은 도시 타크나에서 이 기관이 이렇게나 인기가 있는거겠지...
 
집으로 걸어오면서 생각을 정리했다.
매일 걸어가고 오며 생각을 정리한다. 이런 시간이 좋다.
 
지우개 도장 만들기(2017.06.13)
아침운동에 사람이 많이 왔다. 화요일이 특히 많이 오는 날인가보다.
텔마, 세나이다, 카롤리나, 레슬리, 카테리네가 왔다.
 
고급반 수업을 하고 있는데 누가 문을 두드린다.
누군가 해서 문을 열어보니 여자 영어선생님 두 분이 서 있다.
무슨 일이시냐고 하니까 우물우물 말을 꺼낸다. 아버지의 날 행사를 이번 목요일에 하는데 compartir했으면 좋겠다고 한다. 얼마씩 하느냐고 물으니 15솔씩이다.
15솔이 없어서 50솔짜리를 주고 잔돈을 받았다. 아버지의 날 행사에 꼭 참여해달라고 이야기하고 간다.
 
고급반 학생들과는 지우개로 도장을 팠다.
서예수업을 위한 첫번째 발걸음이다. 활동지원물품을 신청했으니....
도장만으로도 충분히 재미는 있겠지만, 자신이 가진 모든 것을 모아 작품을 하나씩 만들어갈 때 가질  수 있는 성취감을 느끼게 해주고싶다.
전에 내가 판 도장을 보여주며 음각과 양각을 설명하고 칼을 조심해서 다루도록 주의사항을 말해 준 다음 도장그림부터 새겨보게했다.
 
작은 칼 하나와 지우개 하나, 연습장과 심이 진한 연필 한 자루만 있으면 30분만에 도장하나가 나온다.
인주가 있으면 지우개 도장을 찍어 볼 수 있다.
지우개 도장을 만든 학생들은 흥분을 감추지 못하고 하나씩 더 만드는 학생들도 있었다.
하나를 만들어보더니 익숙해졌는지 생각보다 잘 만든다.
 
태극권 새로운 형을 배우다.(2017.06.14)
아침운동에 텔마와 레슬리만 참석했다.
이때가 기회다 싶어서 새로운 형을 가르쳤다.
사비세와 운수다.
 
전부터 원래의 형보다는 훨씬 간소화된 형을 가르치고 있지만 형태를 간소화 시키면서 동작 안에 든 의미를 유지한다는 것이 참 어렵다는 생각이든다. 아마 나보다 더 오래 이것을 공부한 사람은 내가 놓치고 간 부분을 찾을 수도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다.
대화에 한계가 있고 아무 운동을 접해보지 않은 친구들과 태극권을 하려니 그렇다고 생각하자.
한 발짝씩 가자.
 
수업이나 더 열심히 해야지. 
 
114기 호텔예약, 한국어 고급/중급과정 공지, 충격적인 '아버지의 날' 행사(2017.06.15)
아침운동을 끝내고 학생들과 함께 센트로 쪽으로 걸어내려갔다.
산 마르틴 호텔에 예약을 하기 위해서다.
호텔에 가서 예약을 할 수 있냐고 물으니 '언제' 묵을 거냐고 한다.
공지온 메일에 24일까지라고 돼있지만 일요일로 표기가 돼있어서 25일 일요일까지로 예약했다.
연코디에게 보낸 톡에 답이 안 왔기 때문이다.;;;;
 
일단 호텔 예약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오니 배코디를 통해서 공지가 하나 와있다.
한국어 고급/중급 연수과정이 있으니 메일로 보낸 공지를 확인해달라는 것이다.
공지를 보니 마를레니가 떠올랐다.
당장 마를레니에게 연락을 하고 서류를 준비했다.
마를레니가 하고싶어하든 하고싶어하지 않든 일단 서류가 먼저 준비되어야 바로 코이카 사무실로 연락을 할 수 있을 것 같아서다.
고급과정은 토픽 5급이상 한국어교사양성과정이라 지원자격이 안되고 중급과정 자격이 토픽 3급이상이라 자격이 되어 지원했다.
 
저녁에는 수업을 않고 아버지의 날 행사에 참여했다.
어학원 언어강사 중에 아버지들을 위해서 마련한 자리일텐데....
나는 왜 그 사이에 끼어있는 걸까?
여긴 어디? 나는 누구?
충격적인 것은 걷은 돈으로 음식과 술 그리고 이벤트회사를 불렀다는 것이다.
그냥 이벤트 회사도 아니고 '고양이' 복장을 한 여성이 와서 아버지들에게 춤추고 노래하는 걸 시킨다는 게 충격적이랄까...그래도 흥겨운 자리였다.
엉겁결에 선물도 함께 받았다. 아버지의 날 기념 잔(Taza)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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