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절, 보카 델 리오(2017.05.01)
노동절이라 월요일도 쉰다.
페루도 5월 1일이 노동절이다.
어젯밤에 타크나에 도착해서 장선교사님댁에서 저녁을 먹고 늦게까지 이야기를 하고 집에 돌아온 탓에 늦잠을 잤다.
느즈막이 8시반이나 되어 일어나서는 씻고 밥을 먹으려고 했다.
밥을 하고 있으니 장선교사님이 연락을 하신다. 보카델리오에 갈건데 또 가겠냐는 것이다.
오늘 헤르만 선생님이랑 에스파뇰 수업이 있는데 어떻게 할까 고민하다가
헤르만 선생님한테 해변에 가고 싶다고 이야기하니 '오늘은 휴일'이라고 얼른 가라고 답해주신다.
그래서 마음 가볍게 보카델리오로 갔다.
종일 해변에 가져간 천막 그늘에서 쉬면서 선교사님이랑 전의 내 일에 대해 이야기했다.
베키랑도 미국과 페루에서의 교육에 대한 이야기를 좀 더 나눴다.
어떤 교육을 받는지, 어떻게 다르고 만족스러운 건 어떤 점인지 물어보고 이야기 했다.
중간에 '일따'라는 친구가 왔다. 우리랑 만나기 위해서 먼 곳에서 걸어와서 해변을 계속 헤맸다고 한다.
장선교사님이랑 나는 해변의 갯바위 지역을 산책하려고 걷다가 만났다.
우리는 계속 산책을 하고 일따는 에스더선교사님이랑 베키에게로 갔다.
산책을 하고 돌아와서 천막을 걷고 집으로 돌아왔다.
돌아오는 길에 예쁜 색깔돌이 있는 해변이 있다는 일따의 말에 해변을 찾아봤지만 어디인지 알지 못했다.
타크나로 돌아와서는 저녁시간이 애매해서 밖에서 저녁을 먹기로 했다.
집에서 씻고 모이기로 했는데 근처 피자집에서 보기로 했다. REPRESCO라는 피자집인데...
평소에는 한적하던 피자집이 사람들로 바글거린다. 노동절이라 주변 가게들이 죄다 문을 닫은 탓이다.
전에 다른 가게에서 먹어본 라자냐를 먹고 싶어서 주문을 했는데 라비올리라는 것이 나왔다.
주문받은 사람의 실수인 것 같은데 새로운 메뉴라 그냥 먹어보기로 했다.
라비올리는 납작하고 네모난 작은 만두같은 거였는데 안에는 시금치를 다져서 넣었다. 라비올리도 생각보다 맛있었다.
오늘까지 두 번이나 해변에 같이 가 준 선교사님네가 고마워서 오늘 저녁을 내가 산다고 말씀드렸다.
초청을 자신들이 했는데 그러면 안된다고 하셨지만 한 번쯤은 살 수 있다.
5명분을 다 하니 90솔(한국돈 3만원)가량이 나왔다. 치차모라다도 한 병을 시켰는데 생각보다 적게 나왔다.
시장에서 먹으면야 이것보다 훨씬 적게 나왔겠지만 이런 체인음식점들 같은 경우는 훨씬 많이 나오는데....
150솔정도를 예상했는데 뭔가 아낀 느낌이다.
페루 대사 간담회(2017.05.03)
CEID앞 고깃집에서 간담회를 했다.
저녁 8시 반에 하려다가 시간을 바꿔서 8시로 했다고 한다.
대사님은 모께구아에 일이 있어서 가는 길에 타크나 현지주민들도 만나고 가겠다고 자리를 만든 것이다.
타크나에 있는 한국인들은 코이카 아니면 선교사다.
아. 한 분이 여기서 사업을 하신다. 해산물을 가공해서 파는 일을 하신다.
사실 별이야기는 없었다. 그냥 지역에서 서로 잘 지내고 있었으면 한다는 격려정도 뿐....
대사님도 모께구아 갔다가 일로에 갔다가 타크나에 온 거라서 피곤해 보였다.
어제 동ㅇ쌤, 순ㅇ쌤이랑 먹은 고기들이 기름기가 많았는지 종일 속에 있는 걸 내놨다.
그래도 기력이 떨어지지는 않아서 먹기는 잘 먹는다.
빠리야스에 모듬으로 나오는 고기를 먹고 아무도 안 가져가려고 하길래 남은 고기를 내가 다 싸왔다.
5월 수업시작(2017.05.04)
어제 늦은 밤에 ㅇ우에게 톡이 와 있었다.
아버지가 돌아가셨다는 톡이다.
일ㅇ이한테 연락을 해보니 이미 장례식장에 갔다가 돌아가는 길이라 한다.
그래서 어떻게 조의금을 보낼까 생각했는데....결국 일ㅇ이한테 ㅇ우 계좌로 조의금을 부쳐달라고 했다.
나중에 ㅇ이한테 부탁해서 일ㅇ이한테 돈을 넣어줘야지.
오늘부터 5월 수업이 시작이다.
한글에 대해서 아무것도 모르던 사람들은 이제 없고
한글을 보면 띄엄띄엄 읽을 수 있는 사람들이 타크나에 20명정도 더 생겼다. 내가 대견하기 보다는 이들이 고맙다.
지금은 아무런 이득없는 언어를 위해서 본인의 시간과 노력, 가치를 붓고 있으니 말이다.
그래서 더 열심을 내게 된다.
준비도 더 철저히 하려고 한다.
처음 내게 배운 친구들에게는 미안한 이야기지만 지금 내게 배우는 친구들이 훨씬 낫게 배우고 있다.
그래서 처음 가르친 친구들에게는 한국어 뿐 아니라 한국의 고급문화를 접할 수 있는 기회를 더 주었지만....
마음 한 켠으로는 현지어를 더 잘 하지 못한 것에 대한 미안한 마음이 남아 있다.
이번 달도 열심히!
네이버 해킹(2017.05.05)
아침에 네이버에서 블로그를 쓰고 있는데 이상한 알림이 하나 뜬다.
비밀번호가 변경되었습니다?
내가 바꾼 적이 없는데 왜 비밀번호가 바뀌지?
혹시나 하는 마음에 아이디 접속자를 확인해봤더니 한국에서 접속해 있는 사람이 있다.
이건 뭔가.....아이피는 알았는데 주소를 확인하니 인터넷 회사가 뜬다.
우회아이피구나....
네이버에 내가 알고 있는 모든 경로를 동원해서 연락하고 비밀번호를 바꿔야한다고 알림을 보냈다.
연락이 없다.
오전에는 계속 그 아이피에서 내 아이디로 접속하는 것을 로그아웃시켰다.
그랬더니 한국시간으로 새벽이 되니까 접속이 멈춘다.
나는 일하러 가야되는 시간인데....혹시 컴퓨터를 끄면 지금 접속이 끊길까봐 끄지도 못하고 켜놓고 수업을 갔다왔다.
다행히 중간에 또 접속한 흔적이 없다.
조금 더 기다리니 네이버에서 임시비밀번호를 보냈다는 알림이 온다.
얼른 비번을 바꾸고 다른 것들도 다 바꿨다.
털어봤자 은행이랑 연결된 아이디가 없으니 별 탈이 날 건 없지만....
내 교육자료들이 담긴 아이디들이라서 신경이 쓰인다.
앞으로 조금 더 조심해야겠다.
어떻게 특수문자까지 있는 비밀번호를 해킹했을까....;;;;;
산토 도밍고 사비오(2017.05.06)
달란트 장이 서는 날이다. 아이들도 약간 상기된 모습들이다.
이번에는 5월이 생일인 아이들도 챙겨주려고 케잌도 사간다.
내일도 오냐고 묻는 아이에게 내일은 일때문에 못온다고 이야기했다.
계속 속에 있는 걸 내리고 있고, 일요일은 꼭 해야하는 것이 있어서 못간다.
다음주부터는 아침에 운동도 가르치기로 해서 하루가 더 빠듯해질 것이다.
왜 이렇게 바쁘게 사냐고 물을 수도 있다.
하지만 내가 그렇게 살고 싶어서 내 시간을 만들어 가는 것과
나는 그러고 싶지 않지만 억지로 주어지는 일과의 차이는 하늘과 땅끝차이다.
손바닥 위의 인문학 편집(2017.05.07)
종일 집 안에서 고요한 시간을 보냈다.
함께 있을 때도 좋지만 혼자 있는 시간도 필요하다.
몸을 쉬게하고 생각을 정리하고 청소와 빨래를 하고 주변을 정리한다..
이 시간들이 나를 더 온전하게 만들어 준다.
저녁에 마지막 편집을 하고 메일로 손바닥 위의 인문학 페루 4호를 보냈다.
태극권, 검도(2017.05.08)
자기 전 항상 태극권을 조금씩이나마 한다.
낮동안 긴장하고 굳은 몸을 풀고 잠들고 싶어서다.
학생들이 내가 태극권과 검도를 하고 있다는 이야기를 듣고는 가르쳐달라고 한다.
검 쓰는 것은 지금까지 수련해온 것을 조금 가르쳐볼 생각이다.
심검도 해동검도 등에서 배운 기술들은 따로 생각하지 않을 것이다.
대부분의 유파들에서 쓰고 있는 기술들은 가르치고 나머지는 내가 정리한 것들이다.
처음에는 손과 몸 쓰는 것을 가르치고 그 다음 도구를 쓰는 법을 가르칠 생각이다.
한 두사람이 올까 했는데 정말 세나이다와 텔마가 왔다.
장선교사님도 관심이 있다며 베키를 학교에 데려다주고 배우러 온단다.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아침 8시부터 8시 40분까지 운동을 하는데 첫날 세 사람이나 올 줄이야.
혼자 운동하고 들어가야하려나 하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첫날 아침운동은 당연히 어색한 동작들을 하고 지나갔다.
하루이틀 시간이 지나면서 점점 나아질 것이다.
태극권은 '단'이라는 개념이 없다. 그저 몇년동안 수련을 했는지 물어볼 뿐이다.
꾸준히 한다는 전제하에 시간이 지날수록 그 수련 정도가 나타나기 때문이다.
계속 해보자.
한국 집에 전화, 태극권, 현장지원물품 이야기(2017.05.09)
어제 저녁에 한국 집에 전화를 했다.
한국시간으로 9일 오전 11시반쯤이었다.
별다른 이야기는 없었다.
밥은 잘 먹느냐 일하는 건 어떠냐...두 분 다 목소리에 생기가 있어서 마음이 놓인다.
거의 반년만에 목소리를 듣는 것이다.
한국에서 출국하기 직전까지도 아버지는 내가 모든 기반을 다 버리고 코이카봉사에 가는 것을
마음에 들어하지 않으셨고 이해하지 못하셨다. 지금은 조금 더 이해해주실까?
어머니는 언제든 하고싶은 걸 하라며 믿어주시니 참 감사하다.
핸드폰이 없으면 국제전화가 어렵기 때문에 핸드폰을 사드리려고 했는데 아버지의 격렬한 반대로 무산된 터라....
그간 연락하기가 힘들었다. 동생을 통해서 연락을 드리고는 했는데....
이번에 동생이 집에 간 잠시동안에 시간을 맞춰서 통화를 했다.
태극권...사람이 늘었다.
오늘은 베로니카까지 해서 4사람이 왔다.
람작미에 이어서 단편까지 동작을 했다.
장선교사님은 동작을 한사람씩 좀 잡아주면 더 낫지 않겠느냐고 물으신다.
하지만 아무 동작의 뼈대도 없이 동작을 잡아줄 수는 없다. 아무 것도 없는 황무지에 무언가를 세우기는 어려운 법이다.
이번주 한 주는 형태를 보고 따라하게 하고 다음주에 몸의 형태와 동작의 순서를 한사람씩 잡아줄 생각이다.
순ㅇ쌤과 현장지원물품 이야기를 했다.
전에 내가 프린터를 사야한다고 했더니 자기가 아직 현장지원물품비를 한 번도 안 썼다고 자기 것으로 사면 된다고 했다.
그래서 그러자고 일단 필요한 물품들을 조사해서 보자고 했는데 짐작대로 아무 것도 안가지고 왔다.
일단 내가 정리한 것을 보여주기는 했지만....
이번 달은 물품 견적을 받고 다음달에 신청할 수 있도록 해야겠다.
문재인 대통령 당선, 아침운동, 에스파뇰 수업(2017.05.10)
기쁘다. 그리고 아쉽다.
아침운동에 베로니카와 장선교사님이 안 왔다.
베로니카는 아침부터 수업이 있다고 했고, 장선교사님은 약속이 잡혀서 오늘은 참석을 못한다고 한다.
세나이다, 텔마, 카롤리나, 미리암...이렇게 4사람이 태극권을 했다.
오늘은 제수와 고까지의 동작을 배웠다.
이까지가 한 '호흡'이다. 그 다음부터는 다음 호흡이다. 다른 사람은 어떤 표현을 쓰는지 모르겠지만 나는 호흡이라는 표현을 쓴다.
운동도 순조롭게 배우고 있다. 다만 내가 몸과 움직임에 대한 언어가 부족해서 설명하는데 시간이 조금 더 걸린다는 것이 아쉽긴 하다.
에스파뇰 수업까지 하고 나니 피곤이 몰려온다.
오후에는 학생들이 늦어서 더 피곤해졌다.
나는 마음을 쓰는 것이 몸을 쓰는 것보다 더 피곤하다.
되도록이면 마음을 쓰지 않도록 하려고 하지만...사람 마음이 그렇게가 잘 안된다.
어느순간 사람에게 마음을 쓰게 되고 그리고 실망하고 피로감을 느낀다.
그냥 요새 피곤할 이유가 많아졌다.
장보기, 짜증(2017.05.11)
태극권 인원이 6명으로 늘었다. 장선교사님까지 하면 7명이다.
오늘은 세나이다, 텔마, 미리암, 베로니카, 카롤리나에 까리나까지 왔다.
사람이 많아져서 조금 불안하다.
이 친구들이 잘 따라올 수 있을까? 한 사람씩 봐줄 시간이 줄어들게 되는데....
사람이 있어서 기분은 좋지만 조금 불안하다.
아침운동을 하고 장을 봤다.
볼로그네시 메르카딜료에 가니 아침이라 그런지 고기들도 신선하고 채소들도 갓 들여온 것 같다.
고기 500g 7.5솔과 쌀2kg 6솔, 유카1kg 3솔, 토마토 1kg 3솔, 흰양파 1kg 2솔, 파 1개에 1솔, 쪽파 반단에 1솔씩
깐마늘 작은 봉지 2개 2솔해서 샀다.
집에 와서 장 본 것을 정리하면서 밥을 했다. 배가 고프기도 하고 저녁밥을 도시락으로 싸가려고....
Basico5반은 학생들과 영화를 봤다. '나는 왕이로소이다'라는 영화는 2시간이 훌쩍 넘어간다.
세종의 세자적 이야기를 상상으로 만든 것이다. 중간에 끊겼지만 재미있게 봤다.
Avanzado1반은 학생들이 내 피곤한 모습을 보고 오해를 한 모양이다.
화가 난 줄 알고 문법 발표 수업이 끝나고 난 뒤에 마를레니를 채근해서 쪽지 편지를 보여준다.
지각하고 공부에 미진한 것에 대해서 미안하다고 화를 풀었으면 한다는 내용이었다.
화가 난 건 아니지만 학생들에게 평소에 생각한 것을 이야기했다.
지금까지 늦거나 안 온 것으로 이야기를 한 적은 없지만 항상 미리 연락을 줬으면 좋겠다고 했다.
전에도 한 이야기지만 또 했다. 또 해도 모자랄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Basico2에서는 짜증이 났다. 두번째 시간에 숫자를 배우는 중이었다.
숫자를 먼저 쓰고 읽어주고 시간을 준 뒤에 연습이라고 이야기하고 칠판에 숫자를 하나씩 한글로 쓰도록 했다.
나는 그제야 깨달았다. 학생들 중에서 아직 한글자모를 모르는 학생들이 있다는 것을....
그것에 짜증이 났다. 학생들이 자신의 부끄러움을 숨기고 있다는 것을 눈치채지 못한 내게 짜증이 난 것이다.
신디가 다른 학생들이 말해주는 것만으로 글자를 쓰는 것을 보고 그제야 깨달은 것이다.
나는 첫시간에 해 준 이야기를 다시 했다.
'실수를 두려워하지마라. 나는 그것을 원하지 않는다. 실수해도 괜찮다. 실수를 하지 않으려는 것을 나는 원하지 않는다.'
학생들이 조용해졌다. 왜 조용한지는 안다. 하지만 이것이 지나야 다시 공부할 수 있다.
피곤하다. 내일은 피곤할 일이 더 많은데....이번주는 체력관리 잘 해야겠다.
아침운동, 에릭 생일, 일본식 식당(2017.05.12)
오늘 아침운동은 세나이다, 텔마, 베로니카, 카롤리나 네 사람만 왔다.
미리암은 짐으로 운동을 하러 간 모양이다.
까리나는 장선교사님을 보기가 미안한지 안오는 것 같다.
그냥 모른척 아무말도 안했다.
사람들이 일주일동안 동작을 잘 따라와준다.
람작미부터 시작해서 오늘 루슬요보까지 했다. 왼쪽이니 좌루슬요보겠다.
에릭 생일이어서 아침운동을 끝내고 센트로에 갔다.
은행에서 돈을 뽑아서 케잌을 사기 위해서다. 지금 가지고 있는 돈이 20솔 남짓이어서....
장선교사님 차를 얻어타고 센트로에 갔다. 은행에서 돈을 뽑고 환전소에서 환전을 하고 플라자베아로 걸어갔다.
플라자베아에 온 김에 장을 좀 보고 케잌을 샀다.
한국에서 큰 크기 케잌이 22솔이다. 한국돈으로 10,000원정도다.
케잌까지 사고나서 택시를 타고 집으로 돌아왔다.
플라자베아에서 집(Urb Tacna)까지 택시비는 4솔이다.
집에서 잠시 쉬다가 다시 샤워를 한 번 하고 기관에 갔다. 금요일이라 큰 교실을 쓰지 못해서 sala2를 썼다.
기관 사무실 2층에 있는 작은 교실이다. 10명이 들어가면 가득차는 교실...
어떻게 하면 에릭을 놀래줄까 하고 생각했는데 깜짝 놀래키는 것 보다는,
수업 중간에 단어공부를 하면서 칠판에 생일축하한다고 써주고 케잌을 꺼내기로 마음먹었다.
카롤리나와 베로니카에게 생일축하한다고 빨리 써달라고 눈치를 주고 케잌을 꺼냈다.
텔마와 카롤리나는 집에서 치차모라다 같은 수프(?)는 아니고... Dulce를 해서 왔다. 아직 따뜻했다.
나는 마실 것만 준비해달라고 했는데 이 친구들은 친구 생일을 좀 더 떠들썩하게 보내고 싶었나보다...
사진 찍는 것도 잊고 생일축하노래를 불러주고 와구와구 먹었다. 먹고 나서야 생각이 났다.
사진을 아직 안찍었다며 다 먹은채로 사진을 찍자고 했다.
Avanzado1 수업은 글쓰기다. 토픽 글쓰기 교재 중에 한 페이지를 프린트해서 학생들과 글을 써봤다.
조건에 맞는 글쓰기인데....아직 글의 구성이 어설프다.
에스파뇰로 글을 써도 힘들텐데 남의 나라 말로 글을 써야하니 얼마나 힘들 것인가.
시간을 정해주고 쓰라고 하고는 시간이 되어서 글을 걷어왔다. 이제 집에서 보고 첨삭해줘야지.
저녁은 순ㅇ, 동ㅇ쌤들이랑 밖에서 먹기로 했다.
센트로에 있는 일본식당에 간다고 하길래 동ㅇ쌤 가기 전에 순ㅇ쌤이 밥을 한 끼 사려고 하는 걸로 보였다.
그래서 나도 끼었다. '미스티'라는 간판의 일본식당은 센트로 카테드랄(대성당)에서도 더 내려가서 있었다.
마끼라고 부르는 밥말이를 시켰는데 김밥 한 줄 같은 5마끼에 100솔이었다.(우리돈으로 3만원이 조금 넘는 정도다.)
맛있게 먹고 돈계산을 하니 한 명당 33솔 정도 나왔다. 음료수로 마라꾸야를 한 병 시켰기 때문이다.
밥을 먹고 집에 오니 8시가 조금 넘었다.
씻고 어질러진 걸 좀 치우고 나니 피곤하다.
요즘 빨리 피로가 오는 것을 느낀다. 기후때문인가?
아침부터 저녁까지 계속 깨어있는 것이 문제인가? 점심을 좀 일찍 먹고 30분정도 자 봐야겠다.
그림책을 만들다. 어머니의 날(2017.05.14)
그림책을 만들었다.
한국에서 그랬듯 손감각을 더 기르고 관찰력을 높이기 위해서다.
그림을 잘 그려서 그림을 그려 남기려는 것이 아니다.
작은 민무늬공책을 포장지를 잘라 껍질을 씌우고 겉을 정리했다.
그리고 공원에 나가서 공원 안에 있는 타크나에서 가장 많이 볼 수 있는 나무를 그렸다.
대추야자나무같이 생겼는데 맞는지 모르겠다.
열매가 꼭 작은 대추나 올리브같이 생겼는데...
현지학생들한테 물어보니 열매를 먹지는 않는다고 한다.
이 나무 덕분에 출근할 때 그늘로 다닐 수 있어서 참 좋다.
역시나 아직 감각이 무디고 느려서 1시간정도를 그려야 어느정도 이게 무슨 그림이다 하는 걸 알 정도로 그린다.
계속 틈날 때마다 그려갈 생각이다. 먼저 작은 식물이나 큰 식물의 일부를 그리는 것으로 시작해서 동물로 넘어갈 것이다.
움직이는 것보다는 움직이지 않는 것을 먼저 그리고, 큰 것보다는 작은 것을 먼저 그리고,
먼저 부분을 그려보고 전체를 그리는 방향으로 방향을 잡을 것이다.
학원을 다녀본 적도 없고 누군가에게 조언을 들은 것도 아니다. 그저 있는그대로를 그리려다보니 알게 됐다.
이것도 더 그리다보면 나중에는 바꿀 부분들이 있겠지....
5월 두번째 주 일요일은 '어머니의 날'이라고 한다.
우리는 8일이 어버이날인데 반해 페루는 어머니의 날과 아버지의 날이 따로 있는 것 같다.
학생들이 왓츠앱 그룹에서 서로 어머니날을 잘 보내라며 격려톡을 한다.
가부장적인 나라이고 권위적인 분위기가 가족 안에 많이 남아있다고 들은 터지만..내가 본 이들의 모습은....
배려와 존중을 내가 오히려 배워야 할 듯하다.
버스에서 자리에 앉아있다가도 아이를 데리고 있는 여성이나 나이많은 어른, 여성을 보면
자리를 내 주는 남자들을 보게 되고, 줄을 섰다가도 나이많은 어른들과 장애인이 보이면 누구라도 먼저 차례를 권한다.
이들은 마음바닥에 자존감을 깔고 있다.
길가에서 구걸하는 사람들도 웬만하면 가진 재주를 팔려하지 그냥 돈을 바라지 않는다.
그냥 구걸만 할 수 밖에 없는 사람들도 사람들이 거절하는 기색을 보이면 아무말 없이 조용히 물러난다.
지나가는 사람들도 자기가 도울 수 있는 만큼정도를 돕는 것으로 보인다.
원주민과 메스티소(혼혈인), 백인들 사이의 권력구조가 있기는 하지만 겉으로 보이는 그 권력관계가 전부는 아니다.
이들의 삶과 슬픔과 희망을 설명하자면 그것만으로는 연계성이 빈약하다.
수백년을 살아온 그들의 삶이 나의 짧은 이곳 생활에 모두 읽힐리는 없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더 들어가보자. 삶 속으로....
아침운동, 에스파뇰수업은 못했다.(2017.05.15)
스승의 날이다.
페루는 아직이지만....한국에서 들리는 소식을 듣고 마음에 기쁨이 일었다.
세월호에서 순직한 기간제 선생님들을 순직처리하라는 대통령 지시가 있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나 같은 사람에게는 그 소식이야 말로 큰 선물이다.
내게 직접적으로 좋은 것은 아니지만 사회가 올바른 판단을 하고 정상화되고 있다는 소식이야말로
내가 첫번째로 꼽아 기뻐할 소식이다.
그런 사회에서야 말로 내가 무엇이든 해보려는 마음을 가질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세상이 어두우면 숨어 자신을 닦고, 세상이 밝으면 나가서 다시 밝히는 것에 힘쓰라던 선현들의 가르침이다.
아침운동은 텔마와 카롤리나가 나왔다.
장선교사님이 아무 연락이 없었는데 안오셨다.
운수와 수휘비파까지를 가르쳐주고 마무리했다.
에스더선교사님이 주말에 몸이 안 좋다고 했는데 괜찮은지 연락을 했더니 답이 없다.
핸드폰도 두 사람 다 먹통이다. 걱정이 되서 현지친구들과 코이카 다른 사람들한테 물어봤더니 모른다.
오후가 되니 장선교사님한테서 톡이 온다. 베키가 방학을 해서 칠레에 가셨단다.
걱정이 사라졌다. 좋은시간 보내고 오시라고 말씀드리고 안심했다.
11시가 조금 넘어서 헤르만 선생님한테 연락을 했다.
댁으로 에스파뇰 수업을 가도 되냐고...그랬더니 지금 은행에 계신단다.
은행일 때문에 수업을 못한다고 한다. 그래서 수요일에 보기로 했다.
페루에서는 약속이 돼있어도 항상 미리 물어보는 습관을 들여야 하겠다.
먼저 무슨일이 생겼다고 연락을 주는 일은 거의 없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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