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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다반사 La vida/KOICA기록[페루]

[KOICA]페루기록-2017 Tacna 현지적응(2017.04.01.~2017.04.15.)

by 남쪽숲 2024. 10.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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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픽반, 까치나, 플라자데 아르코 한국문화공연(2017.04.01)

아침에 기관에 가니 토픽반 학생들이 아무도 안왔다.

10시 반이 넘었는데도 아무도 없다.

그래서 나가려는데 왓츠업 문자가 온다.

마를레니가 어디냐고 묻는다.

자꾸 이런 상황이 계속되니 나도 늦게 오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지만

저희는 저희고 나는 나라는 생각에 그냥 내 삶을 지키기로 했다.

 

오늘은 마를레니 혼자왔다.

이 친구들은 자신들이 공부를 봐달라고 했는데 공부하러 안온다.

혼자 공부하는 게 낫다고 생각하면 그냥 말하고 혼자 공부하면 되는데 그것도 아니다.

마를레니와 읽기파트를 끝내고 쓰기 파트를 물어봤다. 시험지에 글을 써본 적 있냐고 물었다.

없단다. 시험이 보름 남았는데 아직 글을 안 써보다니...그러고도 붙고 싶다는 생각을 한다니....

일단 쓰기 숙제를 내주고 학교를 나왔다.

 

까치나에 가려고 학생들한테 장소를 물었는데 미르타가 같이 가자고 한다.

자기도 옷을 사고 싶은 게 있다고.....

그래서 간 까치나....토요일 까치나는 이전에 두 번정도 간 기억이 있다.

그런데 한달여만에 좀 많이 바뀐 것 같다. 상품들이 많이 획일화된 느낌이다.

뭐지 하고 생각하면서도 내가 사려는 신발을 계속 구경했다.

끝까지 올라갔다가 목이 말라서 마라꾸야를 한 잔씩 마시고 입구로 다시 내려오는 길에 결국 운동화를 한 켤레 샀다.

진짜인지 가짜인지 모를 아디다스 상표가 찍혀있는 튼튼한 운동화였다.

150솔(약 5만원정도)에 샀으니 한국 가격으로는 그리 싸지도 비싸지도 않은 가격이라 하겠다.

 

시장을 나와서 집으로 왔다.

토요일 시장인 살리다 타라타에서 집으로 오는 버스는 200번이다.

미르타가 배웅을 해줬는데, 길을 묻는 중에 만난 아주머니가 버스타고 내리는 길을 아주 자세하게 가르쳐주어서 쉽게 올 수 있었다.

사실 아주머니는 안심이 안됐는지 자기도 200번을 타고 근처까지 와주었다.

그리고 내가 내리는 곳 가까이가 되자 내게 다시 한 번 설명을 해주고 먼저 내리신다.

고맙다. 이런 사람들이 있어서 이곳에 머무르고 싶은 생각이 더 생긴다.

 

집에 와서 잠시 쉬면서 바느질을 했다.

전에 입었던 생활한복 단추가 하나 떨어졌기 때문이다. 다른 단추들도 떨어지려고 해서 다시 꿰맸다.

삼십분 정도를 들여서 단추들을 튼튼하게 달고나니 한국문화공연에 갈 시간이 다 됐다.

옷을 입고 투호와 제기를 챙겨서 버스를 탔다.

타고가다보니 푸ㅇ쌤 전화가 와있다.

어제 무대 앞에서 내 소개를 해달라는 이야기를 하길래 거절했는데  또 무슨일일까 하고 전화를 받으니 위치를 묻는 거였다.

 

아르코에 도착하니 주변에 자리를 세팅하고 있다.

5시에 시작한다고 해서 4시까지 왔는데 4시 반에 시작하겠다고 한단다.

그 이야기를 듣고 다시 한번 쳐다보니 자기가 그런게 아니고 시청에서 그러자고 한단다. 그 시청이 본인 소속이 아닌가....

어찌 시작을 했는데 앞에 나가서는 결국 내게 소개를 시킨다.

어제 내가 하지 않겠다고 사회자가 소개해달라고 했던 그것을 마이크를 들이대면서 시킨다.

지ㅇ쌤이 먼저 하는 걸 보니 분명히 지ㅇ쌤과는 이야기를 해보고 그렇게하면 내가 따를 수 밖에 없을 거다라는 이야기를 한 것이리라.

순간 마음이 상했다.

하지만 남을 판단하지는 말자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그냥 다 해줬다.

그리고 나는 그 다음 내 행동들을 결정한다.

판단하지는 않지만 그들의 행동을 보고 앞으로 내가 하지 말아야 행동을 생각한다.

이 사람들은 자기 욕심이 많은 사람들이고, 상의하고 설득해서 행동을 바꾸려기보다는

자신들끼리만 이야기하고 상황을 그렇게 몰아가는 것으로 내 행동을 제약하려는 사람들이니,

나는 내 의지와 행동을 스스로 결정할 수 있는 위치가 아니면 이들과 함께 하지 않겠다는 결정이다.

그들은 눈치채기 어렵겠지만, 다음이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그들과 함께 다음을 기약하는 것은

다시 한 번 생각하게 될 것이다. 

 

집으로 돌아와서 상황을 다시 한 번 천천히 복기해본다.

그들은 자신들이 욕심냈고, 자신들이 편안한 것, 설득하는 것 보다는 강제하는 것을 택했다.

그것은 내게 신뢰에 대한 실망을 남겼고 앞으로 마이너스로 작용할 것이다.

 

산토 도밍고 사비오(2017.04.02)

오늘도 축구를 하러 산토 도밍고 사비오로 갔다.

전에 갔을 때 마실 물이나 음료가 아무 것도 준비가 안 됐기에

버스를 타러 CEID로 가면서 문을 연 가게를 찾을려고 했는데 없었다.

하긴 아직 8시도 안 됐는데 문을 연 곳이 있을리가....

여기는 한국이나 일본 같이 편의점이 동네 곳곳에 있는 곳이 아니니까....

 

CEID앞에까지 살짝 뜀걸음으로 가보니 후안 치니또와 아카리가 기다리고 있다.

함께 산토 도밍고 사비오로 22번 버스를 타고 가보니 아무도 안왔다.

일단 가는 길에 문을 연 가게가 있어서 콜라와 컵을 샀다. 9.8솔이 들었다.보자.10솔이면 3000원인가..

그리고 안 온 친구들을 기다린다고 문 앞에서 30분을 보내고...

 

결국 축구를 시작한 건 8시 40분이 안돼서였다.

10시까지 축구를 하다가 먼저 나왔다.

다른 친구들은 더 늦게까지 있어도 괜찮은지 갈 생각이 없다.

나는 콜라를 한 잔씩 돌리고 가방을 챙겨서 나왔다.

 

집으로 와서 다시 글쓰는데 집중한다.

요즘 혼자서 조용히 글을 쓸 시간이 부족해서 글이 엉망이 됐다.

2월 글은 내가 봐도 무슨이야기를 하고 싶은 것인지 모를 정도의 글이었다.

집중...집중...

 

4.3이다. 에스파뇰 수업, Basico1 시작(2017.04.03)

오늘은 제주 4.3을 기억해야 하는 날이다.

나라를 지켜야할 군인들의 총부리가 시민을 향해 겨눠지고 쏘아댄 것을 잊지 말아야 하는 날들 중의 하나다.

군인은 쓸모가 없을 때 제 기능을 하는 것이다. 군인이 쓸모있을 때라는 것은 전쟁할 때 밖에 없다.

경찰이 치안을 유지하지 않고 시민을 토끼몰이하듯 몰아대는 행동을 보인다면

당연히 제대로 된 모습으로 바꾸려 행동하는 시민이 나오게 되는 것이다.

 

오늘 에스파뇰 수업은 전 시간 배운 A mi me gusta의 주어와 복수 변화를 연습하는 걸로 끝냈다.

1장 반을 보는 것 뿐인데 1시간이 후딱 간다. 

 

나는 4월부터 CEID의 모든 수업을 오후로 넣었기에 오전은 수업이 없다.

대신 오후는 2시부터 저녁 8시 반까지 쉬지 않고 수업이다.

체력이 받쳐줄지 안 받쳐줄지는 모르지만 일단 시도해보는 것이다.

 

4월 수업은 최대한 부드럽게 이어질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목표다.

6시간 연강을 어떻게 하면 최소의 피로도를 가지고 갈 수 있는가...그것이 문제다.

어쩌면 생각하고 글을 쓸 시간이 모자랄지도 모르겠다.

 

바지코 4반을 끝내고 나니 중급반 수업에 피오렐라와 함께 아카리가 들어왔다.

무슨일일까 하고 생각했는데 그냥 코이카는 어떻게 수업을 하는지 궁금해서 구경온 것 같다.

중급반 수업을 듣더니 바지코1 수업도 들어도 되냐고 묻는다.

그래서 같이 가보자고 했다.

 

바지코1 첫 수업은 학생 16명에 아카리와 중급반 학생 3명이 같이 들어와서 공부를 했다.

중간에 아카리와 데이지가 먼저 나가기는 했지만 수업은 생각만큼 왁자지껄했다.

아카리는 나가기 전에 오늘 배운 모음 10개를 쓰는 것을 확인받고 나갔다.

잠시 흥이나서 그런 것인데 아카리한테는 실례가 된 것은 아닌지 나중에야 생각이 든다.

 

16명은 좀 많기는 하다.

수업 진행 방식을 모두가 칠판에 연습하는 것을 줄이고 대표로 2-3명이 하고 스스로 하는 시간을 주는 것으로 바꿨지만 

습득시간을 보니 전부 다 해도 괜찮을 것 같다.

수업을 하면서 자투리 시간에 한국과 페루에 대한 이야기도 하고

내가 가진 교육에 대한 생각들도 이야기를 하기도 했다. 

엉터리 문법이지만 그런 이야기도 가능하다니....타크나에서 3개월이 헛되지 않았다는 생각이 불연듯 든다. 

 

수업을 마치고 집으로 오는 길은 어둡고 고독한 길이었다.

이런 저런 생각을 하면서도 주변을 경계하긴 했는데....

요즘 주정뱅이 아저씨들이 전보다 자주보인다.

낮부터 술에 취해서 비틀대며 걸어오는 아저씨도 있고

술에 취해서 길 한가운데 자동차 안전신호판 기둥에다가 볼일을 보는 사람도 집으로 오는 길에 봤다.

그냥 그런 날들이다.

 

집에 오니 9시가 조금 넘어간다.

밥이 없어서 두부를 구웠다. 두부만 먹기 그래서 계란도 하나 프라이를 했다.

간장베이스에 두부양념을 해서 찍어 먹었는데 생각보다 괜찮다.

 

주ㅇ쌤은 주말에 묵을 숙소를 구하느라 바쁘게 단체방에 톡을 보낸다.

7일이나 8일에 자이카 사사키 선생을 만날까 해서 메일을 보냈다.

언제쯤 답신이 오려나...보고 편한 시간을 가르쳐달라고 했는데....

 

한국어수업 Basico 1 (2017.04.04)

기초반 1은 사람이 넘쳐간다. 기관에서 15명정도라고 들었던 학생수가 지금은 24명이다.

교실 밖에서 청강을 듣겠다며 더 들어오려고 하는 학생들을 내가 말렸다. 자리가 없어서....;;; 

왜 이렇게 많은 학생들이 한국어를 듣고 싶어할까? 여긴 다른 언어도 많은데....

한국에 대한 아무런 인프라가 없는 지금 어떤 동기로 한국어를 들을려고 하는 것일까 궁금하다.

뭐...이들에게는 우리가 인프라가 되는 것일테니까..

 

어제 오늘 수업 내용은 모음과 자음이다.

첫시간은 내 소개와 수업에 대한 공지로 시작해서 기본 모음 10개를 가르치는 것으로 끝냈다.

한국에서 기본모음은 보통 단모음을 말하는데 나는 좀 다르게 변형시켰다.

이곳 학생들이 좀 더 쉽게 외우는 형태로 모음 10개를 바꿨다.

 

아 어   | 야 여

애 에   | 얘 예

이 으   |     으

오 요   | 와 왜 외

우 유   | 워 웨 위

 

왼쪽이 기본모음 10개고 오른쪽이 2차시에 배우는 나머지 모음 11개다.

따로 이름은 안 붙였고 저 그림을 보면서 단모음과 이중모음을 설명해준 정도다.

국어를 학문적으로 배우는 이들이 아니라 사용자로서 배우는 사람들이기에

이렇게 변형시켜도 아무 이상이 없을 것으로 보인다.

 

1차시에 기본모음을 외우는 것은 첫수업이라 긴장해서 많이 기억하지 못할 것 같고

자신감을 높여주려고 연습을 많이 했다. 

10개 밖에 안되는 모음을 2시간 내내 계속 반복해서 함께 읽고,

혼자도 쓰고 모든 학생이 차례로 나와서 칠판에도 쓰고 했으니 못 외운 학생은 없다.

 

2차시에는 나머지 모음 11개를 배우고 연습하면서 기본 자음 14개를 '가'부터 '하'까지 배웠다.

내일 코이카 현지평가때문에 리마로 가야해서 이번주는 수업이 없다고 이야기하면서 다음주에 퀴즈를 볼 거니까 

글자와 소리를 기억(recordar)해서 오라고 했으니 연습해오겠지.

안그래도 연습하라고 숙제로 자음 모음을 5번씩 쓰는 것을 내줬으니까.

내 수업은 항상 퀴즈로 시작해서 숙제로 끝난다. 형태는 다르지만 복습이다. 에스파뇰로는 Repasar.

사람의 학습에 있어서 복습이 매우 중요하다는 것을 이곳에서 다시 한 번 확인하는 중이다.

 

수업을 하다가 보니 밖에 장선교사님이 와계셨다.

나한테 빌려준 전기밥솥을 받아간다고 해서 아침에 나오기 전에 포장을 해놨는데 그것때문에 오신듯 하다.

잠시 쉬는 시간에 나가서 카페 테바 소개를 하시라고 말씀드리니 알겠다고 한다.

수업을 끝내고 학생들에게 밖에 한국인 친구가 있는데 소개해도 되냐고 물었다.

학생들이 흔쾌히 동의해서 들어와서 소개를 하고 이야기를 했다.

학생들은 그저 한국인이라는 이유로 신기해하고 경계를 푼다. 물론 여기가 언어센터니까 그러겠지만...

 

수업이 진행되면서 앞으로 몇 명이나 남을지는 나도 모른다.

수업방식이나 구성이 나와 맞는 학생도 있을 것이고 아닌 학생들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처음 생각했던 대로..나는 학생들 사이에 뿌리내리도록 노력할 것이다.

 

[2017현지평가회의] 타크나 공항으로~(2017.04.05)

오늘은 수업이 없다.

지난 주부터 사무실과 학생들에게 오늘부터 이번주내내 수업이 없다고 말해와서 안심하고 비행기를 탈 준비를 했다.

리마에 가는 김에 아씨마트에 들러서 식재료를 사오려는 마음을 먹어서 24인치 크기의 가방을 들고 간다.

입고있는 옷 외에 속옷 한벌 더, 양말 3켤레, 짧은 팔 티셔츠를 2벌 더 들고 간다.

그 중 한 벌은 코이카 티셔츠다. 사진 찍는다고 들고오라고 해서...

그 외에는 세면도구랑 폰, 지갑만 들고 간다. 100달러만 환전해서 들고 가는데 모자라지는 않을 듯 하다.

 

이번 현지평가는 모두가 발표하는 것이 아니라 정해진 사람들이 발표한다.

발표하는 사람 목록을 봤더니 전부 남부사람들이다...무슨 이유일까?;;;

 

페루 국내선 2시 반 비행기라 1시반정도까지는 공항에 가야겠다 싶어서 1시에 순ㅇ쌤이랑 CEID에서 만나기로 했다.

시간에 맞춰서 가니 와 있다.

집에서 CEID로 가는 길에는 핸드폰을 충전했다.

10솔을 충전하면 6일동안 통화가 무료니까 리마에 가서는 신경쓸 필요가 없겠지...

 

공항에 가니 모께구아 선생님들이 와 있다. 지ㅇ영, 김ㅇ주, 성ㅇ언 이렇게 3사람이다.

김ㅇ주 선생님은 원래 6월에 임기가 만료되는데 4월까지만 하고 돌아간다고 한다.

미리 취업이 되어서 간다고 하니 축하할 일이라고 할까?;;;

 

리마 공항에 도착하니 5시가 다 됐다. 원래 비행기 시간보다 출발이 30분정도 늦어서다.

짐을 찾고 공항에서 택시를 찾았다.

먼저 리마에 도착한 동기들한테 택시비를 얼마나 줬냐고 톡으로 물으니 50솔 정도라고 한다.

교통정체가 있으니 조금 더 비쌀 거라는 생각으로 택시를 흥정했다.

공항 안에서 5명이서 타고 가는 것이니 한 사람에 12솔씩 해서 60솔로 흥정했다.

아마 밖은 더 싸겠지만 짐이 많아서 그냥 타고 가기로 했다.

숙소에 도착하기까지 1시간 30분이 넘게 걸렸다.

여자선생님들은 힘들었는지 숙소 호텔 가까이라고 하자 내려서 걸어가자고 한다.

 

일단 체크인을 하고 배정받은 231호에 짐을 넣어두려고 했는데....내 열쇠가 잘못 배정됐다는 걸 눈치챘다.

내 앞에 와서 놓아 둔 짐을 보니 안드레아-김ㅇ은선생님 짐이다. 여자방에 같이 배정이 됐다.

원래 김ㅇ은 선생님은 최ㅇ영 선생이랑 같이 머무른다고 일정 목록에서 봤는데....

로비 창구에 가서 열심히 설명을 해서야 다시 원래 방인 은ㅇ쌤 방 520호로 바꿨다.

 

사람들이랑 저녁을 먹으려고 있다보니 시간이 8시가 넘었다.

그래서 일부를 먼저 보내고 조금 더 있으면 도착할 우안까요사람들을 기다리면서 은ㅇ쌤이랑 동네 산책을 했다.

호텔로 돌아가니 우안까요 경ㅇ쌤이랑 신ㅇ쌤이 막 도착했다.

짐만 두고 함께 나와서 밥집을 찾다가 치파가 보여서 들어갔다.

2층 치파는 중국사람이 운영하는 곳이었다. 세트메뉴를 시켰는데....

3-4인용 5가지 음식이 나오는 걸 시켰다가 다 못먹고 식겁을 했다.

맥주도 한 잔 마시고....돌아와서는 은ㅇ쌤이랑 침대에 누워서 도란도란 이야기하다가 까무룩 잠이 들었다.

 

[2017현지평가회의]건강검진, 안전교육(2017.04.06)

호텔에서 새벽 5시쯤 일어나서 목욕을 했다.

말 그대로 '목욕'이다. 뜨거운 물을 욕조에 반쯤 받아서 몸을 담궜다.

샤워하는 것보다는 물을 조금 더 썼을 것이다. 오랜만에 따끈하게 몸을 데울 수 있어서 좋았다.

몸도 데우고 때도 밀었다.

 

7시에 로비에서 만나서 Suiza Lab으로 가기로 해서 로비로 갔다.

은ㅇ쌤, 나, 주ㅇ쌤, 신ㅇ쌤, 경ㅇ쌤 이렇게 5명이서 걸어서 갔다.

가는 길은 미라플로레스라서 그런지 깨끗하고 조용했다.

개와 함께 산책하는 사람, 조깅하는 젊은이들, 벤치에 앉아 조용히 아침햇살을 맞는 노인들....

외국영화에서 흔히 보이는 평화로운 공원의 모습을 볼 수 있었다. 나도 이 풍경의 일부인가...어울리지는 않는....

 

건강검진 기관인 Suiza Lab에 가서 로비에서 등록을 하고 순서대로 검사를 받았다.

혈액검사, 소변검사, 몸무게와 키 등을 재고, 근육반응과 문진, 치과검사, 심전도검사, 흉부 엑스레이, 초음파 검사, 수면 위내시경까지 받았다.

위내시경은 신청한 사람만 받았는데 우리가 온 이 곳 Suiza Lab이 위내시경을 신청하면 오게되는 곳이다.

 

오전은 내내 건강검진을 받았다.

검진을 받는 중에도 그렇고, 검진을 다 받고 나서 호텔로 돌아오는 길에도 '그분'으로 인해 약간의 어이없는 일도 있었다.

하지만 동기들과 택시를 타고 호텔로 오는 길은 문제없었다.

은ㅇ쌤만 그분과 함께 호르헤삼촌 차를 타고 왔다. 택시비는 4명이서 2솔씩 모아 8솔이었다.

 

호텔 점심을 먹고 오후에는 안전교육을 했는데 주로 지진이나 해일, 화산, 홍수에 대한 교육이었다.

제일 중요하게 다룬 것은 지진이었는데 실제 행동해야 하는 행동지침보다는 이론에 치우친 교육이어서

사람들이 좀 지루해하고 도움도 적지 않았겠나 싶다.

 

저녁에는 호텔 안에서 동기들과 간단하게 한 잔 했다.

호텔 근처 가게에서 술을 사와서 한 잔 했는데 이탈리아산 포도주 증류주(피스코?)도 있었다.

진저 에이드를 타서 같이 마셨는데 4잔쯤 마신 후로 취기가 올라서 정신은 고양되고 몸은 움직이지 못하고 있다가

그대로 잠들어버렸다.

 

[2017현지평가회의]활동발표, 분야별 교류, 자이카 일본문화원 방문(2017.04.07)

새벽같이 일어나서 또 욕조에 몸을 담궜다.

타크나에서는 할 수 없는 일이라 여기 있는 동안은 매일 목욕을 하고 싶은 마음이다.

 

7시에 나가서 호텔 조식을 먹었다.

하룻밤에 111달러나 되는 호텔이라 그런지 식당이 잘 꾸며졌다.

웨이터도 3사람이나 되고 부페자리에는 없는 스프를 묻자 닭고기 스프라면서 갖다주기도 했다.

돈이 많고 적음이 아니라 사람을 생각하는 정성에서 차이가 나는 것이 아닐까?

 

오전에는 선임선생님들의 발표를 들었다.

각자가 현지에서 겪은 일들을 발표형식으로 듣고 내가 하고 있는 활동과 비교대조해보는 시간이었달까?

아레키파 미술교육 단원의 사례가 가장 인상깊었다.

담담하게 풀어가는 학생들과의 일들...학교와의 관계들을 들으면서 지금 내 상황도 생각하게되었다. 

곧 현장지원물품을 신청해야 하는데 지금 상황으로는 프린터 하나를 신청하는 것이 전부일 것으로 보이고... 

집에 모으고 있는 각종 폐품류들과 가내수공업중인 내 모습이 겹쳐지는 순간들....

 

4월말이나 5월부터는 학생들 중 원하는 학생들을 데리고 검술을 전해줄 생각이다.

그냥 지금까지 배워온 무예들을 정리하다보니 하나의 형태를 만들었다.

호신이나 살상을 생각한 것이 아니라 건강을 생각하고 만들어진 것이라 이곳에 더욱 좋다고 생각한다.

지금 목수인 데이지 아버지께 부탁을 드려놨으니 목검도 2주 안에 완성될테고....

 

호텔에서 점심을 먹고 다시 모여서 현지평가다.

오후에는 한국어단원끼리 모여서 지금 하고 있는 일들을 이야기했다.

앞으로 우리가 어떻게 바뀌였으면 하는 부분들도 이야기했는데...

사실은 사무소도 업무 포화상태라 어떻게 해줄수 있는 상황이 아닌 것은 알고 있다.

이런 상황은 누군가 나와서 업무 방향과 상황을 정리할 수 있어야 새로운 일을 하는데

아직 페루사무국에 그런 인물이 나타난 것 같지는 않다. 다만 기다릴 뿐이다.

 

현평을 하는 내내 마음에 걸리는 것이 재외국민 부재자 투표다.

부재자 투표와 왜 일자를 겹쳐서 개최하지 못했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지만

일하는 입장에서 생각하면 그것은 당연하다 할 수 있겠다.

배려가 없었던 것이 아니라 배려할 틈이 없었던 것이다.

이번의 대통령 선거의 경우는 예상할 수 있었던 것이 아니니까 말이다. 

 

오후 한국어단원들의 발표는 내가 했다.

석ㅇ선생님이 본인의 마음상태를 강하게 이야기하셨지만 사실 그건 아무런 내용이 없다.

내용이 없이 본인이 하고 싶은 것만 이야기한다면 결국 남는 건 아무 것도 없다.

그래서 나는 내가 하고 있는 이야기들과 다른 지역 선임들이 하고 있는 일들을 엮어서 이야기를 만들 수 밖에 없었다.

앞으로 내가 가야할 길이기도 하고....그래서 앞에 나가서 내 이야기를 더 많이 했다.

같은 조의 다른 사람들은 맞는 이야기라 생각하고 고개를 끄덕일 수 밖에 없었겠지만 내게는 내가 살아가는 이야기일 뿐이었다.

 

일정이 끝나고는 자이카 단원 사사키 상을 만나러 일본문화원으로 갔다.

일본 문화원은 묵고 있는 호텔에서 40분정도 걷거나 차를 타고 10분정도 가면 되는 거리에 있었다.

높은 담장과 많은 경비원으로 둘러쌓인 철옹성이라는 것이 첫인상이다.

 

사사키 상은 전에 타크나에 행사차 왔을 때 명함을 주고 받은 이후로 메일을 쓰게 됐는데

그때부터 메일로 서로의 일상과 활동을 묻게 되어 리마에 간 김에 술을 한 잔 하기로 하고 만난 것이다.

덕분에 일본문화원 내부구경도 하게되고 좋았다.

ODA에 대한 일본의 전략을 볼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

사사키 상과 저녁을 먹으면서 지금 하고 있는 한국어교육 이야기, 자이카와 연계하고 싶다는 이야기,

앞으로 내가 하고 싶은 교육의 모습들을 이야기했다. 

사사키 상은 시니어 단원인지 부부가 같이 왔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좋겠다. 부부가 같은 마음을 가질 틈이 있어서....

 

나는 중국 공자학원과 중국자본의 공격적인 진출들에 대한 이야기를 하면서

앞으로 일본에서도 일어나고 있는 자유학교(Free school)에 대한 일을 할 것이라고 이야기를 해줬더니

자기도 아는 사람이 자유학교를 하는 사람이 있다고 돕고 싶다고 이야기를 한다.

도움이 얼마나 될지는 모르지만 지금 하고 있는 사람들을 보고 배울 수 있도록 소개만 해줘도 얼마나 고마울 것인가.

 

[2017현지평가회의]B형간염예방접종, 라몰리나, 조키플라자, 아씨마켓(2017.04.08)

일어나니 은ㅇ쌤이 먼저 씻고 있었다.

은ㅇ쌤이 나오고 나서 탕에 물을 받아서 목욕을 했다.

매일 아침 목욕을 할 수 있는 것이 얼마나 좋은 일인지...

 

로비로 나가니 아직 아무도 안와있다.

그래서 조식코너에 가서 밥을 먹고 있었다.

톡방에 밥을 먹고 있다고 이야기를 해 둔 뒤였는데 주ㅇ쌤 전화가 왔다.

어디냐고 한다. 호텔 식당이라고 하니 들어왔다. 아직 사람들이 안 내려와서 기다리면서 계속 밥을 먹었다.

 

사람들이 다 오니 7시 20분이 다 됐다.

어제 간 Suiza Lab에 가서 손짓발짓으로 예방주사를 잘 맞고....

나는 가져간 기록 카드에 기록을 남겼는데...

나머지 사람들은 기록카드를 안 가져와서 새로 만들었다.

 

택시를 타고 돌아오니 9시가 좀 안됐다.

방에서 잠시 쉬다가 체크아웃을 했다. 오늘 저녁에 묵을 에어비앤비 방에 체크인을 하기 위해서다.

주인이랑도 이야기가 됐는지 11시쯤 가면 체크인이 된다고 했다.

 

3,3,4명씩 택시를 타고 숙소로 갔는데 생각보다 굉장히 좋다.

확실히 에어비앤비....한달치 월세의 반정도 가격이니까 양옥 1,2층을 다 빌리고도 남는다.

위치와 시설이 괜찮다면 리마에서는 월세 놓는 것 보다 관광객 대상으로 에어비앤비를 하는 게 낫겠다는 생각이다.

 

은ㅇ쌤이랑 나는 라몰리나 아떼에 홈스테이 가족들을 만나러 가고

주ㅇ네 팀과 업ㅇ쌤 팀은 각각 패러글라이딩을 한다며, 쇼핑을 한다며 헤어졌다.

우리는 산 마르코스 대학 앞 길의 209번 버스를 타고 아떼로 이동했다.

생각보다 교통혼잡이 적어서 1시간여만에 도착했다. 우리는 각자의 집에 가서 점심을 먹은 뒤 다시 보기로 하고 헤어졌다.

 

후안파파네에 도착하니 후안파파가 아직 없었다.

나티 아주머니가 문을 열어줬는데 앙헬은 이제 걸어다닐만큼 컸다.

강아지 치키타는 여전히 눈이 안보이지만 건강해보였고 루비들도 잘 커서 무거웠다.

점심은 따야린과 차우파였는데 중국집에서 시킨 것인지 아니면 나티 아주머니가 한 건지는 잘 모르겠다.

밥을 먹고 30분정도 이야기를 나누다가 나왔다.

111기 동기들이 어찌들 지내는지도 물어보고 지금 있는 곳들이 나쁘지는 않은지도 이야기했다. 

나오는 길...후안파파는 들러줘서 정말 고맙다며 나를 꼭 안아주었다.

 

은ㅇ쌤을 다시 만나서 209번을 타고 가다가 미라플로레스를 지나는 길에 내려서 AV.Aviacion길을 쭉 걸어갔다.

800미터에서 1키로정도 걸은 것 같은데...나타난 아씨마트...

선교사님한테 부탁받은 떡과 내가 쓸 카레, 떡국떡, 멸치, 간장, 학생들에게 선물로 쓸 젓가락 등을 사고나니

400솔이 훌쩍 넘는다. 압력밥솥을 살까하다가 전에 동ㅇ쌤이 자기 밥솥을 사라고 한 것이 생각나서 그냥 뒀다.

 

물건들을 사고 숙소로 택시를 타고 갔는데 택시비가 생각보다 적게 들었다.

20솔이 안 들어서 놀랐다고 할까....숙소에 도착해서는 씻고 옷을 갈아입고, 음식하는 걸 돕고, 불을 피우고....

여자동기들이 고기를 굽는다고 해서 안에 있었는데 분주하게 왔다갔다하는 걸 보니 불이 그렇게 세지 않은 모양이었다.

술을 마시면서 그간 있었던 이야기들을 했는데...어느순간 은ㅇ쌤이 취했는지 한 이야기를 또 하고 또 하고 했다.

나는 좀 일찍 눈치를 챘는데 다른 동기들은 눈치를 못챈 모양인지 계속 그냥 듣고 어쩔 줄을 몰라하길래

내가 취했다고 이야기해줬다. 그냥 즐겁게 노는거다.

나도 취기가 올랐는지 잠이 계속 와서 들어가서 누웠는데 어느순간 잠이들었다.

 

[2017현지평가회의] 타크나 복귀(2017.04.09)

일어나보니 1층 침실이었다.

2층으로 올라가는 길에 보니 은ㅇ쌤은 자는듯 안자는 듯 소파에 기대 있었고

2층 소파에는 주ㅇ쌤이 누워있고 바로 앞의 방에서 신ㅇ쌤이 침대 위에 널부러져 있었다.

씻기 전에 일찍 출발하는 다른 사람들을 깨워야겠다 싶어서 방문을 똑똑 두드리고 사람들을 깨웠다.

 

그리고 씻고 나왔는데...아직 자고 있는 대다수의 사람들....

다시 한 번 깨우고 내려와서 어제의 흔적들을 정리했다.

대략 정리하고 짐까지 다 챙기고 보니 다른 사람들은 이제 씻기 시작한다.

 

남은 술과 음식들을 들고 갈 사람들이 챙기고

에어비앤비 주인집사람이 오더니 아침을 먹겠냐고 물었다.

우리는 이미 은ㅇ쌤이 끓여준 라면을 먹은 상태여서 괜찮다고 했는데 그래도 계속 권했다.

그래서 커피를 부탁하고.... 큰 머그잔에 나온 커피를 홀짝이며 아침을 맞이했다.

 

트루히요와 피우라 사람들은 오전 비행기인지라 먼저 택시를 불러서 출발했다.

남은 우리들은 오전 내내 빈둥빈둥하며 커피와 차를 한 잔식 했다.

그 사이 주인집 사람들이 내려와서 아침밥을 먹고....우리는 짐을 챙기고 택시를 불렀다.

 

1시 반쯤 공항에 가서 기다리는 동안 점심을 먹으려고 찾아봤는데 역시 먹을만한 건 안보였다.

햄버거와 샌드위치를 사서, 2층에 자리를 잡고 먹었다.

리마 호르헤 차베스 공항은 국제공항 치고는 굉장히 작다고 느꼈다.

한 나라의 수도공항인데....음....김해공항보다 작은 느낌이랄까...그리고 물가가 굉장히 비싸다.

 

3시반에 비행기를 타는 게이트를 찾아들어갔는데 비행기 타는 곳 게이트가 잠겼다.

마침 페루비안 비행기에서 승무원들이 내리고 있어서 유리벽너머로 물어봤는데 소리가 잘 안들렸다.

다만 여기서는 못탄다고 해서 순ㅇ쌤한테 전화를 걸었더니 게이트가 바뀌었다고 했다.

전화를 하고 있는데 다른 사람 한 사람이 어깨를 툭툭 치더니 안내판 화면을 가리킨다.

15번 게이트에서 11번 게이트로 바뀌었다는 내용이 떠있었다.

 

11번 게이트를 찾아서 가니 순ㅇ쌤과 모께구아 낙ㅇ쌤이 있었다.

같이 비행기를 타고 타크나로 와서 선교사님께 전화를 했다.

전에 현평을 가기전에 돌아오는 날 저녁을 같이 먹자고 이야기를 하셔서다.

전화를 하고 기다리면서 같이 저녁을 먹고 가라고 했는데 순ㅇ쌤과 낙ㅇ쌤은 부담이 되는지 그냥 간다고 한다.

순ㅇ쌤은 플라자베아 근처에서 낙ㅇ쌤은 모께구아쪽으로 가는 길의 사자상 앞 콤비를 타는 곳에서 내려주고 왔다.

 

선교사님 댁에서 저녁을 먹고 부탁받은 떡을 드렸다.

집에 오니 11시다. 짐을 대충 정리하고 내일 수업을 준비했다.

 

수업..수업..수업(2017.04.10)

희안하게 피곤한 하루다.

마치 처음 페루에 왔을 때 시차적응이 안되서 새벽에 깨던 그런 기분이랄까....

몸에는 면역반응인지 팔오금과 발 안쪽 약한 피부에 발진과 수포가 났다.

 

수업을 하면서 학생들에게 피곤하다는 말이 나올줄이야...

물을 사서 평소보다 더 자주 마시고 집에 가서는 바로 밥먹고 정리만 하고 자리에 누웠다.

4월부터 하루 6시간씩 수업을 하다보니 아직 적응이 덜 된 상태다.

 

아마 몸이 적응하기까지는 1-2주동안 더 피곤할 듯 하다.

 

휴식, 수업(2017.04.11)

오전 내내 집에서 누워서 뒹굴거리면서 쉬었다.

책도 안보고 누워서 머릿속으로 이런저런 생각을 하면서 말이다...

발에 난 수포와 발진들 때문에 어차피 걸으면 아프니까, 몸이 쉬라고 할 때 쉬어야 한다는 게 내 생각이다. 

계속 혹사시키면 나중에는 몸도 말을 안해줄거니까.

 

오후에는 수업을 천천히 했다.

Basico4와 Intermedio7은 꼭 나가야할 진도만 나가고 나머지는 학생들이 복습하는 시간으로 두었다.

Basico1는 자형을 익혀야 하는 순서라서 7개 자형 중에 5개만 했다.

나머지 2개는 받침에 대한 설명과 같이 나가야 해서 내일 수업에 공부하는 것으로 하고 말이다.

 

6시간 연강을 마치고 나니 입이 마른다.

교내 매점에서 산 물은 이미 다 마시고 없어서 얼른 집으로 와서 물을 마셨다.

밥을 먹고 인터넷으로 자료를 좀 찾아보다가 잠이 들었다.

 

키르키즈스탄 영상편지, 저녁은 안티쿠쵸(2017.04.12)

Basico4반에서는 키르키즈스탄에 보낼 영상편지를 찍었다.

오늘 배울 단어와 문법을 평소보다 빨리 마치고 남은 시간에 했다.

5번의 repasar 중에 1번을 안한 시간이다.

15분 정도를 남겨서 학생들과 전부터 이야기하던 영상을 찍었다.

학생들은 오늘은 화장을 안했다며 울상울상이었지만 미리 이야기가 된 상황이었고

막상 찍기 시작하자 열심열심 열매를 먹은 것인지 굉장히 진지하게 찍어주었다.

 

Intermedio7반에서는 그제부터 쓰기 시작한 주제별 글쓰기를 한 사람씩 다듬는 작업을 했다.

혼자 힘으로 글을 써보라고 했는데 분명히 다른 사람의 힘을 빌려고 할텐데...

일단 그것부터 막는 것이 중요하겠다.

그래서 인터넷의 힘은 빌어도 되지만 아직 구글 번역기는 완벽하게 번역이 안된다고 이야기를 해줬더니

머리를 감싸며 실망하는 눈치다. 사실 다 괜찮다. 본인의 언어사용 경험이 늘어만 간다면 말이다.

하루에 3사람씩 정도만 글을 같이 봐주고 나머지 시간은 '주몽신화'를 번역하고 있다.

전과 같이 한국어 한 문장, 에스파뇰 한 문장씩 번역하고 있다.

한 사람씩 돌아가면서 하는 번역이기에 부담은 적고 같은 문장을 계속 읽어보도록 하는 효과가 있다.

 

마지막 수업을 하기 전에 너무 배가 고파서 중급반 학생들이랑 학교 근처 24 de Julio 옆 포장마차(?)에서 안티쿠쵸를 사먹었다.

한 그릇에 4솔이다. 안티쿠쵸 하나와 내장볶음을 같이 주는데 맛있었다.

우리네 순대를 먹는 곳과 비슷한 느낌의 포장마차에 고기맛,

조금 다른 매운 맛이지만 입을 얼얼하게 할 정도의 매운 양념 '아히'가 좋았다. 얼른 먹고 수업에 들어갔다.

 

Basico1반에서는 모음, 자음, 문형, 받침을 전부 복습했다.

퀴즈 전에 빠르게 복습을 한 번 해주고, 퀴즈로 한 번 기억을 살린 다음,

퀴즈를 칠판에 풀이하면서 다시 한 번 복습하게 하고, 마지막으로 천천히 다시 이해가 가도록 설명해서 복습을 마쳤다.

시간이 더 있었다면 학생들 스스로 문자들을 만들어 보고 찾아보도록 했겠지만 그럴 수 있는 시간까지는 없었다.

 

내일부터는 세마나 산타라 오늘 학생들이 다들 들떠 있었다.

휴가를 가는 학생들도 있고, 집에서 쉴거라는 학생들도 있었다.

카톨릭 국가라 그런지 부활절에 대한 의미를 알고 새기는 듯한 모습들은 대부분 어느 한 구석에라도 가지고 있는 듯 보였다.

이번 토요일은 토픽도 있어서 내가 어떻게 해줄 수 있는 것이 적다.

다만 잘 하고 올 수 있기를....내 바람이 부담이 되지 않도록 하려고 학생들에게는 별말을 하지 않았다.

그냥 평소와 같은 모습으로 헤어졌다.

 

집에 와서 발을 보니 엉망이다. 수포가 다 터지고 쓸려서....

수포와 발진들로 도저히 운동화를 신을 수 없어서 크록스를 신고 갔는데 그것도 발에 많이 치였나보다.

크록스와 발을 씻고 약을 바르고 밥을 먹었다.

아무렇지도 않은 듯한 일상들...이런 일상들이 쌓여서 내게 또다른 무언가를 알게해줬으면 좋겠다.

 

장보기, 타크나 근교 사막 나들이(2017.04.13)

느즈막히 일어나서 점심을 먹으려고 장을 보러 나갔다.

메르카도 센트랄에 가려고 길을 내려가다가 무슨 바람이 들었는지 메르카딜료 볼로그네시로 가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안에 들어가서 우선 감자, 당근, 마늘, 쌀을 사는데 가게집 여자아이가 나를 계속 쳐다본다.

물건을 다 사고 계산을 하는데 주인아주머니가 딸이 한국사람을 보는 게 처음이어서 계속 쳐다본다고 이야기해준다.

여기 사람들은 한국사람을 처음보나? 나 외에는 메르카딜료 볼로그네시에 장을 보러온 사람이 잘 없는가보다.

 

그리고 시장 안에서 한 블럭 위로 올라왔다. 전에 봐둔 식육점들이 생각나서다.

닭고기를 살까 소고기를 살까 생각하다가 지나가다 보인 좋은 소고기를 샀다.

500그람에 11솔(한화 3500원정도)이다. 센트랄보다 조금 더 싸다.

 

장을 다 보고 집에 와서 점심 먹을 준비를 했다.

밥을 하고 있는데 선교사님 전화가 울린다. 받아보니 뭐하냐고 물어서 밥먹을 준비를 한다고 했다.

휴일인데 헤르만 선생님네 교회사람들을 만나러 교외로 드라이브나 가자고 한다.

분명히 교회행사인데....휴일에 할 일도 없고 헤르만선생님은 어떻게 일을 하는지 보고 싶어서 가자고 했다.

 

점심을 먹고 선교사님 차를 타고 타크나 근교로 갔다.

가는 길에 타크나 교육청이 위치해있는 곳을 확인했다.

교육관련 모든 서류가 그곳에서 처리된다하니 위치를 알아두는 것이 좋을 것 같아서 지도에 추가했다.

가보니 음식점을 빌려서 점심을 먹고 간단한 게임을 하는 레크리에이션 프로그램이었다.

뭐..기독교에 관련된 레크리에이션이지만...내가 특정 종교에 거부감을 가진 것은 아니라 별 문제는 없었다.

 

레크리에이션이 끝나고 근처 강을 구경하러 갔는데 물이 다 마른 강이라고 한다.

가보니 정말 물은 한 방울도 안보이는 마른 강이다. 말라 붙은지 몇년이 넘었는지 나무가 자라고 있다.

그 반대편 언덕(?)은 모래 황무지인데 그 너머가 큰 모래산이다.

모래산에 글과 그림들이 그려져있는데 돌로 그린 것이 아니라 작은 선인장들을 뭉쳐서 만든 거라고 한다.

선인장 종류인데 뿌리가 없어서 옮기기 쉬운 종이라고 해서 사진을 하나 찍어놨다.

큰 모래산 너머는 계속되는 황무지 사막이라고 한다. 역시 사막 가운데 도시라....

사막에서 사진을 찍고 놀다가 다시 음식점 있는 곳으로 돌아왔다.

 

다시 잠깐 레크리에이션을 하다가 마무리를 하고 준비한 선물을 모두 나누고 헤어졌다.

 

보카 델 리오 나들이(2017.04.14)

블랙데이라고 사람들이 짜장면 먹는 사진들을 속속들이 올려주는 날이었지만 꿋꿋하게 아침부터 고기를 구워먹었다.

찬장에 현지평가회의 때 받은 진짜장이 있었지만 다른 날 먹겠다며 끓이지 않았다.

 

오전에는 오랜만에 민ㅇ이에게 연락이 왔다.

잘 지내느냐고 안부를 묻고는 대뜸 학술적인 질문을 한다.

논문을 준비하다가 뭔가 막히는 게 있었나보다.

영어교육을 공부하는 부부들이라 서로 이야기도 나눴을텐데...그것만으로는 모자라는 게 있었나보다.

 

부모와 아이의 대화상황에서 "이게 뭐야?"와 "이게 뭐지?"의 차이를 묻는다.

먼저는 문화심리학적 차이를 말해줬더니,

언어학적 차이를 알고 싶다며 내가 국어교육을 전공했으니 자신들보다 나은 답을 낼 수 있겠다싶어 연락한거란다.

내가 아는 한은 대답을 해줬는데...만족스러웠는지는 모르겠다.

 

점심을 차려서 먹으려고하는데 선교사님한테 연락이 왔다.

어제 말한 타크나 해변으로 캠핑을 가자고 한다.

4시쯤 출발한다고 해서 알겠다고 하고 느긋하게 점심을 먹고 인문학쪽지를 조금 편집했다.

이번달은 생각할 시간, 글쓸 시간이 별로 없어서 어찌해야하는가 싶다.

 

4시에 선교사님댁으로 가보니 짐이 한 차다.

뭐 이렇게 많은 짐이 필요할까 생각했지만...뭐...사람이 많겠지...10명 가까이 되니까...

바다로 가는 길은 타크나 북쪽으로 난 고속도로를 지나는 거였다.

지금도 북쪽으로 뻗어가도록 건설이 계속되고 있다는데

확실히 고속도로라 그런지 시내 길에 비해서 패이거나 갈라진 부분이 없었다.

보수된 부분도 보여서 지속적으로 관리하고 있다고 느껴졌다.

 

보카 델 리오에 도착하니 5시가 조금 넘었다.

석양을 보고 싶다고 해서 이 시간에 온 것인데 바다는 구름이 가득하다.

그래도 구름사이로 지는 해를 볼 수 있어서 다행이라고 할까...

텐트를 치고 간이 탁자를 만들고 나니 해가 거의 다 졌다.

 

불을 피워야 하는데 불쏘시개가 없다. 내가 불을 피워줄까 하다 눈치를 보니 몇몇이 불 피울줄 아는 눈치다.

그래서 굵은 나무를 쪼개고 비닐봉지를 불쏘시개로 작은 불을 지피는 걸 먼저 보여주니까

멀리서 페트병을 구해와서 불을 지피기 시작한다. 그래. 그렇게 따라와주면 나야 정말 좋지.

 

불을 피우고 커피 마실 물을 끓이고...에스더 선교사님이 노가리를 꺼내오신다.

미국에서 올 때 사왔다고 한다. 한국에서는 진짜 노가리를 보기 힘든데...불에 구워서 3마리나 먹었다.

마시멜로우도 가져와서 긴 이쑤시개(?) 꼬챙이에 꽂아서 구워먹었는데 어릴 때 먹었던 쪽자맛이 났다.

미리 은박지에 싸서 넣어둔 고구마와 감자도 1시간쯤 뒤에 꺼내보니 포슬포슬하게 익어서 맛있었다.

 

같이 간 사람들이 굳이 게임을 하자고 해서 게임을 했는데...11시에 시작한 게임이 새벽 1시까지 갔다.

부할절주간이라 그런지 교회에서 수련회를 온 그룹이 떠들썩하게 행사를 했는데 

나와 선교사님네는 타크나 집으로 돌아가겠다고 했다. 밖에서 자면 입 돌아갈까봐....

그러니까 같이 간 친구들도 텐트에서 자지는 않겠다고 해서 1시쯤 철수를 했다.

짐을 챙기고 타크나에 돌아오니 새벽 2시 반이다.

 

카페 테바, 영화상영(2017.04.15)

눈을 뜨니 9시가 넘었다.

어제 씻고 머리 말린다고 좀 앉아있다가 새벽 3시쯤 잠들었으니 그럴만도 하다.

얼굴이 부어서 찬물로 세수를 하고 거실에 나와 잠시 멍하니 앉아있었다.

 

전기포트에 물을 올려서 차를 한 잔 마시고...

정신을 차려보니 11시가 넘었다. 밥을 먹어야 되겠다 싶어서 냉장고에 있던 채소를 썰고 볶았다.

고기는 어제 바닷가에 가기 전에 모두 먹어버려서 집에 채소밖에 없다. 그래서 스팸을 하나 꺼내서 썰었다.

밥을 먹고 설거지를 한 뒤 샤워를 했다.

3시쯤 카페 테바에서 선교사님이 손님들에게 한국어를 가르쳐보겠다고 하셔서 그걸 좀 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서다.

 

선교사님은 테바에서 한국어를 가르치는 것이 내 눈치가 보이나보다.

여기에서 한국어를 가르치게 되면 CEID의 한국어수업에 영향을 주는 것이 아닌가 해서겠지.

학생들이 떨어져나간다거나 하는 것 말이다.

그래서 수업 시작 전에 본인이 수업을 어떻게 했으면 좋겠냐고 물어도 와서

처음에는 CEID에서 배운 것을 복습 위주로 하면 괜찮을 거라고 이야기 해줬다.

하지만 내심은 5-6달정도 뒤에는 테바에서도 처음부터 한국어를 가르칠 수 있는 역량이 생겼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

 

눈치를 보든 말든 나는 테바에서 한국어를 가르치는 것이 좋은 활동이라고 생각한다.

지금은 테바에서 가르칠 수 있는 학생 수는 아직 한정되어 있고 타크나 내에서는 선생을 수급하기도 힘든 시점이다.

CEID에서 소화할 수 없는 수요들을 이곳에서 해소해 줄 수 있다면 서로 시너지를 낼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테바의 한국어가 안정될 때까지 이 수업과 학생들을 알게모르게 지원해줄 생각이다.

내 생각에는 장기적으로 볼 때 테바에서 한국어수업이 이루어지는 것은 코이카나 한국에 좋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분석하고 있기 때문이다.

 

오늘도 택시를 타고 택시기사에게 무작정 카페 테바를 아느냐고 물었다.

당연히 모른다. 그래서 주소와 지도가 포함된 광고지를 보여주면서 그리로 가자고 했다.

이번이 4번째다. 앞으로 테바에 올 때마다 계속 그렇게 할거니까

3-4개월정도 뒤면 택시기사들 중에도 기억하고 바로 가 주는 사람이 생길 것이다.

 

3시 정각에 도착했는데 선교사님네도 방금 막 카페에 도착하셨나보다.

생강차를 한 잔 마시고 다음주 수업을 정리했다.

드디어 한글 자모와 자형을 끝내고 열린한국어 초급 1권 수업에 들어간다.

한국어 입문이 일주일이 조금 넘게 걸리는 셈이다.

하루 2시간 수업이라 생각하면 한국어에 입문하는데 적게는 7일 14시간에서 많게는 9일 18시간이 걸린다.

 

수업을 정리하고 있으니 에스더 선교사님이랑 베키는 피곤한지 먼저 집에 들어가겠다고 한다.

그러면서 치리모야를 깎아주고 반찬을 좀 가져가라며 냉장고에 넣은 걸 가리키고 가신다.

그래서 배웅을 하고 잠시 책을 보고 있으니 Basico1반 학생들이 온다.

오늘 수업은 3시부터라고 공지가 나갔는데 4시반부터 한다는 처음 안내만 기억하고 4시반에 왔다.

그래서 오늘 수업은 못했다.

순간 내가 좀 가르쳐줄까 하는 생각도 들었지만 지금 테바에서는 그러면 안된다는 생각이 들어서 그냥 지켜보기만 했다.

 

그리고 저녁 때 하는 영화상영을 기다렸다.

매주 금요일 마다 영화를 구해다가 상영하기로 했기 때문이다.

한국영화든 미국영화든 인도영화든 구할 수 있는 영화들을 가져와서 함께 보는 시간을 갖기로 했다.

저작권을 어떻게 하는지는 모르겠지만 내 생각에는 시중에 서점에서 판매하는 CD들을 이용하지 않을까하는 생각이다.

 

오늘은 '미스터 고'라는 한국영화를 봤다.

한국영화를 보면서 학생들은 무슨 생각을 할까?

이들과 영화를 본 후에 심도있는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날이 빨리 왔으면 좋겠다.

언제가 될지 아직은 막막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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