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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다반사 La vida/KOICA기록[페루]

[KOICA]페루기록-2017 Tacna 현지적응(2017.03.01.~2017.03.15.)

by 남쪽숲 2024. 9. 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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쉼(2017.03.01)

하루종일 집에서 한국어 자료를 정리하고

씻고 닦고 요리해서 먹었다.

 

잠깐 나갔다 온 건 헤르만 선생님 댁에 에스파뇰 수업을 들으러 1시간정도다.

종일 자료를 정리하고 글을 쓰고....

그간 연락 못한 친구들과 연락을 하기도 하고....

오랜만에 좀 쉬었다.

 

한국은 삼일절이라

모두 조용히 쉬면서 삼일절의 의미에 대해서 생각도 해보고

아니면 그냥 휴일이라 휴식을 즐기기도 하고 하겠지.

 

문득 지금 쉬는 시간에 그런 생각이 든다.

쉼이 없던 지난 시간들...

아파도 아프다고 말 못하고 병원에 갈 때도 눈치를 보고 결국 몸을 못 쓸 정도가 돼서야 원망하는 사람들....

너희도 그렇고 나도 그렇다. 원인은 누구냐?

 

지금 다시 생각해보면 원인은 경영자다. 바지사장 말고 진짜 조직을 운영하는 리더 말이다.

경영자의 생각이 어그러져 있기 때문에.. 리더의 생각이 이익에만 집중 돼 있기 때문에 그렇게 된 것이다.

공동체가 운영되고 함께 살아가는데 필요한 이익을 얻기 위한 일이 아니라,

경영진의 편안한 생활을 위한 이익에 집중된 수익구조를 만들고 운영했기 때문이다.

 

사람을 사람으로 본 것이 아니라 파트너로 본 것이 아니라 부품으로 생각하고 갈아치울 생각을 했기 때문이다.

구멍난 제도는 그런 리더를 더욱 양산하고 있다.

그렇게 해도 되니까 그렇게 한다. 인간의 가장 밑바닥 의식 아니겠는가.

그렇게 해도 되니까. 참 멍청한 소리고 비겁한 소리지만 우리는 스스로를 그렇게 자위하고 넘어가는 때가 얼마나 많던가.

 

결국 나는 작년의 일을 생각하게 된다.

나는 왜 입원을 하게 됐는가? 누구를 위해 일을 했는가? 누가 이익을 얻었는가?

나는 어떻게 대처했는가?

아쉬운 부분도 있고 잘했다 생각하는 부분도 있다.

다시 한 번 복기하면....다시는 그러지 말자.

일은 일이고 쉼은 쉼이다.

누구도 내 인생을 대신 살아주지 않는다.

 

112기 모께구아 단원 임지 파견. 그라우 시장 탐험(2017.03.02)

늦잠을 잤다. 깬 건 원래 시간이지만 미적대면서 일어나지 않았다.

결국 8시가 넘어서야 일어나서 씻고 밥을 했다.

아침은 규동을 만들었다. 지금 있는 재료로 가장 간단하게 먹을 수 있는 음식이라서....

 

오전에는 3월 수업할 내용들을 조금 더 정리했다.

인문학 쪽지를 메일로 보내고 나갈 준비를 했다.

112기 모께구아 단원이 오늘 임지로 가니까....

 

가는 길에 큰 길 가게에서 클라로 살도를 충전하고 음료수 등을 사서 20.5솔이 나왔다.

100솔을 내고 잔돈을 주길래 아무렇지 않게 나와서 걷다가 돈을 세어보니 가게집 아들이 10.5솔만 계산했다.

클라로 충전한 것을 깜빡했나보다.

나중에 가는 길에 10솔을 주고 가야겠다는 생각을 하고 그대로 갔다. 시간이 좀 촉박해서다.

 

메르카도 센트로 가까이에 가서 택시를 잡았다. 공항까지 얼마냐고 물으니 10솔이라고 한다.

바로 알겠다고 하고 가자고 했다.

택시를 타고 가니 시간이 거의 딱 맞다.

택시가 공항 안으로 들어가니 톡으로 짐을 기다리고 있다고 현ㅇ쌤한테 톡이 온다.

 

함께 공항을 나오는데 택시기사들이 이사람 저사람 행선지를 묻고 잡는다.

터미날로 간다고 하니 15솔이란다. 미리 알아본 12솔을 불렀는데 그대로 가자고 한다.

터미널에서 모께구아 표를 바로 끊고 차를 기다리면서 작은 맥주를 한 병씩 마셨다.

 

현ㅇ쌤을 보내고 터미널 옆에 있는 그라우 시장에 갔다.

시장은 파장이다. 대부분 문을 닫았고 문을 닫고 있었다.

크게 한 바퀴를 돌아보니 생선가게들도 거의 문을 닫았고, 더 올라가니 숯을 파는 곳이 있다.

전문적으로 숯을 파는 곳인데....carbon....훈제 요리하는데는 꼭 필요하지...

하지만 여기 있는 엄청난 양이라면...온 도시를 다 불태우고도 남을 양이다.;;;;

시장 담장 밖에 있는 차량들에서는 마지막 매물을 처리하려고 정리하고 있다.

포도를 정리하고 있는 차에가서 가격을 물으니 1킬로에 3솔이란다.

500g을 원한다고 했더니 1.8솔이라는 흥정의 장인...

 

쪽파(cebolla chino)도 가격을 물으니 3곳 다 2솔이란다.

개중에 제일 알이 굵고 상태가 좋은 곳에 가서 샀다.

 

지나가는 차들을 보니 A, B가 다 온다. 잠시 정차한 B로 뛰어가서 우르바 타크나로 가는지 물었다.

흔쾌히 고개를 끄덕이는 그를 보고 B가 마에스트로를 지나서 터미널로 가는 것을 알았다.

마에스트로가 버스가 돌아가는 기점이니까..

 

집에 와서는 포도를 씻어놓고 세탁기를 돌렸다.

물에 담궈둔 빨래들을 오늘 해서 잘 말려놔야 내일 3월 첫수업에 입을 수 있을테니까.

 

토픽반 수업, 타크나 소년원(2017.03.04)

어제 왜 그렇게 피곤했던가 했더니 말을 많이 해서였다.

수업시간에는 3월동안 무슨 공부를 할 건지 학생들과 이야기를 했고

오후 수업까지 끝나고 나서는 이번 4월에 토픽을 칠려는 학생들이 찾아와서

함께 공부를 해달라고 요청하는 바람에 일정과 공부내용을 함께 이야기하고 조절했다,

 

아침에 일어나니 입이 마른다.

물을 많이 마셔야 하는데 봐둔 장이 없다.

냉장고에 망고주스가 있어서 한 잔 마시고 씻고 준비해서 나갔다.

매주 토요일 오전 10-12시까지 토픽반을 맡기로 해서다.

 

예상하고 학생들과 마주앉았지만 예상보다 더 심하다.

초급 시험을 치려고 하는데 아직 시험지조차 보지 않았다고 한다.

1월에 시험을 등록했는데 왜 아직 한 번도 안봤냐고 물으니까 그렇게 해야하는지 몰랐다고 한다.

공부는 복습이 정말 중요하다고 계속 강조해가면서 문제를 풀어나갔는데

읽기 문제 (40문제)를 주고 45분동안 문제를 풀게 했는데 다 못 풀었다.

 

100분 중에 35-45분은 '듣기'를 풀테고 나머지 시간이 읽기를 푸는 시간인데....

10분정도는 마킹하는 시간과 혹시 답안작성이 틀리면 다시 작성해야 할 시간으로 여유를 둬야한다고 이야기했는데...

고개는 끄덕이는데 깊이 이해한거 같지는 않다.

 

문제를 풀고 나서 확인을 해보니 안타까울 뿐이다.

지금 이 실력으로는 리마에 있는 시험장에 가는 돈이 아깝다는 생각이다.

일단 한 달이 남았으니 그 동안이라도 듣기, 읽기를 연습시켜서 1급까지는 어떻게 통과시켜봐야겠다,.

 

전에 가르치던 선임선생 마티아스한테 이야기했는지 물어보니 말을 안했단다.

왜냐고 물어보니 마티아스는 그런 말 하는 걸 싫어한다, 바쁘다, 무섭다는 이야기들이 나온다.

학생들 입에서 이런 이야기가 나오면 안되는데.....

그게 제일 안타깝다.

결국 12시까지 생각하던 토픽반은 1시가 넘어서야 끝이났다.

 

수업을 마치고 CEID에서 클럽 샤마를 진행하던 선교사님 팀과 함께 타크나 소년원에 갔다.

자이카 단원 아카리가 근무하는 기관으로 전에 프로그램을 함께 진행해줬으면 좋겠다고 이야기해서

함께 그곳 원생들과 토요일 오후에 프로그램을 하기로 했다.

 

소년원은 타크나 수영장 맞은 편에 있는데.....주변이 황량하다.

들어가는 문도 무슨 수용소나 감옥처럼 첫번째 철조망 담장을 지나면

두번째 검문소처럼 생긴 작은 잠긴문을 하나 더 지나가야 한다.

그 안에 아이들이 있다,

 

우리는 들어가서 탁자를 4개 빌려서 놓고 아이들을 불렀다.

가지고 온 먹을 거리를 아이들과 나눠 먹는 동안 선교사님은 카드같은 걸 나눠줬는데 받아보니 에스파뇰로 된 성경구절이다.

깨알같은 선교 활동....훌륭하다.

성경구절을 다 기억해서 자기한테 와서 외우면 달란트도 주는데 그걸 모아서 한 달에 한 번 달란트 시장을 연다고 설명한다.

 

간식을 먹는 동안 레크리에이션을 위한 판도 짰는데...

그룹을 4그룹으로 나누고 같이 간 사람들 중 게임을 설명할 리더들을 임명해서 팀별로 두고 바닥에 게임을 위한 선을 그리는 것이다.

일단 그룹을 나누고 게임을 설명하고 각 팀 리더들이 나와서 게임방법을 시범으로 보여주고 나니 아이들이 줄곧 잘 따라한다.

가운데 축을 중심으로 한 바퀴 돌아서 축에 있는 순서대로 차곡차곡 놓인 주머니를 먼저 잡는 게임,

그 다음은 두 사람이 이어달려서 주머니를 잡게 하고,

그 다음은 두 사람이 이인삼각으로 다리를 묶어서 한 바퀴 돌아서 주머니를 잡게 하고

마지막은 숟가락 위에 탁구공을 얹어서 한 바퀴를 돌아서 주머니를 잡게 하는 순이었다.

쉬운 활동에서 어려운 활동으로....큰 움직임에서 작은 움직임으로...가르침의 기본은 다른 곳에 있는 것이 아니다.

 

그렇게 2시간이 넘게 놀고나니 20대 청년들도 지쳐보인다.

5시가 다됐다. 딱 좋을 정도로만 놀고 아이들과 함께 정리하기 시작했다.

오늘 처음 본 아이들이지만 도와달라고 이야기했다. 아이들은 너무도 당연한 듯이 와서 도와준다. 감사하다.

오늘도 이렇게 날이 저물어 간다.

몸은 조금 지쳤지만 감사한 날이다.

 

끝나지 않는 청소(2017.03.05)

사막 한 가운데 있는 동네라 그런지 먼지가 끊이지 않는다.

눈에 보이지 않는 먼지들이 문을 닫아놔도 들어오는지 이틀만 지나면 바닥이 뽀얗게 변한다.

그런 것을 볼 때마다 삶을 다시 생각한다.

 

아침 점심 저녁을 먹는 것 처럼....

바닥의 먼지를 쓸고 닦는 것처럼....

삶도 그렇게 쓸고 닦고 하고 먹고 치운다.

 

얼마나 많은 먼지들을 쓸어내야 할까.

점점 게을러지는 나를 다시 세우고 쓰러지고 세우고 쓰러지고...

얼마나 많이 쓰러져야 할까.

 

다시 걸레를 쥐어보자.

 

3월수업, 에스파뇰 수업, 부채춤 연습(2017.03.06)

3월 수업에는 학생들이 많이 빠졌다.

반이 사라져야 하려나?

사무실에 가서 물어보니 학생이 2명밖에 등록을 안했다.

마트리쿨라라고 하는 수업 등록은 한국어의 경우에 5명 이상이 되지 않으면 개설이 되지 않는다.

기초반1반의 경우에는 10명이상이 되어야 한다.

 

오전 수업을 마치고 나오는데 순천쌤이 와있다.

휴가간 동안 한 톡에 답이 없더니 얼굴을 보고나니 이야기를 한다.

수업이야기, 프린터 이야기를 하고 싶은데 자꾸 자기 휴가 이야기만 한다.

휴가가 좋았나보다 하고 생각하면서 다시 수업이야기를 하고 프린터가 안된다고 이야기를 했다.

 

오늘 에스파뇰 수업은 헤르만 선생님 댁에 가서 했다.

헤르만 선생님이 이번 달에는 9-11시 수업이 없기 때문이다.

가족들이 다 있었는데 헤르만 선생님 딸은 내가 집에 온 것이 별로 마음에 안드는지 낯을 가리는건지 잘 모르겠다.

헤르만 선생님과 같이 1시간 동안 공부를 했다.

사실 언어 공부는 스스로 하는 것일뿐 선생은 돕는 존재다.

그런면에서 헤르만 선생님은 나를 정말 잘 도와주는 사람이다.

필요한 것과 부족한 것을 잘 알고 해결책을 제시한다.

 

저녁에는 푸ㅇ쌤이 진행하는 부채춤 공연 연습하는데 갔다.

지ㅇ쌤이랑 같이 우리도 도움이 되고 싶어서 간 것이다.

간식으로 과자를 조금 들고 갔는데 저녁도 안 먹고 연습을 하고 있던 거라서 학생들이 아주 잘 먹었다.

6시부터 8시까지 2시간 동안 학생들과 계속 동작을 맞춰봤다.

결국 블루투스 스피커 밧데리가 다 돼서야 연습을 마쳤다.

 

연습을 마치고 지ㅇ쌤, 푸ㅇ쌤, 에드윈이랑 미아 맘마로 저녁을 먹으러 갔다.

가는 길에 푸ㅇ쌤이 호세도 불렀다고 한다.

호세는 헬스트레이너로 몸이 좋은 친구고 에드윈은 건축설계사다.

지ㅇ쌤과 푸ㅇ쌤이 헬스를 하다가 만났다고 하는데 아주 신사적인 친구들이다.

 

미아 맘마에서 피자와 라자냐를 시켜서 먹었다.

5명이서 패밀리 사이즈 하와이안 피자 1판이랑 라자냐 3그릇, 마라꾸야 하라 두 병을 시켰다.

배부르게 먹고도 남을 정도의 양이다.

 

먹고 걸어서 센트로 쪽으로 더 올라오다가 택시를 잡아탔다.

에드윈과 푸ㅇ쌤이 같이 가고, 호세, 나, 지ㅇ쌤이 같이 택시를 탔다.

찬찬히 봐 온 걸로는 에드윈과 호세 이 두 친구들은 푸ㅇ쌤과 지ㅇ쌤한테 마음이 있는 것 같다.

과연 앞으로 어떻게 진행이 될지....

 

CEID사무실(2017.03.07)

세종같은 사람이 국가의 리더로 왔으면 좋겠다.

글이 없어 제 뜻을 펴지 못하는 백성을 위해 나랏말씀을 만들었는데

지금도 어려운 한자어로 보통의 사람들은 알아듣기 힘든 말들로 자신들만의 영역을 만들고 있는 사람들이 있다.

그것도 그때와 다름없이 좀 잘나간다하는 사람들이 말이다.

 

나 또한 한자를 많이 아는 편이고 쓰고 있지만

내가 한자를 많이 알고 배워가는 이유는 그냥 쓰고 있는 그들과는 다른 이유다.

보다 쉬운 말을 찾아보려고, 한국어를 한국어답게 쓰는 것이 어떤 것인지 알기 위해서다.

그 과정은 앞으로도 계속 될 것이다.

나는 기회가 된다면 바르고 아름다운 우리말과 글을 더 널리 썼으면 하는 사람이니까. 

 

기관사무실에서 순ㅇ쌤을 통해서 나한테 물어왔다.

아니 기관에서 순ㅇ쌤한테 물어본 것을 순ㅇ쌤이 나한테 밀려고 해봤다는게 더 정확한 표현이겠다.

자기 입장에서는 내가 안받아들여도 손해날 건 없다고 생각했을테니까.

하지만 내게서 부정적인 평가를 받는다는 생각은 해본 적이 없는가보다.

 

저녁시간 7:30-9:30수업을 열지 않겠냐는 것을 내게 물어본다.

전에 한 번 내가 이야기를 해서 알고 있을텐데....저녁수업은 되도록 안하려고 한다고....

밤에는 집에 오는 길이 인적이 없어 위험할 수도 있다고, 저녁수업을 하면 다음날 준비를 할 수 없다고 몇번이고 이야기를 한 것인데....

그런데도 물어온 것은 전에 들은 것을 깜빡했거나, 내게 다시 말하면 통할 수도 있을거라는 본인의 생각이 그렇게 한 것이겠지.

 

아무리 생각해도 저녁수업은 무리다. 저녁까지 수업을 하면 다음날 오전수업이 엉망이 된다.

오전수업이 없다면 저녁수업을 생각은 해볼 수 있겠지만 지금은 오전 오후에 수업이 있는데 저녁까지 하면 정말 체력이 바닥날 것이다.

나는 나를 그렇게 소모시키고 싶지 않다.

사무실에서 다시 물어온다면 안된다고 바로 이야기 할 것이다.

 

여성의 날, 크루즈델수르에서 우편물, 결혼식 축하 영상 만들기(2017.03.08)

나는 아침이나 오후에 기관에 가는 길에 이런 저런 생각을 하면서 걷는다.

사람이 어떻게 사는지, 어떻게 살아갈 것인지, 앞으로 세상이 어떻게 바뀔지....교육은 어떨지....

길을 걸으면서 한 편으로는 생각하고 한 편으로는 이 사람들의 생활을 본다.

 

오전에 학교에 가는 길에는 시에서 운영하는 물차가 차도 가운데 있는 보도에 심어진 나무와 풀들에 물을 주면서 올라오고 있다.

아침마다 물을 주는 걸 봐서는 시에서 이런 화단들의 관리가 중요하게 여겨지는 것으로 보인다.

 

오후에 학교에 가는 길에는 쓰레기통을 뒤져서 음식물쓰레기와 페트병류를 분류하는 사람들이 보인다.

아주머니도 있고 아저씨도 있다. 시청직원들이 입고 있는 그런 옷들이 아닌 것으로 봐서는 그냥 민간인이다.

내가 본 대부분 사람들이 남자나 여자들이 원주민이거나 원주민의 피가 진한 사람들이다.

이들의 삶을 보면서 계속되는 생각은 내가 생각하는 이 교육이 과연 인간의 삶을 얼마나 바꿀 수 있을까 하는 것이다.

현재로는 나 하나도 제대로 바꾸지 못하는 것이지만 점점 형태를 갖춰가는 것으로서는 앞으로 생각의 흐름이 더 기대된다.

 

세계 여성의 날이다.

나는 이런 날들이 될 때마다 생각한다.

365일 중에 단 하루만 잘해주려 하지말고 다른 364일들도 잘해주면 안되나?

그럼 고마운 마음을 잊으려나?

 

어린이날이든 어버이날이든 다 그렇다.

평소에는 아무렇게나 대하다가 그날이라는 이유로 잠깐 잘 해주는 것. 지속성이 없는 그냥 단편적인 일.

상술 때문이든 인간의 나약함이든. 나는 그런 것들이 싫어지고 있다.

 

오전 수업을 마치고 점심을 먹은 후에 푸ㅇ쌤과 만나서 터미널로 갔다.

크루즈 델 수르에 와 있는 우편물을 찾고 쿠스코에 편지를 보내기 위해서다.

여권과 비자, 거주증, 코이카봉투를 먼저 받고 코이카 봉투에 학생들과 쓴 편지를 다시 담아서 쿠스코에 우편물을 보냈다.

한국처럼 생각했으면 500원-1000원 정도라고 생각했을테지만....

 

여기는 페루다.

10솔(3,000원정도)을 달라고 한다. 대봉투 하나를 쿠스코에 보내는데 3000원이라....

조금 비싼 감도 들지만 Servicio Postal(우체국)보다 안전하게 도착한다고 들어서 그냥 보내기로 했다.

우편물을 보내고 나니 후련하다. 내일은 트루히요와 피우라에 우편을 보내야지.

 

오후 수업을 마치고 학생들과 이야기를 하면서 내려가다보니 아르코다.

오늘이 수요일이라는 것이 퍼뜩 생각이 나서 부채춤 연습하는 곳으로 갔다.

부채춤 연습을 시작한지 얼마 안 된 것 같다.

부채춤 구경을 하고 저녁을 먹으러 지ㅇ쌤, 푸ㅇ쌤과 갔는데 새로운 맛집을 알게 됐다.

 

알파카 고기로 만든 수제 햄버거집. 단돈 6솔(2,000원)에 이정도 햄버거를 먹게 될 줄이야.

푸ㅇ쌤과 지ㅇ쌤이 맥주를 한 잔 하고 싶다고 해서 맥주를 한 잔 했다.

오늘 여성의 날이라 현지 여자친구들이 꽃을 받고 선물을 받는 것을 보고 심란한가 보다.

내가 꽃 한 송이쯤 줄 수도 있지만...

괜히 주책이란 소리를 듣거나 오해를 살 수 있을 거 같아서 모른체 했다.

 

코이카 111기 페이스북 페이지에 동기 ㅇ선쌤 글이 올라왔다.

학생들과 이런 이벤트도 만들어보면 재미있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이야기하고 바로 실행했다.

학생들도 재미있어하고 반응이 좋다.

ㅇ선쌤한테 이야기하니 고마워해서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학생들이 수업내용에 잘 따라와줘서 다행이다.

초급반 학생들은 시계 읽는 법을 배우는 중이라 하나 둘 셋 하는 숫자를 일이삼사와 구분해 기억하느라 고생이고,

중급반 학생들은 한국어에 많은 한자어 때문에 조금 더 의미를 구체적으로 알기 위해 기본 한자어를 내게서 배우는 중이다. 

 

내가 이곳 페루까지 온 이유 중 하나는 제자를 얻기 위함이다.

제자라....얼마만큼 전할 수 있을지...어떤 가능성을 볼 수 있을지 아직은 모르지만....

주변을 살피고 있으니 보일만 하면 보일 것이다.

앞으로 내게 있는 시간들을 어떻게 쓸지 다시 한 번 정리해야겠다.

 

탄핵 인용! 파면!(2017.03.09)

에디가 출석부에 없어서 2월 수업이 통과되지 않았다.

뭐때문일까?

생각해보니 미리암 크루시타라는 친구가 기초반1을 듣고 그 후에는 수업을 안들었는데 이름만 있고 한 번도 나오질 않았다.

아마 이름이 잘못 올라간 것 같다.

오후에 산토스를 찾았는데 자리에 없다. 내일은 휴가고 월요일은 생일이라 출근을 안한다는데....

에디와 계속 찾아보다가 결국 화요일에 산토스에게 이야기 하기로 했다. 

 

저녁을 해서 먹고 자리에 앉아서 컴퓨터를 켰다.

페이스북 라이브채널을 켜고 핸드폰으로는 다른 라이브채널을 켠다.

드디어 오늘 헌법재판소에서 판결문이 발표된다.

....

 

탄핵됐다!!

태극기 집회나, 웃으며 새로운 권력자들에게 돌아설 기득권자들 꼴을 안 보려고 선택한 것이기도 하지만....

답답하던 가슴이 시원하다!

 

첫번째 걸음을 뗐다.

그 다음은 사람들의 의지를 모으고 새로운 리더가 누구인지 확인하는 절차다.

 

곧 대통령 후보들이 성명서를 낼 것이고

각 정부기관의 비선들은 발빠르게 움직일테지만 아직은 섣불리 누구에게 가겠다고 할 시간이 아니다.

적어도 3월말은 돼야 줄을 선택할 준비를 할테지....

각 대기업들은 몸을 한껏 움츠리면서 추이를 지켜볼테고

 

이전보다 인식이 조금 더 깨게된 시민들(나를 포함해서)은 조금 더 수준 높은 이가 누구인지....

10년전 표현으로 소위 다시 '바보'라 불릴 수 있는 사람이 누구인지 찾을 것이다.

나는 이미 이전부터 눈여겨 봐오던 사람이 있고 아직은 내 눈이 틀리지 않았다고 보고 있다.

계속 지켜보며 그가 행보를 할 동안 지지를 아끼지 않을 것이다.

 

내일 푸ㅇ쌤 생일인데....

선임쌤들은 연락이 없다가 서로 오해가 된 것 같다.

모이자 말을 꺼낸 사람이 끝까지 이야기 맥락을 이끌어줘야 하는데 나몰라라 하고 있다.

흠...왜 그러는 걸까? 그렇게 하고 나중에는 너희가 답을 안했잖아라고 이야기하면...

그게 더 책임감 없다는 걸 모르는 걸까. 책임감 없어보이는 것과 책임감 없는 것에 대해서

이미 1년 전 일을 겪으면서 내 나름대로 정리를 했다. 그러니 나는 내 할 일을 한다.

 

선임쌤 생일을 당겨서 모이다(2017.03.10)

오후 수업에는 단복을 입고 갔다.

내게 있는 가장 정갈하고 깔끔한 옷이기 때문이다.

태극기를 꺼내서 손에 들고 사진을 찍었다.

기쁜 날이기 때문이다.

 

어리석은 폭정을 하던 이가 자리에서 떨어뜨려졌다.

앞으로 활동들에 희망이 든다.

 

수업을 하면서 낮에 잠시 짬이 나는 동안 저녁에 먹을 밥과 된장국을 해놨다.

저녁이 되서 사람들이 하나둘 우리집으로 모인다.

사실 이렇게 우리집에서 보기로 한 것도 선임단원끼리는 소통이 되지 않아서 이러쿵저러쿵하다가 결정된거다.

말은 꺼내놓고 왜 책임지려하지는 않는가?

 

동ㅇ쌤은 우리집에서 요리를 할 수 있냐고 묻는다.

요리를 해오면 되지 왜 우리집에서 요리를 할까? 뭐 귀국이 얼마 안남아서 집에 가스렌지가 없다거나..

그런 건 아닌거 같은데...면요리를 할 건데 면이 불거 같아서 그렇다고 하니 그렇다고 생각하자.

설거지 꺼리는 그대로 남았다.

 

순ㅇ쌤은 국수를 김에 말아서 튀겨왔다.

오기 한시간쯤 전인가...나보고 전화를 해서 떡볶이 소스를 만들 수 있냐고 묻는다.

이게 또 무슨 소리인가 싶어서 계속 듣고 있었더니 할 수 있으면 좀 해달라고 하는 거다.

지금은 밥을 하고 있어서 할 시간이 없다고 했더니 알겠다고 끊는다. 전화를 왜 했을까?

 

자이카 아카리도 불러서 같이 먹었다.

아카리는 후식으로 먹을 케잌과 빵들을 사왔다.

지ㅇ쌤은 스프라이트와 콜라, 과자를 사왔고, 푸ㅇ쌤은 그제 먹은 알파카 햄버거를 사왔다.

자기 생일 때문에 모인거라 그냥와도 괜찮은데..

 

다음에는 그냥 밖에서 먹자고 해야겠다. 

낭비를 없애려고 우리집에서 보자고 했는데 오히려 낭비가 심하다.

남은 음식들은 우리집 냉장고에 들어가거나 각자가 다시 들고 갔다.

사들고 오거나 한 것들을 보면 오히려 밖에서 먹는게 더 낫게 치겠다는 생각이다.

 

사람들끼리 모이는 장소나 시간때문에 티격태격 하는 것도 보기가 싫어진다.

이들이 소통하는 모습을 보고 있으면 소통 자체가 힘겨워보인다.

연락을 늦게 확인하는 것은 그럴 수 있다.

하지만 상대의 반응을 미리 바라고 말하는 것, 자기는 연락하지 않고 다른 사람에게 연락하도록 종용하는 것들을 보고 있으면 좀 답답하다.

그래서 우리집에서 보자고 한거고....

 

티카코 온천, 후안디에고에게 방을 내어줄 수 있냐고 제의받음(2017.03.11)

어제 편지보내는 데 정신이 팔려서 돈을 뽑는 것을 깜빡했다.

아침에 헌ㅇ쌤한테 돈을 좀 뽑고 가겠다고 톡을 드리니 시내버스처럼 돈이 얼마 들지도 않는다며 그냥 오라고 하신다.

그리고 볼로그네시 터미널로 가서 이야기를 하다보니 나온 버스비가 12솔이다.

20솔정도 밖에 없다고 말씀드렸는데....그냥 오라고 하신 걸 보니 내 표까지 사주실 생각으로 그냥 오라고 한 것이다.

 

같이 티카코로 가는 봉고차(라고 쓰고 부스라 읽는다.)를 탔다.

타크나 시내를 벗어나니 외곽지역의 천막집들이 나온다.

누에바 시우다드(Nueba ciudad-새로운 도시)라고 이름 지워진 이곳은 최근에 새로 생긴..빈민촌이다.

사람이 살 것 같지 않은 듬성듬성한 천막집들, 구획은 그어놓고 그물로 담을 세워뒀지만 아무런 기반시설이 없어서 물도 전기도 없는 곳.

사람이 사는지 의심이 들정도였지만 나는 봤다. 한 여자가 빈 물병을 들고 집밖으로 걸어나오는 모습을 말이다.

이곳은 어떤 사람들이 어떻게 살아갈까? 도큐먼트가 필요하다.

 

조금 더 가보니 사막에서 모래와 자갈을 채굴하고 있다.

그곳도 지나가니 점점 민둥산, 돌산을 돌고 돌아 올라간다.

급격하게 올라가는지 귀가 먹먹해진다.

계속 침을 삼키면서 올라가고 있는데 어느순간 뒷머리 안쪽이 띵해지면서 두통이 왔다.

 

타라타가 보이는 곳까지 가면서 계속 돌산을 봤다.

돌산에 드문드문 선인장이 보이고 풀이 보이더니 점점 더 짙어지고 나중에는 나무도 보인다.

산에 수로를 깔아서 수로로 물을 흘려보내는 것도 보인다.

 

타라타를 지나 10분쯤 더 가서 차에서 내렸다. 헌ㅇ쌤 내외가 걸어서 올라가보자고 제의해서다.

한시간 정도면 동네도 구경하고 걸어갈 수 있다고 해서 그러자고 했다.

동네는 조용하다. 드문드문 보이는 사람들도 대부분 노인들이다.

청년들은 거의 보이지 않는 것으로 봐서 다들 도시로 간 것으로 보인다. 우리네 60-70년대 모습이다. 

문명의 자연스러운 현상이라고도 볼 수 있지만 조금 서글퍼진다.

 

사람의 삶은 문명으로만 행복을 얻을 수 있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한국의 경험으로 알기 때문이다.

이들 노인들은 지혜를 전수할 수 있는 기회를 잃고 육신의 나약해짐으로 인한 박탈감과 소외감으로

앞으로 성장하는 젊은 세대들과 불화할 수 있는 가능성이 높아진다.

젊은 세대들은 편안한 삶을 얻었으나 인간으로서의 가치를 배울 시간이 줄어들 것이다.

이들은 우리가 잃어버린 기회를 잘 잡아갈 수 있기를....

 

온천에 도착해서 가져간 반바지로 갈아입고 온천에 들어갔다.

앞서 내가 한 고민을 알기라도 하듯이 우리보다 먼저 온 사람들의 모습을 보게 된다.

우리가 걸어가는 동안 자동차 3대가 먼저 온천으로 향했는데 그 3대가 모두 한가족이다.

이들은 따로따로 움직이며 각자의 연인, 자식을 챙기고 있었다.

처음에는 그들이 한 가족인지 몰랐다.

 

하지만 잠시 뒤 나타난 몸이 불편한지 천천히 걸어오는 할머니가 보이자 나는 그들이 한가족이라는 것을 바로 알게 됐다.

모두 각자의 자리에 있지만 모두의 신경이 할머니에게 쏟아지는 것이 느껴진다.

할머니를 부축하는 아주머니, 온천탕 아래로 내려올 수 있도록 아래에서 잡아주는 청년, 그것을 보고 있는 다른 가족들,

할머니에게 다가가는 아이들, 조금 있다가 할머니가 나가려고 하자 수건을 찾으러 뛰어가는 아가씨, 모두가 한 가족이었다.

이런 모습을 보는 동안 이런 가족관계가 어떻게 만들어지고 유지될 수 있을까에 대한 생각을 하게된다.

 

온천을 마치고 옆 언덕에 있는 원두막에서 싸온 밥을 먹었다.

계곡에서 불어오는 바람이 시원하다 못해 서늘했다.

돌아오는 길은 더 흥미진진했다.

타라타로 가는 차를 기약 없이 기다리자고 하는 말을 듣고 이게 또 무슨소리인가 생각했지만 말 그대로 그냥 기다리면 되는 거였다.

지나가는 차를 히치하이킹 해서 타라타로 가야한다.

페루에서는 웬만하면 차를 세워서 사람을 태워주고 한다고 한다.

대신 성의는 조금 보여야 된다고 한다. 우리 3사람도 타라타까지 15분정도 차를 타고 왔는데  5솔을 기사에게 주었다.

돈을 받더니 안녕이라고 하고 간다. 지금까지 내가 본  페루 사람들은 주고 받는 것이 명확하다.

작은 도움도 그냥 지나가지 않고 작은 대가를 치른다. 그것은 외국인인 우리도 예외가 아니다.

그런 면에서는 공평하다고 해야하나?

 

타라타에서 탄 버스는 타크나까지 10솔인데 타크나에 도착하니 12솔을 달라고 한다.

사람을 4명밖에 못태워서 그렇단다. 사람이 더 안탄건 우리탓은 아니지만 이사람도 운행비는 나와야 되니까라고 생각하고 돈을 줬다.

오는 동안은  비가 내리고, 조금 있으니 안개가 자욱해서 20m 앞이 안보일 정도였다. 절벽을 내려가는 운전을 하고 있는데 아슬아슬했다.

 

타크나 시내가 보이니 안심이 되었다.

'살리다 타라타'에서 내려서 200번 버스를 탔다. 두분을 먼저10-B를 태워보내고, 몇번 버스가 오는지 몰라 기다리고 있었는데 200번이 멀리서 보인다. 바로 손을 들고 물어봤다.

"Seno:r. Va a Urb.Tacna?" 기사가 경쾌하게 머리를 끄덕인다.

버스를 타고 집에 오니 5시 반이 넘었다.

저녁에는 선교사님댁에 가기로 해서 짐을 풀고 다시 나갈 준비를 했다.

 

에스더 선교사님이 저녁을 먹다가 물어보신다.

작은 후안디에고가 집을 구하는데 남선생님이 룸메이트를 구하고 있지 않느냐고..

헤르만 선생님한테 그런 이야기를 들었다는데 그건 또 무슨 소리일까....

처음에는 무슨 소리인지 몰라서 듣고 있는데 무슨 소리인고 하니 집에 후안디에고가 같이 머무를 수 있게 하면 안되겠냐고 묻는 거였다.

 

난 일단 국내교육에서부터 계속 듣고 있는 단신부임 원칙과 그 이유, 안전문제에 대한 규정을 떠올리고 곤란하다고 했다.

그 이야기를 하면서 지ㅇ쌤을 봤는데 지ㅇ쌤은 그건 부임할 때가 그렇고 현지인을 대상으로는 그렇지 않다고 이야기를 한다.

그리고는 자기가 남자라면 바로 함께 살자고 했을텐데라고 이야기 하는 걸 봐서는 내가 함께 살았으면 좋겠다는 이야기를 애둘러하는 것이리라.

그래서 나는 다시 한 번 더 구체적으로 생각하게 됐다. 무엇이 상식적이고 올바른 판단이 될 것인가. 

 

첫번째는 나는 이것은 기회라는 생각이 든다.

아버지와의 불화로 집을 나오게 되서 다른 집을 구해 살고 있었는데 그집에서도 나오게 된다.

탕자의 이야기는 성경에만 있는 것이 아니다.

우리는 모두가 탕자고, 모든 것을 잃는다면 사랑하는 부모에게로 돌아가고 싶은 생각을 한다.

사실 이것은 아무 문제가 되지 않는 것이다.

그럼 다른 사람들은 왜 아버지와 아들의 거리를 좁힐 수 있는 기회를 날리려는 것일까?

 

두번째는 그는 20대 중반의 성인 남성이고 직업이 있다.

20대이전의 학생이나 어린아이였다면 더 구체적으로 생각하고 방안을 알아봐야하는 것이지만

그는 성인이고 자신의 거취와 행동과 그 결과를 선택할 능력이 있다. 정해진 시간 안에 머물 곳이 정해지면 되는 것이다.

 

세번째는 내 마음에 거리낌이 있으면 하지 않는다.

코이카의 규정은 단원의 안전에 민감하다. 그리고 그렇게 교육하고 규정을 지키도록 강제하기까지 한다.

그의 평소 생활패턴과 습관을 모르고, 또한 나와 함께 지내다가 한국인에 대한 다른 생각을 가질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그도 내 생활습관과 패턴을 모르니까.

혹시 몰라 코디한테 물어볼까 하는 생각도 들지만 괜히 긁어부스럼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마음에 거리낌이 있는 상태로는 하지 않는다는 것으로 내 마음상태를 정의한다.

 

토픽반 수업 다음주로(2017.03.12)

10시가 되자 학생들에게 왓츠앱으로 연락이 온다.

'오늘 수업에 갈 수가 없어요.'

주중이나 내가 출발하기 전에 미리 좀 알려주지.

수업시간이 다 되거나 넘어서야 메시지만 보낸다.

 

이런 소통이 계속되면 누가 손해일까?

주말 시간을 빼서 수업을 해주는 내가 손해일까?

그렇게 공을 들인 수업을 받지 않는 그들이 손해일까?

 

둘 다 손해다. 하지만 나는 이 사건을 그냥 넘기지 않겠다.

이곳 페루에서 조금 더 인내하는 법을 배운다. 내 속에 진짜 인내를 새긴다.

진짜 인내란 실망하지 않고 그 다음을 준비하는 것이다.

일이 되지 않더라도 사람에게 덜 실망하는 법을 배운다.

온전히 내게 새겨지고 나서야 그것 또한 지나가리라.

 

재외국민 투표신청, 평화로운 수업시간, 페루사람들(2017.03.13)

재외국민 투표 신청을 했다.

어찌하는지 방법을 몰랐는데 페루 대사관과 코이카 동기들이 공유해준 게시물을 보고 사이트에 들어가서 신청을 했다. 일단 신청이 끝났으니 기다려야지.

소중한 한 표. 꼭 행사할테다.

언제든 내 권리를 행사하지 않은 적이 없지만 2002년에 이어 이번 2017년 투표는 내 일생에 있어서 중요한 기점이 되는 때일 것이다. 

 

진도가 느린가?

느려도 괜찮다. 중요한 건 학생들이 한국어를 익히는 것이지 날짜에 진도를 맞추는 게 아니니까.

목적을 잊으면 목표도 평가도 모두 부질 없는 것이 되버리고 만다.

똑같은 시간을 똑같은 사람들이 공부하는데 목적이 있는 것과 없는 것은 차이가 난다.

 

페루 사람들은 대체로 친절하고, 배려심이 깊으며, 다른사람의 어떠함에 신경쓰지 않는다.

길에서 만나는 누구에게나 인사를 하면 답례를 하고, 길을 물으면 자신이 아는 한 가르쳐주는 친절을 아끼지 않는다.

우리네 80년대 초반의 시골의 인정이랄까. 그런 마음들이 있다.

 

이들은 미래를 돌파해가려는 꿈들을 가지고 할 수 있는 한 모든 지식을 습득하려고 노력한다.

어떤 직업을 가지게 될지 아직은 모르고 일자리 가짓수도 그렇게 많지 않다.

이곳은 대부분의 사람들이 파트타임으로 일을 하는 것으로 보인다. 정직원은 거의 보이지 않는다.

노동유연성이라 부르는 것이 높으면 일자리가 많아야 사회가 제 모습대로 돌아갈 것인데 그것도 그렇게 많이 보이지는 않는다.

다만 사람들 사이의 서로가 서로를 배려하는 것들로 그 틈들이 메워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일자리....

나는 아직 모른다. 이들이 한달에 얼마정도를 벌고, 먹고 입고 씻고 자는데 얼마나 쓰는지....

한국 노동시장의 폐해를 그대로 답습하지는 말았으면 하지만 이미 기관에서 보고 듣는 이야기들로는 한국과 그리 다르지 않은 노동시장이다.

 

삼국유사 번역 중에(2017.03.14)

한국어수업 중급반에서는 학생들과 함께 텍스트를 번역하고 있다.

내가 처음으로 택한 텍스트는 삼국유사다.

학생들의 연령, 단어 수준과 함께 공유할 수 있는 텍스트 중 가장 먼저 함께 읽고 싶은 것을 고르다 보니 그렇게 됐다.

한자 원문을 함께 읽지는 않는다. 한글로 번역된 것을 다시 에스파뇰로 바꿔보는 번역이다.

 

대부분 학생들이 20대초중반이어서 그런지 문장을 어렵게 번역하려고 한다.

이어진 문장과 안은 문장을 구분해주고, 구, 절을 표시해주면서 최대한 쉽고 간결하게 바꿔보라고 이야기 하지만 아직은 잘 안된다.

어려운 문장, 점점 더 길어지는 문장....아직 에스파뇰이 고급지지 않은 내 언어수준으로는 이 정도 주문이 한계다.

"10살 아이가 보고 이해할 수 있는 문장을 써주세요."

 

그렇게 1달 반이 흘러서 이제 내일이면 단군신화 번역이 끝난다.

학생들도 나도 언어 때문에 고생이 많았다. 그래도 덕분에 에스파뇰을 얻은 것이 있는 것 같다.

학생들은 새로운 공부법을 접했다며 그리 싫지는 않은 것 같다.

매일 하루치 번역량을 조절해 줘서 그런지 부담스러워하는 것도 없었다.

 

한자어 뜻을 조금 더 자세히 알아서, 어떻게 하면 바르고 고운 우리말과 글로 고칠 수 있을까

함께 고민하면서 한자도 함께 배우고 있다.

텍스트를 번역하거나 다른 글들을 읽는데도 도움이 된다.

한국어에서는 한자어가 아주 많은 부분을 차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제 8급 한자 50글자를 배우고 단어에서 한자를 발견할 때마다 탄성을 내는 정도의 수준이지만,

배움을 즐거워하는 학생들을 보면서 힘이 난다.

 

이번주 번역한 단군신화를 타이핑해서 다음주에는 학생들에게 파일을 나눠줘야겠다.

학생들과 항상 하는 이야기지만 페루든 한국이든 번역판으로 책을 내면 서로의 이름들을 모두 실어주기로 했다.

계속 열심히 해보자!

 

한국어중급반 문화수업, Director 인터뷰, Cafe Teva시작(2017.03.15)

아침에 301호에 가니 전 수업 영어시간이 아직 안끝나고 중간시험을 친다고 학생들이 앉아있다.

영어 선생님도 어떻게 해야할지 곤란해보인다. 학생들이 생각보다 늦게 풀고 있는 거겠지....

그래서 다른 교실을 찾아가기로 했다. 마침 Sala2가 비어있어서 거기서 수업을 하려고 사무실에 가서 이야기를 했다.

세크리타리아는 내가 모든 3월 수업의 교실을 바꾸려는 줄 알고 당황하다가

사정을 듣고 오늘만 바꾸기를 원한다고 이야기하자 흔쾌히 허락해준다.

 

수업을 하면서 학생들과 금요일에 영화를 한 편 보는 것이 좋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말했더니 많이들 기뻐한다. 

드디어 열린한국어 5과를 끝내고 6과로 넘어왔다.

중간중간 다른 교재(중남미 학습자를 위한 한국어 등)를 참고하면서 연습을 많이 해서 그런지 마띠아스반 보다 속도가 좀 느리다. 

 

오전 수업이 끝나고 장을 봤다.

쌀이 떨어져서 쌀을 샀는데 1킬로에 3.5솔(1300원정도)씩이다.

3킬로에 10.5솔을 주고 샀는데....전에 산 북부쌀보다 도정이 깨끗하게 잘 됐다. 그래서 조금 더 비싼가 보다.

양파와 감자, 깐마늘도 단골집에서 샀는데 양파가격이 50% 올랐다. 1킬로에 2솔 하던 양파가 3솔씩한다.

나야 지금 받는 생활비로 생활이 모자라진 않지만 돈을 벌어서 밥을 해먹는 사람들입장에서는 큰 숫자다.

 

집으로 와서 카레를 만들 준비를 했다.

오늘 중급반 학생들에게 카레를 먹으면서 TV프로그램을 보자고 했기 때문이다.

고기를 썰고, 채소를 다듬어서 밑준비를 하고 카레가루를 물에 풀었다.

고기를 먼저 볶다가 양파, 감자 등 썰어놓은 채소를 넣고 같이 볶았다.

포도주를 조금 넣어서 향을 내고 물에 푼 카레를 넣었다.

페루 사람이라 혹시 매운 맛이 많이 자극적일까봐 부드러운 맛을 내도록 우유도 조금 넣었다.

 

금방한 카레를 작은 냄비에 담고 밥도 밥솥에서 퍼 담았다.

요리를 하는 동안 장선교사님한테 전화가 와있다.

오늘 저녁에 개업식에 참석해 달라는 말일 거 같아서 저녁에 인터뷰가 있어서 끝나고 시간이 맞으면 가겠다고 연락을 드렸다.

연락을 하다보니 퍼뜩 생각이 나는 것이 헤르만 선생님과 에스파뇰 수업을 하는 날인데 깜빡했다.

미안하다고 왓츠업 문자를 보냈다. 괜찮다고 답변이 와서 다행이라 생각했다.

 

오후 수업에서 카레를 함께 먹었는데 생각보다 반응이 좋다.

그런데 돼지고기를 별로 안 좋아하는 친구들이 있다. 여기서는 돼지를 좀 안 좋게 키우나보다.

그래서 돼지고기를 따로 남기는 것 같았다. 그럼 다음에는 닭이나 소고기로 만들어야지...

 

수업이 끝나고 사무실로 내려가니 아직 디렉토르가 안왔다.

디렉토르는 오말 한 사람인 줄 알았는데 2사람이었다.

오말 말고 다른 사람이 오늘 나와 면담을 요청한 것이다. 왜일까 생각해봤는데 결국 수업때문이다.

선생한테 인터뷰를 하자면 학생, 수업, 교재, 학교의 다른 사정들(돈에 관련된) 아니겠는가.

이런저런 생각을 하면서 기다리는데 아까 내 옆을 지나간 아저씨 한 사람이 나머지 다른 디렉토르라고 한다.

가서 이야기를 들어보니 저녁에 수업을 해달라는 이야기다.

 

그래서 내 생각을 이야기했다.

지금 아침에 하는 수업을 오후로 옮기면 저녁에 새로운 수업을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아침이든 저녁이든 수업준비를 위한 시간은 반드시 있어야 하기때문이다.

내가 에스파뇰에 정통했다면 그 시간이 짧아도 상관없겠지만

지금은 에스파뇰 대사를 하나하나 준비하는 입장이니 시간이 생각보다 많이 걸린다.

보통 2시간정도를 수업내용을 해석하고 에스파뇰 대사를 만드는데 쓴다.

교보재를 만들거나 하는 시간은 아직 꿈도 못꾸고 있다.

그래서 있는 교보재를 사용하는 것으로 간극을 메우고 있는 중이다.

 

인터뷰가 끝나고 학생들과 함께 새로 연 카페로 걸어갔다.

카페는 생각보다 멀다. 일단 가보니 아늑하게 잘 꾸며져있다.

호르헤바사드레 대학교가 근처라는데 밤이라 어디가 어딘지 잘 모르겠다.

차와 커피, 간단한 과자류와 컵라면까지 있다. 와이파이도 구비되어있고, 책장도 있다.

다만 책장에 한국어든 에스파뇰이든 책이 많이는 없다.

 

우리가 도착한 시간에 아카리도 같이 도착했다.

선교사님이 연 카페라서 개업식을 예배로 한다.

조용히 잘 있다가 저녁으로 나오는 엠빠나다와 샐러드를 잘 먹고 사람들과 이야기를 잠시 나눴다.

밥도 잘 먹었겠다 시간도 9시가 넘어가는지라 나가려고 하는데 아카리가 배를 잡는다.

속이 안좋은가보다. 겨우겨우 택시를 타고 다 함께 아카리네 홈스테이집에 갔다. 얼굴이 많이 안 좋다.

내일 데이지편에 소화제라도 들려보내야 되는가... 

 

마리엘라와 남자친구 마이클은 이제 내가 걱정이 되는지 버스타는 곳까지 안내해준다.

마이클은 집이 가깝다며 먼저 걸어가고, 마리엘라는 내 차가 오기를 기다려준다.

A버스가 안와서 마리엘라에게 택시를 타고 갈테니 버스가 오면 먼저 타고 가라고 이야기 했다.

그렇게 마리엘라를 보내고 잠시 더 기다렸는데 버스가 안온다.

끊겼나보다. 지나가는 택시를 잡고 값을 물으니 4솔이란다. 바로 가자고 했다. 보통 5솔 하는 거리였기 때문이다.

집에 도착하니 10시가 다 됐다. 씻고 자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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