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코멘토, 인터넷설치(2017.02.01)
오전에 CEID에서 도코멘토 사인(피르마)을 받았다.
마리아에게 시청에서 온 거라며 도코멘토를 보여주니 웃으며 인수도장을 찍어서 날짜를 적어준다.
일단 도코멘토를 받아놓고 집으로 바로 왔다.
오후 2-5시 사이에 인터넷 설치기사들이 온다고 해서다.
점심을 먹고 기다리는 시간이 지루하진 않았다.
내일 수업자료를 만들면서 기다렸기 때문이다.
기사들이 와서 설치를 해주고....
옥상에서 내려온 선을 살라(거실)에 넣고 모뎀을 달았다.
2월은 프로모션으로 그냥 쓰고, 3월은 돈을 냈다.
4월 쓴 것부터 돈을 다시 내기 시작하면 된다는데...매월 마지막주에 지불하란다.
그러고보니 1월 세금도 아직 안드렸다.
고지서가 오면 말해준다는데...좀 더 기다려봐야겠다.
2월 한국어수업 시작(2017.02.02)
2월부터는 수업을 2반 한다.
기초 1반(Basico1)을 이어서 기초 2반 한 반과 중급 5반(Intermedio5)을 맡았다.
기초 2반은 기초 1반을 이어서 하는지라 수업내용과 방법을 어느정도 체계화 시켰는데
중급 5반은 처음 시작하는 중급반에다가 이 친구들이 거의 2년동안 한국어 공부를 하지 않았다고 해서 조금 걱정이 든다. 그래서 어제 저녁 Whatsapp으로 오늘 실력체크를 하겠다고 했다.
CEID로 가니 교실이 바뀌었다.
살라H라고 칠판에 적혀있는데 살라에는 다른 강사가 들어가서 수업준비를 하고 있다.
사무실로 가서 물어보니 접수를 도와주던 마리아가 당황한다.
살라3이 비어있던게 기억이 나서 물어보니 비었다며 거기를 쓰라고 한다.
그래서 그곳에서 수업을 하기로 했다.
나는 계속 듣고 말하기를 시작으로 읽고 쓰는 것으로 향해가도록 수업을 구성하고 있다.
남미에서 한 달 공부한 학생들이 자기소개를 한국어로 말할 수 있도록 한 것이 그 시작이라 하겠다.
기초반이 끝나고 시청으로 부지런히 걸어갔다.
가는 길에 순ㅇ쌤을 중간에 만났다.
시청에는 전통놀이를 할 준비를 푸ㅇ쌤이 해놓고 기다리고 있었다.
푸ㅇ쌤은 순ㅇ쌤이 적극적이지 않은 것에 대해서 조금 마음이 상한 모양이다.
아마 오늘도 그럴텐데....
진행을 하다보니 재미있어져서 하나씩 차근차근 하게됐다.
투호, 제기차기, 윷놀이 순서대로 놀았는데 윷놀이를 하고나니 1시가 넘었다.
순ㅇ쌤은 수업하러 CEID로 돌아가고 나는 거기온 아이들을 데리고 온 삼촌과 푸ㅇ쌤이 같이 먹는 점심자리에 끼게 되었다.
센트로에 있는 상하이라는 치파(중국집)인데 완탕스프와 볶음밥이 꽤 괜찮았다.
점심을 먹고 푸ㅇ쌤이랑 메르카딜료 볼로그네시 아래쪽에 있는 상가를 구경하면서 수도꼭지 이음매를 찾아보다가 CEID로 갔다.
수업시간이 다 됐기 때문이다.
중급반 첫시간은 듣고 쓰기, 읽고 말하기 실력을 체크하는 것으로 다 보냈다.
여기 학생들은 모음 '어'와 '오'를 듣고 구분하기 힘들어한다.
'으', '의'도 마찬가지다. 쌍자음과 파열음 ㅊㅋㅌㅍ를 구분하는 것도 힘들어한다.
다행이라면 이 친구들이 2년전에 배운 바를 조금씩 나름대로 복습하고 있었다는 것이다.
내일은 문법사항들을 체크해 볼 생각이다.
용언의 현재, 과거, 미래시제와 사동, 피동, 높임법에 대한 것, 어휘수준 등을 체크하려면 시간이 꽤 걸릴 것 같지만 차근차근 할 생각이다.
순ㅇ쌤은 내가 수업을 열심히 하는 것이 이상한 모양이다.
왜 이렇게 열심히 하느냐고 묻는다.
나는 그렇게 묻는 게 더 이상하다.
선생이 수업을 열심히 하는 것은 당연한 것이다.
학생들의 눈들을 보고 있으면 자연히 자세를 바로하게 되고 목소리를 가다듬고 아는 것을 정리해서 말해주게 된다.
선생병이라고 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그 맑은 눈들을 보고 있으면 저절로 그리되는 건 어쩔 수 없다.
한국문화활동, 영사님이랑 저녁(2017.02.03)
오전 수업을 마치고 11:00부터 하는 한국문화활동을 준비했다.
오늘은 한국영화를 소개하고 함께 감상하는 날이어서 프로젝터를 켜려고 했는데....
처음에는 전원이 안돼서 문제를 일으키더니 나중에는 인식이 안된다.
순ㅇ쌤은 그리 급하지 않은 얼굴이다.
나는 마음이 급해서 사무실에도 갔다가 도서관(여기는 기기들을 도서관에서 관리한다)에도 갔는데
점심시간이어서 그런지 문이 잠겨있었다.
어떻게 하나 발을 구르다가 내가 생각해 낸 것이 카세트에 쓰는 파워선을 교실에 있는 TV에 연결해서 전원을 넣는 것이었다.
TV가 켜지고 영화를 소개할 수 있었다.
오늘 소개한 영화는 '암살'이다.
일제시대 독립운동을 하는 내용이 주라, 어떻게 설명을 하나 생각했는데 의외로 학생들이 잘 알아들어줘서 고마웠다.
활동을 끝내고 집에 가서 잠시 앉았다가 다시 몸을 씻었다.
아까 기계가 안될 때 땀을 많이 흘려서다.
샤워를 한 김에 옷도 갈아입고 오후 수업을 갔다.
오후 수업을 끝내고 나니 밖이 어둑해진다.
학생들이랑 같이 센트로 쪽으로 갔다.
학생들도 센트로에 밥먹으러 간다고 하고 나는 영사님들과 저녁약속이 있어서다.
약속장소인 치파에 가니 이미 사람들이 다 모여있다.
'뽀요 데 리몽까이'라는 요리가 제일 마음에 들었다. 상큼한 탕수육소스를 닭고기를 얇게 썬 것을 밀가루를 묻혀 튀긴 튀김에 얹은 것이다.
다음에 또 먹고싶다는 생각이 든다.
영사님이 리마에서 왔다는데 사실 별로 한 이야기는 없다.
영사라 그런지 사업에 대한 이야기, 그냥 여기 생활이야기, 국외로 나갈 때의 불편함에 대한 이야기...
그런 이야기들....김영란법에 대한 공무원과 상인의 입장 이야기.
그냥 난 먹는데 집중했다.
잘 얻어 먹었으니 된거다.
집에 가는 길에 동ㅇ쌤이 나보고 왜 그렇게 열심히 하느냐고 말한다.
순ㅇ쌤이랑 무슨 이야기를 했나보다.
나는 그냥 '그럼 좀 느긋하게 해야겠네요.'라고 말하고 돌아왔다.
오는 내내 그런 생각이 든다. 이들은 무엇으로 살아갈까?
그래도 동료라는 생각이 들어서 함께 맞춰갈 부분은 맞춰가야한다고 생각한다.
열심히 해야 하는 것은 그렇게 살아가면 되는 것이고 나머지 내가 맞춰줄 수 있는 것은 맞춰주면 된다.
나머지는 각자의 영역이 아니겠는가.
내가 그들보고 더 열심을 내라 강요할 수 있는 것도 아니고 그들이 내게 왜 그리 열심히 하느냐며 따질 수 있는 부분도 아니다.
각자의 삶의 방식 안에서 우리를 이곳에 보낸 코이카의 목적인 봉사를 잘 해나가면 되는 것이다.
하루종일 집에서 빈둥거리기(2017.02.04)
입춘이다.
하루종일 집 안에서 빈둥거렸다. 빈둥거린 건지 갈피 못 잡는 마음을 정리한 건지...
낮에는 블로그를 손보고 밤에는 다음주에 있을 수업준비를 했다.
중간중간에는 유튜브에 올라오는 동영상들을 보면서 놀았다.
다음주에는 한국문화활동도 3번이나 있는데...
사실 내가 계속 모든 진행을 하는 것이 버겁기는 하다.
스페인어로 자세한 설명을 하는 것이 힘든 사람을 보고 전체진행하라고 일을 냅다 들이밀면 당연히 힘든 것이다.
그리고 모른체 자기는 뒤에서 돕기만 하겠다고 하는데, 돕는지 안 돕는지 뭘 돕는지도 말을 안하면 모르는 것이다.
왜 그러는 걸까 생각해보지만 본인이 아니고는 답을 모르는 것이다.
내 말을 잘 들어주고 따라주는 학생들이 고맙기만 할 뿐이다.
아마 이런 상황이 계속 되면 다음에는 그와 함께 활동하는 것에 대해서는 부정적인 판단을 내릴 수 밖에 없다는 생각이다. 차라리 혼자하거나 다른 사람과 함께 하는 것이 맞다고 본다.
그는 그의 일을 하게 두고 나는 내 일을 해야 하겠다.
아카리(2017.02.05)
종일 청소하고 내일 수업을 준비하고
다음주 있을 한국문화활동에 무엇을 할지 아이디어를 생각했다.
낱말 맞추기 빙고를 해볼까.
아니면 좋은 문구 책갈피 써주기를 해볼까?
.....더 생각해봐야겠다.
저녁에는 선교사님댁에서 저녁밥을 먹었다.
지ㅇ쌤이 없어서 선교사님네와 나만 있는 지리려니 했는데 자이카에 아카리도 왔다.
아르헨티나식 스파게티를 먹고 이야기를 나눴는데 다들 내 스페인어가 늘 수 있도록 충분히 천천히 말해주고,
내가 하는 느린 스페인어를 기다려주었다.
아카리가 요즘 어떤 고민을 가지고 일을 하는지도 들을 수 있었고,
아카리는 내게 왜 선생을 하게 됐느냐며 묻기도 했다.
긴 이야기를 짧게 하려니 그것도 참 힘들다.
한국어 수업, 시청 방문(2017.02.06)
오늘 수업시간에 학생들에게 다른 지역 코이카 단원과 전화통화를 한다고 이야기 해줬다.
기초반 학생들에게는 내일 통화를 하니 오늘 집에 가서 내일 통화할 내용을 생각해보고 연습도 할 수 있으면 해보라고 했다.
각각 2분씩 시간을 준다고 하니 깜짝 놀란다. 그러면서도 기분 좋은 얼굴을 숨기지는 못한다.
기대가 되는가보다.
멀리 타지역에 사는 모르는 외국사람과 통화를 한다는 것은 기대되는 일이다.
그의 언어를 배우는 입장이라면 더 기대가 될 것이다.
중급반 학생들에게는 통화내용을 내일 같이 생각해보자고 이야기했다.
중급이라도 긴장하기는 한다.
무슨 말을 해야할까 생각해보는 눈치다.
이런 이벤트, 수업 한 번 앞의 선생들이 안했단 말인가.
언어를 공부하는데 학습동기를 키우는데 현지인, 모국어화자와의 대화는 거의 절대적인 동기유발제다.
그래서 선생은 가장 좋은 수업도구가 아니던가.
오전수업을 끝내고는 시청에 잠시 들렀다. 내일 한국문화활동에 대해서 상의하기 위해서다.
순ㅇ쌤한테도 톡을 보냈는데 답이 없다.
푸ㅇ쌤이랑 1시간 정도 내일 활동내용과 준비물, 장소여건 등을 이야기하고 헤어졌다.
푸ㅇ쌤은 순ㅇ쌤한테 많이 실망한 모양이다.
하긴 나같아도 한두번이 아니라 여러번 그렇게 행동하면 실망할 것 같다.
본인이 그걸 모른다면 그까지가 본인 복이다.
무튼 내일 수업은 더 즐겁게 아이들과 놀아볼 생각이다.
주변에서 어떻게 방해를 하든 나는 학생들과 함께 배우는 삶의 즐거움을 찾아갈 생각이다.
선생이 학생들에게 뿌리를 내리면 누가 그 선생을 선생이 아니도록 만들 수 있겠는가.
한국어수업 전화통화, 한국문화활동 한글빙고(2017.02.07)
오전 한국어수업에 다른 지역 단원과 전화통화를 했다.
학생들을 5명씩 2그룹으로 나눠서 주ㅇ쌤과 은ㅇ쌤에게 전화를 걸었다.
학생들은 생각보다 즐겁게 한국어로 대화를 나누었고 옆에서 말을 더 잘했으면 하는 마음에 이말저말 서로 가르쳐주었다.
나는 가르쳐주지 말라고 했다. 그래야 서로 더 잘, 많이 가르쳐줄테니까 말이다.
통화가 끝나고 통화내용을 정리한 다음 학생들에게 물었다.
통화가 재미있었냐고....말로는 어렵다고 이야기 하지만 표정은 이미 내게 말하고 있었다.
재미있었다고, 더 했으면 좋겠다고.
다음에는 더 재미있는 수업 이벤트를 만들어보자고 하고 오늘 배울 문법으로 넘어갔다.
언어 교육은 현실을 살아가는 것이다.
문학은 허구를 통해 과거와 미래 혹은 있지 않은 현실을 살피며 끊임없이 상상하게 하는 공부이고
언어는 실제를 통해 현재의 삶을 살아내기 위한 방안과 소통을 궁구하는 것이다.
오전 수업이 끝나고 시청으로 갔다.
오늘은 한국어 소개와 인사배우기, 한국어 이름 알기, 한글 빙고 게임하기가 활동 내용이다.
준비한 프린트를 뽑고 한국어를 설명했다.
자음, 모음, 글자를 만드는 방법...
지금 생각해보니 학생들에게 기본자음 14개와 모음 5개(아에이오우)를 합친 글자들을 음가를 함께 적어서 줬어야 한다고 본다. 음가를 모르니 학생들이 한 번 불러주기만 한 음가를 가지고 빙고를 진행하는데 힘들었을 것이다.
다음에 또 기회가 있다면 음가를 꼭 글자 옆에 적어서 주고 빙고를 시작해야 겠다.
오후 intermedio수업은 좀 피곤했다.
알레한드로가 오늘도 일때문에 못왔다.
일 때문에 공부를 못하게 되고 공부를 못하면 학위나 그밖의 일에 관련된 자격을 취득하는 것이 힘들어지고 그러다 일 구하기가 힘들어지고 일을 못하게 되는 악순환은 이곳은 없었으면 좋겠지만....
내가 바라본 페루사회는 이미 그 사이클이 만들어지고 있다.
앞으로 10년정도 뒤면 시에서 운영하는 무료 청소차량이라든지 조경관리 등의 공무에 세금을 더 붙이려는 모습을 보일 가능성이 90%이상이라고 본다.
쓰레기 종량제라든지, 쓰레기봉투를 사도록 유도한다든지, 화단에 철망을 씌우고, 공원을 만들고 입장료를 받는 것은 그런 것들의 기본 걸음걸음이라 할 수 있겠다.
오후 수업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메르카딜료 볼로그네시를 들렀다.
이번주나 다음주에 시니어쌤을 집에 초대해야 될지도 몰라서 미리 와인을 좀 봐두려고 간 것이다.
그까지 간 김에 와인을 살만큼 충분한 돈이 있어서 2병을 사들고 집으로 왔다.
그분들을 모시기 전에 와인 따개를 어디서 구해야 할텐데....
오후 한국어수업 전화, Plaza vea, 112기 모께구아 단원 연락(2017.02.08)
오늘은 오후 중급 한국어 수업 학생들이 전화통화를 했다.
두 반 다 하루 전에 미리 질문이나 대답등을 정리하고 말하는 것을 연습하게 했지만 초급 학생들보다는 훨씬 더 풍부하고 구체적인 질문과 대답이 나왔다.
다ㅇ쌤이 흔쾌히 전화를 받아주겠다고 해서 정말 고마웠다.
다ㅇ쌤 본인이 이야기 했듯이 이게 다 빚이겠지만...
학생들은 전화를 하고 난 이후에도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전화 내용을 정리해서 오늘밤까지 왓츠앱 메시지를 보내달라고 하니까 그제야 진정하고 내용을 기억하기 바쁘다.
1과 문법을 가지고 문장을 만들어서 퀴즈를 보고, 1과 내용을 소리내서 읽게 했다.
수업이 끝나고는 학생들과 함께 센트로쪽으로 걸어내려갔다.
여름이지만 저녁에 해가 질 때 쯤에는 선선한 바람이 불어온다.
이제 페루에 온지 3개월차라 그런지 학생들과 일상생활이나 쉬운 대화는 그냥 하고 다닌다.
좋아하는 영화장르나 어떤 책을 읽었는지 같은 것들 말이다.
코이카의 다른 언어들보다 원래 어느정도 알던 영어에 가까운 언어라 그런 것 같다.
하지만 부작용이 있다.
조금은 하던 영어, 중국어, 일본어 회화가 스페인어에 먹혀서 잘 나오지 않는다.
버벅대게 되고, 멍하니 단어를 생각하게 되고, 그러다 한숨을 쉬게 된다.
플라자베아에 가서 내일 '한국문화활동 - 젓가락질 배우기'를 할 때 쓸 과자들을 샀다.
푸ㅇ쌤과 데이지가 함께 미리 와있어서 만나자마자 바로 들어갔다.
떡 본김에 제사지낸다고 간 김에 2월 마지막주까지 먹을 장을 봤다.
밀가루를 사는데 가격이 다르다. 물가가 올랐다. 다른 것들을 봐도 그렇다.
꼭 필요한 밀가루나 재료들의 가격이 5%씩정도 올라 전과는 차이가 난다.
우유는 1리터 3.5솔 하던 것이 5솔이 됐다. 1200원짜리가 2000원가까이 됐다.
장을 보고 택시를 타고 돌아왔다.
오늘은 닭똥집을 샀다. 이 사람들도 닭똥집을 먹는가 보다. 400g정도가 5솔이 조금 넘는다.
이정도면 먹을만 하다. 소고기의 1/3 가격이다.
손질해서 볶아 먹어야지.
밤에 주ㅇ쌤한테 톡이 왔다. 모께구아 단원이 OJT올 때가 된 모양이다.
연락을 해보니 맞다. 이번주 일요일에 타크나에 비행기로 와서 모께구아로 버스를 타고 간다고 한다.
곧 봅시다!
교실을 바꾸다. 한국문화활동-젓가락질(2017.02.09)
아침에 CEID에 가니 세크레타리아가 나를 부른다.
무슨 일인가 해서 가보니 어제 말한 교실 이야기다.
더운 날 인원이 너무 많아서 다른 교실을 원한다고 다른 교실이 없냐고 물었는데 어제는 미안하다고 없다고 했는데,
오늘은 해결책이 있는가보다.
옆에 있던 헤페(기관장) 오말이 나를 보고 따라오라고 이야기한다.
3층으로 올라가서 열쇠를 이것저것 꺼내서 잠긴 문들을 열어보더니 안되는지 어딘가로 전화를 하고 그래도 안되는지 안절부절 못한다.
뭔가 해결해주고 감사인사를 듣고 싶었는데 안되서 무안한가보다.
나는 아무 내색 않고 그냥 기다리고 있었다.
잠시 후 오말이 조금있다가 수업이 끝나는 교실이 있으니 거기를 쓰면 어떻겠냐고 한다.
나는 좋다고 했다. 이제 교실들이 다 정해졌는데 더 큰 교실을 찾아주려는 기관사람들의 노력이 참 고맙다.
A-301호 교실이다. 수업이 끝나고 들어가보니 엄청 넓은 교실이다.
나중에 수업을 마치고 사무실에서 이야기를 들어보니 월요일부터 목요일까지만 쓸 수 있고 금요일은 원래 쓰던 Sala2를 써야 한다고 한다. 그래도 일중일에 4일을 넓게 쓰는 거니까 좋다고 했다.
수업을 마치고 시청에 가니 준비가 잘 돼있다.
오늘은 순ㅇ쌤도 좀 적극적으로 나서줬으면 했는데 저번보다는 적극적이어서 다행이다.
뭘 해야 되는지 얼마나 줘야 되는지 물어보는 정도면 많이 적극적이게 된 거다.
오늘 온 페루 친구들은 젓가락질을 생각보다 잘 한다.
내 어릴 때 기억은 젓가락질을 못해서 엄청 혼이 난 기억들이 가득한데, 이들은 굉장히 적극적이고 자세히 관찰하고 서툴러도 해보려는 열정이 있어서 빨리 기능을 익히게 되는 것 같다.
토너먼트식으로 같은 숫자를 뽑는 사람끼리 짝을 지어 대결하기로 했다.
접시에서 접시로 먼저 옮겨담는 사람이 이기는 게임을 했는데 못한다고 빼는 사람은 아무도 없고 다들 집중에 집중을 더한다.
점심시간에 가까워서 3번째 판 정도에서는 접시에 옮겨담는 것이 아니라 먼저 다 먹는 사람이 이기는 것으로 했다.
순조롭게 게임이 끝나고 1.2.3등에게 내가 가져간 한국 전통문양 책갈피를 선물로 주고 마지막 판을 했다.
마지막 판은 진사람들까지 모두들 함께 참여해서 먼저 먹은 3사람과 마지막에 먹은 2사람에게 선물을 주는 것으로 했다.
물론 어떤 사람에게 선물을 줄 건지는 미리 말하지 않았다.
선물을 주면서 마지막 사람에게 선물을 주는 의미를 이야기했다.
꼴지가 항상 나쁜 건 아니며, 우리는 마지막까지 남은 사람을 챙겨야 한다고, 마지막 사람들이 더 힘을 낼 수 있도록 용기를 줘야 한다고 했는데 어디까지 알아들었을지는 잘 모르겠다.;;;
집에 돌아 와서 어제 산 닭똥집을 볶아서 밥과 함께 먹고 잠시 쉬었다.
오늘은 왠지 평소보다 좀 더 피곤하다.
오후 수업은 알레한드로가 늦게 와서 다ㅇ쌤한테 전화를 못했다.
다ㅇ쌤이 조금 있다가 나가야 하는데 알레한드로가 원래 올 시간보다 훨씬 더 늦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평소처럼 퀴즈를 보고 오늘부터 하기로 한 '한국 이야기(설화)' 번역하기를 했다.
한국어로 된 이야기를 읽고 에스파뇰로 번역하는 거다.
나는 텍스트를 단군신화부터 잡았다.
한국을 배우는데 이야기는 여기서 시작해야 겠다는 생각이 들어서다.
물론 이것보다 더 오래되고 좋은 이야기가 있다면 바꿀 수도 있다.
번역을 다 하고 나면 문장을 다 이어서 소리내어 읽어보도록 한다.
듣고 말하고 읽고 쓰는 것, 문학과 그 외의 글들을 읽고 생각하는 것은 언어를 공부함에 있어서 정말 중요한 것이다.
인지가 자라고 곁가지를 뻗어가는 모습을 언어로써 그대로 보여주는 단계들이기 때문이다.
한국어교육 생각(2017.02.10)
나는 학생들을 어디에서 어디까지 이끌어야 할까?
이들의 흥미가 K-POP이나 한류에서만 머무르도록 해야할까.
아니면 이들이 한국어를 배움으로써 자신의 삶을 더 능동적으로 선택할 수 있도록 도구를 쥐어주는 것이 되어야 할까.
한국어라는 도구뿐 아니라 생각의 틀, 내가 그들에게 생각하는 그 이상을 함께 바라볼 수 있는 눈을 주는 것까지를 해야할까.
아직은 모르겠다.
지금은 이들이 한국어를 배움으로써 무엇을 할 수 있을지 확인하고 조용히 고민하는 수 밖에는 없다.
한국에 갈 수 있는 기회. 참 중요하다.
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갔다와서 자신의 삶을 어느 방향으로 이끌어 갈 것인지 생각해 볼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한국에서 기른 제자들에게도 마찬가지지만....
나는 나다. 누구를 덜 가르치고 더 가르치는 것이 없다.
있는 그대로 나를 보여주고 볼 눈이 있는 사람에게는 볼 수 있도록, 보여주려 노력한다.
그래서 앞으로 내 삶을 이끌어가는 것은 참 중요하다.
나를 위해서만이 아니라 제자들이 보고 자신의 삶을 끌어가는 여러 방법 중 하나의 틀을 보여줄 수 있기 위해서다.
어디에서 누구와 어떤 일을 어떻게 하는지, 어떻게 이루어가고 절차는 어떠한지...이 모든 것이 공부가 될 것이다.
Club Shammah(2017.02.11)
11시에 CEID에서 한다는 Club Shammah에 가 봤다.
이곳은 선교사님이 토요일 오전마다 주변 아이들을 모아서 즐겁게 노는 행사다.
10시 30분부터 30분정도 성경을 이야기하고 구절을 외우고 잘 외운 아이들에게는 달란트를 준다.
11시부터 손을 씻고 와서 음료와 과자를 먹고 잠시 쉬었다가 단체로 게임을 한다고 한다.
12시 반까지 게임을 하고 나면 끝내고 헤어진다.
매월 첫째 토요일마다 달란트 시장을 열어서 아이들이 그간 모은 달란트로 물건을 사 갈 수 있도록 한다고 한다.
나는 여기서 어떤 교육이 어떤 방식으로 누구를 위해서 이루어지는지 보려고 참석했다.
지켜보는 가운데 웬 백인 한사람이 내게 다가왔는데 칠레사람이었다.
일본어로 인사를 하길래 일본사람이 아니라 한국사람이라고 하니 어눌하게 "안녕하세요."라고 인사를 한다.
내가 중국어를 조금 한다고 했더니 그때부터는 중국어로 말하기 시작했는데 자신이 이전 6년동안 상하이에서 MBA공부를 해서 중국말을 할 줄 안다고 한다.
이름은 로제르토고 칠레 국경지역 아리까에 있는 병원에서 심리상담쪽 일을 하고 있고,
CEID에서 언어수업을 듣고 싶어서 CICLO를 확인하러 왔는데 우리가 보였다고 한다.
잠시 아이들이 노는 것을 같이 보다가 나와 전화번호를 교환하고는 돌아갔다.
내일 모께구아에 112기 단원이 OJT를 온다고 해서 마중을 가려고 하니 수중에 돈이 없어서 돈을 뽑으러 센트로에 있는 은행에 갔다. 1달러당 3.23솔로 지난달에 비해서 10솔이상 떨어졌다. 솔 가치가 높아지는 것이니 웃고우는 사람이 또 나뉘리라.
아카리와 데이지랑 함께 걸어서 센트로까지 가는 동안 페루사람들의 일상에 대해서 물었는데 데이지가
4인가족 식비가 100솔이라고 이야기해서 속으로 좀 놀랐다.
내가 지난 1달 집에서 해먹은 식비가 100솔정도기 때문이다.
고기류 30솔, 채소류 30솔, 양념류 20솔, 음료 20솔...
아마 이것보다 조금 더 썼을지도...
저녁은 선교사님댁에서 먹었는데 떡볶이와 새로 보는 페루음식을 내 오셨다.
셀바지역 음식이라고 하는데 이름이 후아네스라고 한다.
바나나잎으로 싸여있어서 뭔가했는데 닭고기와 밥을 넣고 오븐에 찐(?) 요리다.
카레향이 살짝나고 안에 계란과 소금에 절인 올리브가 하나씩 들어있다.
색다른 요리를 맛보면서 색다른 친구도 둘 더 사귀게 됐다.
'에드윈'이라는 30대의 침착한 친구 하나와 '호세'라는 굉장히 밝은 운동 좀 한 몸을 가진 친구 하나다.
푸ㅇ쌤은 이 둘은 원래부터 알고 있었는지 격없이 대했다.
한 번씩 이 친구들을 볼 것 같은데 처음보는 내게 참 친절하게 대해준다.
호세는 집이 같은 방향이라 택시를 같이 타고 돌아왔는데 밤에는 위험하다는 동네도 가르쳐주고 집 근처까지 친절하게 같이 와 주었다.
내가 괜찮다고 할 때까지 말이다.
이건 이곳 페루사람들의 특징(?)이랄까? 괜찮다고 표현할 때까지 계속 함께 해준다.
112기 모께구아 단원 오다.(2017.02.12)
빨래를 하고 밥을 짓고 나니 오전이 다 갔다.
점심을 먹고 잠시 쉬었다가 탈수기에 빨래를 돌려서 널었다.
아직 수도꼭지 커넥션을 못구해서 세탁기는 탈수만 한다.
빨래를 널다 시계를 보니 2시가 가깝다.
얼른 정리를 하고 밖으로 나가며 선교사님한테 전화를 했다.
어젯밤 저녁을 먹으면서 오늘 모께구아 단원이 타크나 공항으로 와서 버스를 타고 모께구아로 간다고 하니 최근에 산 자신의 차로 모께구아단원을 같이 버스터미널까지 데려다 주겠다고 하셨다.
버스를 타러 걸어가면서 푸ㅇ쌤한테도 연락을 했다.
전화를 하고 버스B를 타고 창밖으로 마에스트로를 찾으면서 갔다.
댁이 마에스트로에서 걸어서 3분거리라서...
댁 앞에 도착하니 약속시간 2시 반이다.
선교사님 차에 시동을 걸며 푸ㅇ쌤한테 전화를 했다.
차로 2분도 채 안걸리는 거리라서 빨리 나온다고 챙기고 있었다.
푸ㅇ쌤을 태워서 공항으로 가니 2시 40분.
현황판을 보니 2시 40분 도착하는 비행기가 지연됐는지 도착시간이 3시 3분이다.
잠시 면세점을 돌아보면서 기다리고 있으니 전화가 왔다.
안에서 짐을 찾고 있단다. 짐을 찾고 나오는 사람을 보니 나ㅇ선생이 맞다.
그런데 사진보다 훨씬 더 탔다.
고생이 많았나보다.
112기는 8명 중에 6명이 시니어인데다 젊은 사람 한사람은 태권도라 1달 일찍 교육을 수료했다하니....
아직은 나이가 무기인 한국사람들의 정서상 중간에서 이리저리 눈치도 많이 봤을 것이다.
선교사님 차로 버스터미널로 가는 동안 잠시 이야기를 나눴는데 지난 1달여의 기간동안의 생활이 느껴졌달까?
터미널에서 모께구아행 표를 샀는데 10솔이라고 한다. 내가 잘못들었나?;;;
2시간정도 거리라고 들었는데....
대신 시간표가 플로리 터미널인가로 가야 있다고 한다.
걸어서 3분정도 뒤에 있는 따로 나온 터미널이다.거기에 4시 버스가 있다고 한다.
크루즈델수르가 있는 터미널에는 3시, 6시 차만 있었다.
모께구아에서 선임단원들이 기다리고 있다고 하니 참 다행이다.
나는 처음 OJT왔을 때 순ㅇ쌤이 와서 호텔까지 데려다줬는데...
선임단원이 있다는 게 참 큰 복인 것 같다.
버스에 짐을 싣고 짐 표를 받고 올라가며 캠코더에 사진을 찍고...
하는 걸 보고 터미널에서 나왔다.
하루가 또 이렇게 가는구나. 주말이....
푸ㅇ쌤을 집에 데려다 주고 선교사님이랑 내 집에서 음료를 마시면서 이야기를 좀 나눴다.
이런 저런 이야기...이곳 사람들의 이야기, 페루 사람들의 생활, 내가 앞으로 2년간 하려는 조금 더 구체적인 활동 이야기들...
선교사님한테 이런 이야기를 하는 이유는 분명 서로의 활동을 이야기하면서 도움을 주고 받을 것이기 때문이다.
나는 교회를 믿지 않는다. 하지만 그 안에 좋은 사람들이 있다는 것은 안다. 물론 나쁜 사람도 있겠지만...
오늘은 힘을 내자.(2017.02.13)
아침에 헤르만선생님한테 문자가 왔다.
오늘 일이있어서 에스파뇰 수업을 못하는데 내일 하면 안되겠냐는 문자다.
나는 내일 내가 한국문화활동이 있어서 안된다고 그냥 수요일날 보자고 했다.
헤르만선생님도 알겠다고 한다.
오전 Basico2 수업에 들어가니 학생이 평소보다 적다.
왜일까? 4사람이나 안보인다. 무슨일이 있나 하고 생각해보니 내일이 발렌타인 데이다.
학생들도 수업이 끝날 쯤에는 발렌타인 데이에 뭐하냐고 묻고 간다.
내게 있어 그날 이후 매 발렌타인 때마다는 학생들과 함께한 기억들만 있다.
그래서 그냥 웃고 말았다.
에스파뇰 수업이 없어서 집으로 돌아왔는데
어제부터 오른쪽 엉덩이 쪽 근육이 뭉치면서 묵직하고 은근한 통증이 있다. 좌골신경통이 오는건가?;;;
체력관리에 소홀했나...몸이나 좀 풀어야 겠다.
한국문화활동 - 부산행을 보다.(2017.02.14)
오전 수업을 마치고 시청으로 향했다.
에릭과 데이지가 함께 걸어갔다.
데이지는 어제 감기몸살이 왔는지 안색이 좋지 않다.
괜찮냐고 물어보면 이친구들은 괜찮다고 말할뿐...
이런걸 나는 어떻게 대해야 할까?
시청에서 부산행을 틀었다.
아직 못 본 영화인데 보는 내내 그런 생각이 든다.
우리 사회의 모습을 보여주는 영화구나.
암담하기도 하지만 힘을 합쳐야 할 일에 개인들의 이익에 상황을 더욱 악화시키고
결국은 모두가 피해를 입는 일을 반복한다.
'악'이라 판단되면 거부하거나 피하거나 싸워야 하는 것인데
그것에 굴복하고 협력해서 결국은 모두가 죽어버린다.
그리고 슬프지만 그것이 내가 아는 현실과 그리 다르지 않다.
힘을 가진 자들을 남을 매도하고 자신의 이익과 위치를 위해서 그것을 반복한다.
그런 문제들이 아쉽고 아쉽다.
영화는 긴장되고 감동적인 부분도 있지만 보는 내내 가슴이 꽉 막혀서 나를 답답하게 한다.
영화가 주는 메시지인 새로운 생명과 고난을 딛고 자라나는 싹에 대해서 희망을 찾기도 하지만....
어디에서 문제를 풀어나가야 할까?
오후 중급반 수업은 발렌타인이라 그런지 3명만 출석했다.
어제 공지한 대로 꽃보다 청춘 페루 편을 틀어줬다.
중간중간 어려운 말이 나오거나 속어, 한국사정을 알아야 하는 부분은 잠시 멈추고 설명을 했다.
오늘 본 페루 편이 재미있었는지 나중에는 오늘 본 영상 제목이 뭐냐고 물어본다.
수업 부교제처럼 쓴 영상이고 영상 전체도 아닌데 인상깊었나보다.
하긴....유희열을 아는 친구들이었으니....그것도 얼굴을 보고 안 것이 아니라 BGM을 듣고 바로 알았다.
어쩌다보니 카세트를 집에까지 가지고 오게 됐다.
내일 다시 가져가야지.
실수(2017.02.15)
오후 수업 중에 에스더 선교사님이 전화를 했다.
무슨 일인가 받았더니 오늘 저녁에 밥을 같이 먹겠냐고 물어보셔서 알겠다고 했다.
어제 아카리 생일이었는데 아카리를 불러다가 오늘 생일 파티를 해주려고 그런가 싶어서였다.
댁에 가서도 아카리 생일인줄만 알았다.
사실은 장 선교사님 생일이었다.
에스더 생일 때문에 부른 줄 알았다고 계속 말하고 있었는데 본인은 본인 입으로 생일이라 말하기 쑥쓰러웠을 것이고....
실수다.
생일 축하한다는 말을 했어야 하는데 더 당황해서 말을 못하고 잘 먹었다는 말만 나왔다.
이번 토요일 클럽 샤마에 가기 전에 선물이 될 만 한 것을 좀 봐둬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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