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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다반사 La vida/KOICA기록[페루]

[KOICA]페루기록-2017 Tacna 현지적응(2017.03.16.~2017.03.31.)

by 남쪽숲 2024. 10.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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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어중급반 초급문법 3분 영상 촬영(2017.03.16)

중급반 초급문법을 설명하는 과제를 내고 2주동안 진행을 했다.

문법을 에스파뇰로 설명해도 괜찮다고 편안하게 3분동안 반은 문법을 설명하고 반은 예문을 보여주는 것으로 하면 된다고 했다.

 

중급반 학생들은 총 6명인데 얼마전부터 1명이 늘어서 6명이다.

미르타,루나, 마리엘라, 안드레아, 알레한드로, 피오렐라, 미리암.

오늘 알레한드로가 일이 많아서 수업에 참석 못한다고 연락이 왔다.

 

한 사람이 3분동안 초급문법을 설명할 수 있도록 순서를 정하고 촬영을 했다.

110개정도로 정리된 초급문법을 한 사람이 18개씩정도 나눴으니 짧게는 6주에서 길게는 18주가 걸리는 긴 과제다.

최소 2달 최대 5달인 과제...중급반이라 가능하다.

 

이곳의 교육과정상 학생들이 한달에 한 번 기관인 CEID에 등록을 하기 때문에 저번달에 있던 학생이 이번달에는 없을 수도 있다.

특히 초급반에서는 그런 경향이 더 강하다.

중급반은 그나마 이탈률이 적어서 이런 과제를 할 수 있겠다.

110개 문법이 모두 정리되면 영상들을 모아서 유튜브나 영상을 공유할 수 있는 곳에 올려서 보기로 했다.

 

드디어 머리깎다. 중급반 청강생이 한 명 더...(2017.03.17)

페루는 이번주 내내 물 때문에 난리다.

엘리뇨현상으로 북부와 남부 코스타(해변) 내륙 지역에 많은 양의 비가 내린 것이다.

내린 비는 당연히 강으로 흘러들거나 계곡을 따라 흐르며 토사를 싣고 내려갔고

산 아래나 강변에 살던 사람들은 토사에 휩쓸리거나 갈 곳을 잃은 이재민이 되고 말았다.

페루 전역에서 여러 매체로 '우리는 동포며 하나다. 어려움을 함께 이겨내자'는 캠패인이 진행되고 있고,

봉사자인 우리들도 이들의 이런 모습에 큰 감동을 받는다.

최남단인 타크나는 저번주에 내가 간 타라타지역에서 산이 붕괴되고 토사가 내려오는 모습이 인터넷 방송에 보였다.

다행히 죽거나 다친 사람은 없는지 피해자 소식은 없다.

 

오전 수업을 마치고 머리를 깎으러 에릭과 함께 볼보 로사로 걸어갔다.

처음에는 무작정 따라 걸었는데 아주 멀리 가는 거 같아서 어디로 가느냐 물었더니 볼보 로사로 간다고 한다.

나중에 보니 자기도 볼보 로사 어디에서 머리를 깎아야 되는지 가게를 모르는 상태였다.

거기 미용실들이 많으니 같이 가자고 한 것이다.

 

볼보 로사는 도매가게들이 모여 있는 시장이다.

살리다 타라타(타라타 가는 길)가 가까운 곳이라 밤이 되거나 으쓱한 곳은 조금 위험하다고는 하는데...

낮이고 까미세리아(경찰서) 바로 맞은편쪽이니까 일단 들어가자.

 

볼보 로사 안으로 들어가니 이 구역이 전부 미용실들인지 1-2평짜리 미용실들이 빽빽하게 들어차있다.

머리를 깎는데 얼마냐고 물어보니 5솔이란다. 한국돈 1500-1800원정도...대단하다.

사실 오다가 미용학원으로 보이는 곳이 있었는데 에릭 왈 "저기는 공짜에요. 그런데 엄청 못깎아요.

미용학원이라서 사람들이 오면 연습겸 깎아주는 거에요."라고 이야기했다.

 

에릭에게 주문하기를 근처에서 가장 싼 곳을 찾아달라고 했으니 저곳도 한 번 들러보고 싶지만...

현지 평가가 얼마 안 남았으니....사람처럼은 리마로 가고 싶은 생각에 5솔짜리 미용실로 들어왔다.

음...다 깎고 나니 드는 생각인데....여긴 어떤 사진을 보여줘도 본인 스타일 대로 깎는 곳인 것 같다.

제일 싼 곳에 와 봤으니 다음에는 아주 비싼 곳을 가 볼 생각이다.

 

가난하게도 부자로도 살아보는 것. 중요한 일인 것 같다.

사실 돈이 있고 없고야 별 상관이 없는 것이지만 상황에 주눅들지 않을 수 있는 경험이란 것은 돈을 주고도 사기 어려운 것이니까.

 

머리를 깎고 나오는 길에 빵을 하나씩 사먹었다. 머리를 깎는동안 기다려준 에릭과 베로니카가 고마워서다.

볼보 로사 안으로 들어가는 입구에서 할머니가 파는 빵이었는데 간식용 설탕빵이다.

이 사람들에게는 간식용이 아닐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 한 개 50센티모다.

 

집에서 점심을 먹고 잠시 쉬었다.

오후 수업을 왔는데 학생이 한 명 더 들어온다. 마를레니다.

무슨 일이에요? 라고 물으니까 피오렐라를 가리키면서 수업을 들을 수 있다고 들었다고 한다.

피오렐라가 청강을 하는 걸 어디서 들었나보다.

그건 미리 나한테 허락을 받아야지...;;;; 기왕에 온 거 그냥 들으라고 놔뒀다.

들어보고 좋으면 또 오겠지.

 

 

토픽반. 더위를 먹었나?(2017.03.18)

아침에 토픽반을 하고 나니 머리가 지끈 거린다.

더위를 먹었으면 어지러웠을 텐데....그런 것도 아니다.

조금 쉬면 괜찮아지겠지 하고 잠시 더 쉬었는데 점점 더 머리가 아프다.

열이 있는가?

약간의 상기증상은 있는데 몸 전체에 열은 없다.

 

오후에 소년원을 가는 일정을 빼고 쉬어야 겠다.

같이 가는 에스더 선교사님한테 말씀드리고 집으로 와서 점심을 먹고 바로 자리에 누웠다.

저녁까지 한 숨 푹 자고 나니 좀 낫다.

어디선가 피로가 쌓였던 것인가?;;;;

 

장선교사님 전화에 일어났는데 저녁을 먹으러 오라는 거였다.

자고 일어난터라 준비해서 가면 한 시간 정도 걸릴 거 같다고 하니 준비만 하고 기다리라고 한다.

샤워를 하면서 정신을 차리고 옷을 입고 있으니 전화가 온다.

집 앞이라고 나오라고 하신다.

오늘 카르나발(축제행진)이 있어서 길이 통제되니 버스나 택시를 타면 한 시간 넘게 걸린다고 태우러 왔다고 말씀하신다.

 

저녁을 먹고 간단하게 사는 이야기를 나누고...기도제목을 나누고 기도를 해주시겠다고 한다.

내용을 서로 나누는데....사람들의 기도는 참....감사보다는 바람이 많다. 그래서 기도이려나....

선교사님 차로 집에 오니 10시 반이다.

 

헤르만 선생님 생일(2017.03.20)

오전 수업시간에 헤르만 선생님한테 왓츠앱문자가 왔다.

오늘이 생일이라서 출근을 안 하는데 에스파뇰 수업도 쉬면 어떻겠냐는 문자다.

나는 좋다고 했다.

 

페루는 생일에 일을 쉰다고 한다.

법적으로 그렇게 된 건지는 모르겠지만 생일이 되면 일을 쉰다고 한다.

학교도 마찮가지로 수업을 쉬는 모양이다.

학생들에게는 미리 공지하고 양해를 구했겠지....그럼 나도 생일은 쉬는건가?;;;;

 

한국에서는 생일이라고 일을 쉬거나 해본 적이 없다.

회사는 생일이라고 봐주지 않는다.

한국의 회사는 사람이 만들었지만 사람을 위한 곳이 아니라는 생각이다..

서로 생일을 챙겨주는 곳도 있지만 바쁘다는 핑게로 신경쓰지 않는 곳이 더 많다.

이미 사람은 부품으로 여겨져 망가지면 새로운 부품으로 교체할 생각을 하지

회사의 책임으로 여기고 무언가 대책을 내놓지는 않는다.

이미 어려서부터 학교에서 그런 식으로 공부를 배워가니 누구를 탓하겠는가.

이건 분명 선생의 잘못이고...그 시스템을 만들어 온 어른들의 잘못이다.

 

오늘부터 초급반 학생들이 대학교 마트리쿨라(시간표등록)를 했다.

4월에는 오후 2시로 기초반 수업시간을 바꾸고 싶다고 이야기했는데...과연 몇명이나 가능할지....

일단 오늘은 수업에 집중하고 내일 물어봐야지.

일단 퀴즈를 치고 이번주에 있을 Oral test 공지를 하고....

 

마트리쿨라때문에 사람이 적게 올줄 알았는데 다 왔다.;;;;;

그래도 온 친구들이랑 같이 헤르만 선생님 생일 축하노래를 불렀다.

한국어로 생일축하노래를 바로 배워서,,,

 

전기세, 물세(2017.03.21)

오후수업을 마칠 때쯤 주인집 아들 알레호에게서 전화가 왔다.

오늘 전기세 물세 이야기를 하자고 세뇨라 일다가 집으로 온다고 한다.

몇 시가 좋으냐고 물어서 7시라고 이야기했다.

수업을 마칠 때가 6시인데 집에 가면 6시 반이고....넉넉하게 7시는 되야 될 거 같아서...

그런데 8시가 되도 안온다.

 

그래서 왓츠업으로 문자를 보냈다.

8시나 됐는데 왜 안오냐고....

그랬더니 세뇨라 일다가 오는 게 아니라 내가 가야한다는 거였다.

내가 말을 잘못들은 것이다.

언어의 장벽을 다시 한 번 경험하게 됐다.

주어 구분을 잘못한 결과다.

비참했다.

 

다행스럽게도 세뇨라 일다는 나를 기다려줬다.

집으로 찾아가니 나를 앉히고는 친절하게 설명해준다.

지금 전기세 물세를 2층만 받도록 안되있다.

2층 3층이 같이 나오는데 니가 쓰는 전기기구를 이야기해주면 전기회사에서 나온 기준으로 전기세를 매겨보자는 말이었다.

나는 냉장고 1대, 노트북 1대, 휴대전화 1대, 부엌과 거실 불만 쓴다고 아주 솔직하게 이야기했다.

사실 나는 이때 두챠가 생각나지 않았다..

세뇨라 일다는 내게 전기세와 물세를 합해서 한 달에 50솔을 달라고 했다.

알겠다고 그자리에서 1월, 2월 2달치 물세, 전기세 100솔을 주었다.

그러면서 2층만 따로 전기세 물세를 낼 수 있게 계량기를 설치해준다고 했는데 언제 되냐고 물었다.

그랬더니 자기도 아직 모른다고 한다. 뭐라 이야기하는데 전기회사랑 물 회사 이야기를 하는 것 같다.

레시보(영수증)를 지금 써 줄 수 있냐고 물으니 지금은 힘들고 내일 써서 우리집 문 밑에 넣어주겠다고 한다.

알겠다고 이야기하고 집에서 나왔다.

 

스페인어 수업, 결석생, 소매치기 당할 뻔 하다.(2017.03.22)

오전 수업을 마치고 헤르만 선생님 집으로 갔다.

간만에 스페인어 수업을 했다.

거진 1주일동안 수업을 못하고 혼자 에스파뇰을 보다가 오늘에야 선생님이랑 같이 책을 봤다.

누군가 물어볼 사람이 있다는 건 참 좋은 것 같다.

모르는 단어, 뉘앙스, 문장의 이면 의미까지 물어보면 설명을 해준다.

 

오후 수업에는 결석생이 많다.

피오렐라, 안드레아, 마를레니 세 사람만 왔다.

수업을 어떻게 할까 잠시 고민하다가 부족한 읽기와 말하기를 더 하자는 생각을 했다.

단군신화는 번역이 끝나서 그 다음에 있는 주몽신화를 한 사람씩 챕터를 돌아가며 읽었다.

주몽신화를 다 읽고는 내가 다시 주몽신화를 이야기로 들려주고 내용을 되물어가며 확인했다.

이야기를 하다보니 신이나서 한중일 고대사를 조금 읊어주게 됐다.

그리고 단군신화를 다시 빠르게 한 번 되새겨주기.

 

수업이 끝나고 오늘 저녁에 먹을 카레재료를 사러 시장에 갔다.

6시가 넘었으니 시장상인들이 슬슬 문을 닫고 있을 때라 걸음이 빨라졌다.

학생들과 내려가다보니 벌써 시간이 6시 15분이다.

시장 안 정육점 라인에서 닭가슴살 썰어 놓은 것을 사고 단골집으로 가니 문을 닫고 있다.

양파 가격을 물으니 1킬로에 3.5솔이란다. 2주 전만해도 1킬로에 2솔이던 것이....

물가가 치솟아 오르다 못해 뚫고 오르는 지경이다.

 

집으로 돌아오는 버스에 올랐는데...

자리 앉으니까 앞에 앉은 웬 젊은이 하나가 앞에 있는 아줌마한테 자리 넘기고 내옆으로 와서 섰다.

이상해서 신경쓰고 있는데 자기 가방을 내 가방 위에 살짝 실었다. 무거워서 그런 것처럼...

무언가 가방을 더듬는 느낌이있어서 내 가방을 뒤로 살짝 제꼈더니 지퍼가 열려있다.
별 말 안하고 가방 닫고 쳐다보니까 무안한지 다른자리로 간다.
그리고 좀 있다 내린다. 해코지를 안하고 그냥 내리는 게 다행이랄까.

어차피 탈탈 털어도 30솔정도 밖에 안가지고 있었지만 기분이 나쁘기도 하고 안심이 되기도 한다.

원래 조심하면서 살았지만 조금 더 조심하면서 살아야겠다.

 

일하기 싫은 사람, 오랄 테스트 준비, 민들레 신청?(2017.03.23)

오전 수업을 마치고 나오는데 선임쌤과 마주쳤다.

무슨 할 이야기가 있는지 나를 잡길래 같이 이야기를 했는데

하는 이야기는...

 

내가 오후 2시로 수업을 옮기면 자기가 맡고 있는 반이랑 인원을 합쳐서 가져가는게 어떻겠냐고 묻는 거였다.

바로 드는 생각은 어지간히 일하기 싫은가보다 였다.

지금 하루 2타임 4시간씩 일하는 것도 싫어서 하나를 나한테 합치라고 하다니....

 

봉사자라는 이름을 달고 있으니 한타임은 꼭 해야겠고,

마침 내가 오후 2시로 시간을 옮긴다고 하니 같은 시간에 개설된 자기 학생들을 나한테 데리고 가라고 한다.

반 인원이 작으니 합쳐도 괜찮겠다고 이야기하면서, 마침 우리반이 진도가 느리니 자기 학생들은 복습하는 셈치면 된다고 한다.

이 무슨 책임감 없는 말인가. 그럼 자신이 나보다 에스파뇰을 더 잘하니 우리반 학생들을 데리고 가서 자기반 학생들을 복습 시키면 되지 않는가.

그런 생각은 자기한테 이익이 없으니 아예 처음부터 하지 않고 있으리라는 게 내 생각이다.

듣고 있다보니 같이 일을 하면 안되는 사람이구나 하고 구분이 된다.

같이 놀거나 어울릴 수는 있어도 같이 일을 하면 반드시 자기 이익을 위해서 주변에 피해를 주는 사람이다.

 

내가 주저하는 듯 말을 늘여봤더니 자기는 오전에 수업을 개설하고 싶다고 한다.

말이 되는 소리를 해야지....지금 학기 중이라 오전에 수업을 들으러 올 학생이 몇명이나 되겠는가.

그말인즉 오전반을 개설하려고 노오~력은 해보겠지만 학생이 안와서 개설을 못했다는 말을 하고 싶은 것이리라.

그 모든 바를 모르는 것은 아니나, 나는 학생들이 옮기고 싶어한다면 합치는 것도 괜찮다고 이야기했다.

 

선생의 중심은 학생이다. 선생이 반드시 하나를 지켜야 하는 것이 있다면 학생이다.

선임이 자기 반 수업을 놓아버린다면 결국 누군가는 학생들을 지켜야하지 않겠는가.

이정도는 내가 감당할 수 있다. 만약 감당할 수 없는 정도였다면 안된다고 딱 잘라 말했을 것이다.

이미 하루 3타임씩 6시간을 일할 준비를 하고 있었기 때문에 괜찮다고 했다. 

 

주변을 깎아내려가며 일신의 안락을 구한다. 세상에는 그런사람도 있다. 아니 많다.

그런 사람이 많아서 한국의 모습이 이렇게 변하지 않았는가.

내가 익히 보아온 것처럼, 더 나은 삶을 위해 노력하던 사람들은 그런 사람들의 삿된 모습을 알면서도

그것에 상관하지 않고 자신이 맡은 바를 다 하다가 스러져버리고 만다.

이미 그들을 바꿀 수 없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그들을 바꾸려면 사회 권력의 상층부에서부터 시작되는 규정이나 훈령, 법이 있어야 할 것이다.

최소한을 지키게 만들어서 약자를 보호하는 기능이 활성화되어야 한다.

법이 있어도 사람들사이에 법에 대한 믿음이 없다면 지켜지지 않을 것이다.

법이 지켜지게 하는 것은 강제력이다. 그 강제력이 믿음을 준다.

사람들은 강제력을 싫어하면서도 그 강제력 안에서 자유를 누리려 발버둥친다. 아이러니다.

그래도 그것은 '정도'의 차이에서 기인한 평형상태라 하겠다.

이렇듯 몇 마디 말로 사람이 알아지고 내 생각이 구분되고 앞으로 행동이 결정된다.

내가 남을 대하듯 나도 남에게 그리 비춰질 수 있음을 알고 몸가짐을 조심해야겠다.

 

오후 수업에는 내일있을 오랄테스트 대본을 손봤다.

미리 써온 대본을 한 번씩 읽고 수정해줬는데, 인터넷 여기저기서 정보를 짜깁기해서 문장을 써놓은 터라

연결이 잘 안되고 글도 자기 말이 아니라 읽기가 힘들다.

오늘 밤 12:00까지 수정해서 왓츠앱으로 보내달라고 했다. 과연 지금 수정을 하고 있을지...아니면 그냥 잘지...

내일이 오랄테스트인데 글 수준을 보면 아직은 많이 멀었다. 토픽 중급실력 이상의 글쓰기를 하게 하려니....

 

격월지 민들레를 신청하려고 홈페이지에 문의를 해놨는데 답이 왔는지 확인을 했다.

답은 해놨는데 구체적이지가 않다.

그래서 이메일로 다시 문의를 했더니 그나마 페루까지 오는 비용까지를 말해준다.

그러면서 지인들이 보내는 물건에 같이 보내는 게 어떻겠냐고 이야기를 하길래 그런 생각이 들었다.

아. 해외라서 보내기 힘들다는 이야기구나. 실무자의 마음이 느껴지는 한마디였다.

 

examen de oral. 카페 테바(2017.03.24)

오전 오후 오랄테스트를 쳤다.

오전에는 3사람이 안왔고 오후에는 1사람이 테스트를 기다리다가 일이 생겨서 먼저 가버렸다.

오전에는 아무 연락이 없어서 다른 학생을 통해서 전화를 했는데 당연한 듯 받아서 오늘 나중에 봐도 되냐고 물어보고...

그래서 오늘은 시간이 없으니 월요일에 보라고 했다. 대신 마이너스 3점이 있다고 이야기했다.

 

모두들 이제 말하는 것에 대한 두려움은 어느정도 사라졌다.

대신 너무 잘 하려고 하는 욕심이 말을 버벅대게 한다.

나도 그걸 잘 아는 사람 중의 하나라 욕심내지 말라고 했다. 천천히 말이 늘어가는 거라고.

 

오후 시험이 끝나고 나서는 학생들과 함께 카페 테바로 갔다.

가기 전에 선교사님한테 미리 톡을 보내놓은 터라 시간을 맞춰가려고 길을 재촉했다.

택시를 타고 카페에 도착하니 7시 5분 전이다.

카페 초기라 8시까지만 한다고 들었는데....

차, 커피를 주문하고 육개장을 시켜서 먹었다. 저녁시간이니까.

 

토픽반, 아카리 기관-산토 도밍고 사비오(2017.03.25)

토픽반 학생들과 10시까지 CEID에서 보기로 했는데 9:30쯤까지 물이 안나와서 10:30에 보자고 했다.

전에 본 시장 옆 샤워장을 이용할까 생각하다가 그냥 받아놓은 물로 간단하게 씻자는 생각을 했다.

밥도 다 먹었겠다. 수업준비는 항상 하고 있으니 상관없다.

일단 면도크림으로 면도를 먼저하고 1리터 정도 물로 머리를 감으면서 얼굴도 씻었다.

무슨 자연인이나 인간극장 찍는 것도 아닌데....

 

10시 20분쯤 CEID에 도착하니 마를레니가 먼저 와있다.

밖은 클럽 샤마와 수업을 들으러 온 학생들로 시끄러워서 매점으로 들어가자고 했다.

매점에 앉아서 마를레니가 풀어온 문제를 보는데....이 친구는 문법면에서는 거의 완벽하다고 하겠다.

다만 단어 수준이 초급수준에서 머물러 있는데 그것만 보충이 되면 한국어 실력이 많이 오를 것이다.

조금 더 있으니 학생이 한 명 더 온다. 그렇게 세 사람이서 2시간을 공부했다.

그 두시간동안 나는 어떻게하면 한국어실력이 오르는지를 가르치지 못했다.

다만 반복학습으로 단어와 지문에 익숙해지도록 했고, 한자어를 풀이해주면서 조금 더 쉬운 우리말을 가르쳤을 뿐이다.

 

토픽을 함께 공부하면서 우리의 평가관이 바뀌어야 한다는 생각이 다시 한 번 강력하게 든다.

평가. 얼마나 자존심 강하고 오만한 말인가. 내가 옳다는 절대적인 믿음이 있는 것.

신념에 대한 믿음이야 누구든 가질 수 있지만 그것을 잣대로 남을 대하면 문제가 생긴다.

평가는 해야겠고....그렇다면 무엇을 어떻게 평가하는가를 다시 생각해야되지 않겠는가.

 

누군가는 절대평가, 상대평가에 대한 논의라고 말할지도 모르겠다.

아무렴 어떤가, 무엇을 평가하는지도 모르고 달려드는 선생이나, 그것이 바른지 옳은지, 다른지 틀렸는지도 모른채

평가 받는 입장이나 충분히 이야기가 되는 것이 중요하다고 본다.

 

집에 와서 아침에 담아놓은 빨래를 좀 하고 나니 벌써 산토 도밍고에 갈 시간이다.

얼른 옷을 챙겨입고 중간에 만나기로 약속한 장소인 CEID로 갔다. 사람들이 모여있다.

오늘은 버스를 타고 가보고 싶었는데 한 차로 다 갈 수 있으니 그냥 타고 가자고 한다.

산토 도밍고에 도착하니 아카리가 미리 마중나와있다.

길가에는 전과달리 많은 차들이 주차되어있어서 기관의 주차장에 차를 넣기로 했다.

차를 넣는데....일본차가 차체가 낮은건지...아님 턱이 너무 높은 건지 턱에 차바닥이 닿는다.

조심스럽게 넘긴 했는데 이미 긁혔다.  

 

기관 안에 들어가니 이번에는 여학생 기숙사쪽 강당을 이용하자고 한다.

강당이 꽤 넓다. 대학교 강당만 하다.

그곳에서 서로 인사를 하고 선교사님 쪽이 먼저 종교활동 진행을 하신다.

종교활동이라 해봐야 성경책을 읽고 구절을 외우고 하는 정도다.

20-30분 정도를 그렇게 하고나면 레크리에이션 시간이다.

바깥 시멘트로 된 운동장(?)에서 아이들이랑 그룹을 짜서 1시간 정도 놀고나면 이미 4시가 가깝다. 

해가 뉘엿거리는 시간이라 빛에 얼굴을 마주할 때쯤에는 강당에 가서 마무리 놀이를 한다.

 

아이들은 한 주 한 주 지날 수록 마음을 열어준다. 기관에 남아있는 아이는 25명 남짓이다.

이 아이들은 밖에서 탈선을 하거나 중범죄를 저질러서 들어왔다기보다는

부모가 여력이 없어서 방치되거나 해서 이곳에 있게된 아이들이 많다.

이제는 하나씩 이름을 알아가고 웃으며 내 이름을 불러준다.

 

아이들을 하나씩 만나서 이야기해보면 다른아이들과 구분되는 어떤 다른 모습을 보이지 않는다.

그런데 왜 이곳에 격리되듯 있어야 하는가. 어찌보면 그것은 사회가 이들을 감당할 준비가 안됐기 때문이다.

보호자가 없다고, 혹은 부모세대의 가난이 아이들을 거리로 내몰면 결국 아이들이 만나는 것은 범죄다.

흔히 말하는 생계형 범죄로 시작해서 점점 더 욕망대로만 움직이게 된다.

바닥에 다다른 환경이라면 과연 선택지가 몇가지나 되겠는가. 그것은 어리면 어릴 수록 더 절망스러운 일일 것이다.

몇 없는 선택지 중에 결국 그들은 최악의 최악을 선택하고 마는지도 모른다.

 

어릴적 스스로에게 약속한대로 움직인다.

내가 감당할 수 있는 만큼씩은....내 그릇이 점점 더 깨끗하게 준비되고 커지기를 바랄 뿐이다.

그러려면 앞으로 몇 번이고 더 깨져야 할 것을 안다. 그래도 좋다.

완전히 부스러져 쓸모없게 되지만 않는다면 난 다시 빚고 빚어 살아갈 것이다.

 

산토 도밍고에서 나오는 길...헤르만선생님 부인과 동네로 돌아오는 길에 이야기를 나눴다.

그들은 사랑이 부족하다고 이야기를 한다. 그래. 사랑이 부족한 게 맞다.

그리고 또 내가 생각하는 부족한 것이 있다.

 

동등함을 느끼는 것이다. 부족하다고 사랑을 주기만 한다면 그들은 사랑을 줄 기회를 잃어버릴 수 있다.

그들에게 동등함을 느끼도록 배려하는 것. 그것이 얼마나 큰지는 지금까지 한국에서의 경험들에서 충분히 겪어왔다.

이들의 사랑을 받아주는 것. 그들도 뭔가 줄 것이 있다는 것.

그것을 깨닫게 하는 것이 내가 이곳에 있으면서 해야할 일이라는 것을 다시 새긴다.

 

밤에는 민ㅇ이랑 톡을 했다.

이제 공무원도 싫다며 나와서 선생을 할 거라고 임용을 공부한다.

그 스스로도 안타깝게 여기는, 선생으로서 보다는 주변의 시선과 직업으로서, 선생일을 택한 것 같다.

동기가 좀 안타깝지만 사실 그만한 동기를 가진 인재도 드문 요즘이다.

대부분이 처음부터 직업으로서의 안정에 선생을 택한다. 과연 아이들은 어디있을까?

교육부의 시스템 안에서 아이들은 과연 어디에 있을까?

그들이 좋아하는 도식에서 학생이 삼권분립 하듯 교육의 세 꼭지 중 한 꼭지를 차지하고 있는 모습이 과연 현재 교육의 모습에서 찾을 수 있는가?

사람보다는 시스템에 쓸려 인간성을 잃어가는 와중에 말이다.

 

이것저것 근황을 묻고 같이 운영해가는 '바위처럼'에 대한 앞으로의 방향을 잠시 이야기하고, 관계에서 상처받은 민ㅇ이를 위로했다.

일하는 와중에 인간관계에서 받는 상처야 말로 어떤 것보다 큰 상처가 아니던가.

임용 공부를 하면서 지금까지 준비한 것들도 말해가며 정리하면서 민ㅇ이는 진정하는 것 같았다.

후배들이 흔들리는 모습을 보면서 나도 때로 흔들리고는 하는 모습을 생각한다.

흔들릴 때마다 생각했던 의지할만한 그루터기 하나.

비록 내게는 그런이가 없었지만 나는 그런 사람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싶다.

 

산토 도밍고 사비오에서 축구(2017.03.26)

간밤에 전기가 나갔나보다. 6시쯤 일어나니 와이파이와 냉장고가 꺼져있다.

뭐 어차피 계속 전기가 틀어져있는 건 이 두가지 정도가 전부니까...

곧 들어오겠지 생각했는데 2시간이 지나도록 안들어온다.

설마 물도 안나오는 건가? 했는데 다행스럽게도 물은 나오고 있다.

그래서 찬물에 씻고 있는데 갑자기 물이 또 멈춘다. 아악~~~

방금 샴푸했단 말이다. 

 

겨우 수습을 하고 시계를 보니 8:40분이다. 헐레벌떡 CEID로 갔더니 아무도 안보인다.

안에 있는가 해서 찾으러 들어갔더니 후안 디에고(치니또)가 나온다.

내가 아는 후안 디에고는 두 명인데 한 사람은 몸집이 크고 한 사람은 몸집이 작기 때문에 대부분 후안 치니또라고 부른다.

둘이 같이 22번 버스를 타고 가서 산토 도밍고 가기 전 돌아가는 골목에서 내렸다.

 

산토 도밍고 사비오 문 앞에는 아카리가 있었다.

오늘 무슨 일이지? 라고 생각했는데 아카리가 있어야 우리가 들어갈 수 있는거였다.

나와 후안 디에고가 제일 먼저 왔고 그 다음에 에드윈이 도착, 그 다음 호세, 그 다음이 어제 축구하자 말을 꺼낸 마이콜이 왔다.

마이콜은 내 학생 마리엘라의 남자친구다.

피부가 백인에 가까운데 무슨 일을 하는 친구인지는 모르겠지만 평소 행동거지가 조용하고 침착하다.

 

기숙사 쪽으로 가니 아이들이 빨래를 하려고 준비하고 있었다.

일부는 어제 이야기를 들었는지 옷을 갈아입고 나오겠다며 들어간다.

9시에 시작하기로 한 축구는 9시 20분이 넘어서 시작이 되고....

10시까지 뛰다보니 6대 4다. 우리가 이기고 있었다.

나와 후안 디에고는 뒤에 일이 있어서 먼저 나왔다.

호세, 에드윈, 마이콜이 남아서 뒤를 책임져 줄거다.

아이들이랑 인사를 하고 있는데 아카리가 와서 고맙다며 인사를 한다.

그냥 아이들이랑 논 거여서 고마울 건 없는데...고맙다고 하니 나도 고맙다.

 

집에 오니 전기가 들어왔다.

혹시 안들어왔으면 CEID에 가서 문제를 내려고 했는데 잘 됐다.

 

한국어수업 시험, 마를레니 생일(2017.03.27)

오늘은 3월 최종시험이 있는 날이다.

원래 오늘까지만 수업을 하면 되지만 내일까지 수업을 하려고 마음을 먹었다.

왜냐구? 학생들이랑 마음 편하게 영화 한 편 보고 싶어서....

일단 오늘은 시험이니까 시험에만 집중했다.

 

오전 기초반 시험은 에디와 데이지를 제외하고는 모두 다 왔다.

데이지는 대학에 일이 있고, 에디는 아프다고 한다. 그래서 내일 아침 에디만 9시에 따로 시험을 치르기로 했다.

매번 느끼는 거지만 나랑 처음부터 시작해서 3개월동안 공부한 친구들이 한국말을 점점 더 할 줄 알게 되는 것이 참 신기하다.

 

이번에도 열정은 있지만 실력이 부족한 친구들이 있다.

지난 2월에는 베로니카가 그랬는데 베로니카는 한 달 사이 한국어에 엄청난 발전을 이루어서 이제 기초반에서 선두그룹에 있다.

지난 달 수업에서 떨어트려야하나 고민했던 세나이다는 여전히 허덕이지만 친구들을 따라가려고 열심히 하고 있다.

채점을 하는데 세나이다가 노력한 것이 보여서 앞으로 더 발전할 가능성이 있다는 판단이다.

그라시엘라는 선두지만 여전히 노력하고 있고, 카롤리나는 응석을 부리면서도 차분하게 잘 한다.

루세로는 슬렁슬렁 하는 것 같은데도 꼼꼼하게 잘 기억하고 분류한다.

 

학생들은 글씨를 보면 성향을 어느정도 파악할 수 있는데...

카롤리나, 루세로, 그라시엘라는 한국어든 에스파뇰이든 글씨를 아주 또박또박 써서 정리가 생활화된 것을 알 수 있었다.

꼭 그런 것은 아니지만 정리정돈을 잘 하는 친구들이 지식을 습득하는 데도 빠르고 정확한 편이다.

글씨는 에디가 가장 많이 흐트러져있다.

영어교육을 공부한다는데....선생이 되려는 친구가....글씨가 예쁘지는 않아도 알아보게는 적어줘야 되는데....;;;;;

 

오전 시험이 끝나고 수셋과 카렌은 남아서 오랄테스트를 받고 갔다.

지난 주 금요일 오랄테스트에 오지 않았기 때문이다.

3개월째 보는 거지만...이 친구들 입을 떼는게 참 어렵다. 한국어로 말하는 것을 많이 겁낸다.

왜일까? 틀리는 걸 죄악시여기거나, 틀렸을 때 무언가 불이익을 당해봤다거나 하는 경험이 있어서 그런 것으로 추정되는데...아직 정확하게는 모르겠다.

 

사무실에 가서 4월 마트리쿨라를 어떻게 할지 시간표 확인을 했다.

마침 기관장 오말이 있어서 직접 이야기하고 들을 수 있었다.

4월 1일에 한국전통놀이도구 이야기도 하니 도코멘토 없이 빌려주겠다고 한다. 고맙다고 하고 나와서 집으로 돌아왔다.

집에서 에스파뇰 책을 챙겨서 헤르만 선생님댁으로 갔다. 헤르만선생님 댁에 가니 개 3마리가 여느때같이 반겨준다.

 

오늘은 A mi me gusta 의 활용과 Tambien, Tampoco의 쓰임을 배웠다.

일상의 여러 활동들을 가지고 좋아한다, 안 좋아한다 를 표현하는 내용이었다.

헤르만 선생님 둘째딸 프리실라는 요즘 오전 수업을 안 듣는지 오전에는 헤르만 선생님과 CEID에 왔다가 내가 수업을 가면 식탁에서 혼자 공부를 하고 있다.

덕분에 요즘은 대화문을 읽을 때 함께 한다.

 

수업을 끝내고 집으로 와서는 점심을 뭘 먹을까 생각하다가

식은밥, 양배추, 양파, 계란, 밀가루, 마늘을 이용한 해산물이 안들어간 빠에야를 해먹기로 결정했다.

해산물이 없는 빠에야는 뭘까...내가 생각해내고도 참....

 

점심을 먹고 잠시 쉬었다가 오후 시험준비를 하고 기관으로 다시 갔다.

교실에 도착하니 갑자기 데이지가 교실에서 나온다. 내일까지 시험지를 풀어서 달라고 이야기하고는 데이지를 보냈다.

요즘 많이 바쁜 것 같다.

 

중급반 시험을 치는데 미리암이 안왔다. 메시지를 보내보니 일하고 있다고 한다.

어쩔 수 없다. 그냥 치는 거다.

시험지를 나눠주는데 여기저기서 탄성이다. 분명히 설명했는데 못들은 사람들처럼 자꾸 묻는다.

문제정보를 하나라도 더 얻고싶은 거겠지만 나는 모두 모른다고 이야기했다.

시험을 치는 중에도 시험을 치고 나서 점수를 매기면서도 징징댔다. 그래서 나도 징징거려줬다.

 

시험을 다 치고 나서 풀이까지 해주고 나니 벌써 6시가 가깝다.

오늘이 마를레니 생일이라고 점심때부터 다들 연락하고 준비한다고 애썼다.

그러면서도 시험이 어렵다고 징징대고 말이다. 일단 내가 앞서서 오늘 수업이 끝났고 모두에게 감사한다는 인사를 했다.

그리고 오늘 마를레니 생일을 축하한다고 말하자 다들 생일 축하한다는 인사를 한다.

뒤에 잠시 숨겨둔 케잌을 꺼내고 불을 붙이고 사진을 찍고....이 곳 페루 사람들은 이런 걸 참 좋아한다.

물론 나도 좋아한다.

케잌을 먹고 간단하게 정리를 하고 나니 7시다.

 

집에 가서 시험지를 채점할 생각을 하니 아직 막막하다.

오늘 채점해서 내일까지 시스템에 성적을 올려야 다음 마트리쿨라를 받는데 빠른데....

일단 채점을 시작해야겠다.

 

3월 마지막 수업, 한국어 다른반 학생 면담(2017.03.28)

마지막 수업. 에디가 시험을 치러 안 왔다.

아무 연락도 없다. 아침에 내가 보낸 메시지에도 답이 없다.

어쩔 수 없이 과락이 되어야 한다.

 

오전 수업에는 꽃보다 청춘 페루편 영상을 하나 봤다.

원래 보려던 '3 idiot' 영상이 CEID의 텔레비젼에서 음향과 자막지원이 안되서다.

 

수업을 마치고 에릭과 함께 센트로에 가서 은행에 가서 돈을 뽑았다.

일단 100달러를 뽑아서 환전을 했다. 323솔이다.

저번보다 4솔 내렸다. 지난주에 327솔까지 다시 올라갔는데 다시 돈가치가 높아진다.

누가 장난을 치는건가...

 

에릭은 치과에 가는 길이었는데 병원에 의사가 어디가고 없어 내일 가기로 했다.

플라자베아에 가서 에릭은 책을 사고 나는 장을 보기로 했다.

에릭의 책을 위해서 플라자베아 정보창구 안내소에 가니 사람이 없다.

그래서 장을 보고 나서 다시 안내소에 와보기로 했다.

 

스프라이트 2리터 2병, 주스 1.5리터 3팩, 바로 마실 주스 2병, 스튜용 소고기 500g,

케챱과 식초, 요거트, 달걀 1팩, 음식용 밀가루 1kg, 애호박 1개, 양배추 1통

흰우유 1리터 3팩들이 하나, 초코우유 1리터. 구운빵 1킬로에 5.6솔하는 것 1.5솔치.

다 사고 나니 94솔정도다.

 

안내소에 다시 갔는데 사람이 아직 없다. 에릭은 다음에 다시 와야겠다며 가자고 한다.

일단 우리집에 택시를 타고 왔다. 택시비가 4솔이다.

플라자베아에서 원래 5솔 했는데 4솔이라고 하니.....나는 좋다!

 

오는 택시 안에서 깐 주스 1병씩은 건강한 맛이었다.

집에 도착해서 에릭과 부엌바닥에 앉아서 사온 빵을 하나씩 먹었다.

점심을 안 먹어서 배가 고팠기 때문이다.

에릭은 3시부터 7시까지 비텔에서 일을 한다고 한다.

점심을 먹으러 집으로 가야겠다길래 배웅을 해줬다.

 

오후 수업에는 다시 '꽃보다 청춘'을 틀었다.

중급반은 1편부터 보고 있는데 내용의 반절정도를 이해한다. 

일단 한국사람들이 페루를 여행하는 내용이라서 더 관심을 가지는 것 같다.

어제 시험도 쳤고 마지막 날이라 그런지 학생의 반이 수업에 나오지 않았다. 뭐....요즘 일때문에 바쁠 시기기도 하고...

 

오후 수업전에 선임인 순ㅇ쌤이 와서 나를 기다리고 있었는데 왜 그러냐고 물어보니 학생때문이라고 한다.

자기 반 학생인데 시험에 통과를 못했는데 자꾸 통과시켜달라고 한다고 나보고 다시 실력을 체크 좀 해달라고 한다.

내가 하나 자기가 하나 같은 결과일텐데 왜 그러는가 했더니...학생이 이렇게 이야기 했다고 한다.

마티아스 쌤 반은 8과까지 다 끝낸 상태에서 시험을 쳐서 기본반3을 통과 못했다고 프란시스코 쌤반이 진도가 느리니까 거기서 복습하면서 공부하면 되지 않느냐고 했단다.

그러니 프란시스코쌤한테 이야기를 해달라고 했다고....

아마 바지코2에서 한 달 먼저 우리반으로 옮겨온 카렌이 이 반은 공부하기 쉽다고 이야기 해줬겠지...

음....나를 좀 많이 무르게 보는 건가 하는 생각이 들었지만 일단 알았다고 일단 수업이 끝나고 6시에 면담하자고 말했다.

 

6시에 테스트를 했는데 역시나...실력이 되지 않는다.

아마 기본2반까지는 벼락치기로 공부를 해서 어떻게든 넘겨왔을테지만 점수를 물어보니 계속 하락하는 추세가 보였다.

결국 유의미학습을 한 것이 아니라, 단기기억에서 끝나는 시험을 위한 공부를 하고 있던 거였다.

지금 교육이 양산하고 있는 이런 학생들을 보면 불쌍하다는 생각이 든다.

어찌보면 사회가 바라는 부품이 되기 위해서만 공부에 매달리고 있는 것 같아서...

남보다 빨리 지식을 알도록 확인만 하는 현재 교육의 일부로만 작동하는 것 같아서....

스스로의 동기가 없이 남들이 이야기하는 '자신을 위한' 공부를 하니 시험의 결과에만 집착하게 되는 것이다.

 

학생에게는 정중하게 이야기 해줬다. 같이 공부하고 싶어도 실력이 그만큼이 안된다고....

책을 1권을 3개월에 걸쳐 다 봤으면 책 내용을 70%이상은 기억하고 활용할 수 있어야 하는데 기억하는 내용은 그 달 배운 30%의 70%도 안된다.

다시말해 100 중 20도 모른다는 이야기다. 사실 많이 기억하지 않아도 좋다.

꾸준히 연습하는 모습이 보였다면 앞으로의 더 큰 가능성을 생각해 볼 수도 있을 텐데....

안타까워서 학생에게 공부를 어떻게 하고 있는지 물었더니 예상대로 벼락치기다.

연습을 제대로 하지 않았다고 하니 영어로 자기변명을 계속한다. 말로는 더 해봤자 소용없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다음달은 내 수업을 들어보라고 이야기했다.

다시 한 번 기회를 주는 거지만 연습을 제대로 않고 게으르게 하면 떨어질 거라고 그건 꼭 알고 있어야 한다고 말해줬다.

나중에는 지금처럼 면담조차도 할 수 없을 거라고 이야기했다. 아마 지금 생각으로는 따라오기 힘들지 않을까 한다.

학생 자신의 마음에 변화가 없으면 안될 것이다. 나는 계속 변화를 요구할 것이고 함께 공부할 것이다.

그래도 스스로를 바꾸는 변화의 단초가 보이지 않는다면 어떻게 더 해줄 것이 없다.

 

에스파뇰 수업(2017.03.29)

오늘부터 이번주말까지 휴일이다.

기관에 수업이 없기 때문이다. 3월동안 이리저리 뒤져본 자료들을 어느정도 정리하고 4월에 무엇을 해야할지 생각을 해본다.

 

11시가 넘어가서 옷을 챙겨입고 헤르만선생님댁으로 갔다.

가기 전에는 항상 헤르만 선생님한테 왓츠앱으로 먼저 묻는다.

"가도 돼요?"

혹시 집에 없을 수도 있다는 생각을 미리 하는 것이다.

옛날 우리가 사람마다 전화가 없을 때, 집에만 전화기가 있을 때 하던 생각과 행동이다.

왜 이렇게 생각하느냐 하면 이곳사람들은 '오면 온다. 가면 간다'는 연락을 하지 않을 때가 많기 때문이다.

그나마 헤르만 선생님은 연락을 잘 해주는 편인데...그래도 혹시 몰라서 미리 묻고 가는 것이다.

 

댁 까지는 직선거리로 100m가 안된다. 걸어서 5분 정도 걸린다.

댁에 가니 원래 조용하던 집이 더 조용하다.

헤르만 선생님 부인인 파트리시아가 안보여서 그런가....어디 밖으로 나갔나보다 하고 생각했다.

 

오늘 공부는 동사의 명령형(Imperativo)을 공부했다.

-ar로 끝나는 동사는 tu를 주어로 할 때 -a로 끝나고, usted를 주어로 할 때 -e로 끝나서 명령이 된다.

-er / -ir로 끝나는 동사는 반대로 tu를 주어로 할때 -e, usted를 주어로 할때 -a로 끝난다.

오늘은 이런 동사의 명령형 활용을 가지고 연습을 했다.

공부를 마치고 집으로 왔다. 공부가 끝났으니 쉬어야지.

 

책장 자물쇠뭉치 사기, 카페 테바, 부채춤 연습, 한국어수업인원현황 답신(2017.03.30)

아침을 먹고 나니 순ㅇ쌤이랑 책장 자물쇠뭉치를 사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래서 순ㅇ쌤한테 연락을 하니 알겠다고 가자고 한다.

3월 복무현황보고서를 쓰다가 코이카사무실에서 오늘까지 학생현황이 필요하다고 해서 학생들한테 문자를 했다.

학생들이랑 서류내용을 가지고 문자를 계속 하다가 느긋하게 점심을 먹고 2시쯤 만나기로 한 CEID로 갔다.

 

벤치에 앉아있으니 순ㅇ쌤이 들어온다.

바로 나가자고 하길래 바꿔야하는 자물쇠뭉치 사진을 가지고 있냐고 사진을 하나 찍어가자고 했다.

그러니 갑자기 움찔 하더니 열쇠가 없어서 사무실에 말을 해야하는데 하면서 사무실 쪽을 본다.

지금은 점심시간이라 사람이 없다.

그러다가 자기가 모양을 아니 가서 찾아보자고 한다. 일단 모양을 안다는 말을 믿고 같이 갔다.

 

센트로길에서 도스데마요길 쪽으로 쭉 더 들어가면 공구를 파는 상가들이 나온다.

여기사람들은 플라스티코길이라고 부르기도 하는 그곳에 가서 가게들을 다니며 하나하나 묻기 시작했다. 내가....

모양도 모르는데 안되는 에스파뇰로 더듬더듬 묻기는 잘 묻고 다닌다.

5군데정도 돌아다니니까 질문을 받는 상인들도 감을 잡았는지 어느가게로 가라며 알려준다. 

결국 진열장에 보이는 자물쇠뭉치를 찾아내고 가격을 물으니 2솔이라고 한다.

얼른 자물쇠뭉치 2개를 달라고 하면서 내 세탁기-수도꼭지(까뇨) 커넥션도 있는지 물어봤다.

문 앞에 있는 샘플도 봤으니 있을 거다라는 확신을 가지고 물어본거다.

얼마냐고 물었는데 1.5솔이란다. 세탁기 산 곳에서 말한 10솔과는 많이 동떨어진 가격이다.

싸다! 아니 세탁기를 산 곳 사장이 가격을 비싸게 속인 거겠지. 그래. 그때 안사길 잘했다며 얼른 하나를 달라고 했다!

 

두 가지를 무사히 구입하고 카페 테바로 갔다. 순ㅇ쌤한테 선교사님이 카페를 연 것을 아느냐고 물으니까 안다고 한다.

가봤냐고 하니 안가봤다고 해서 그럼 가보자고 했다. 음...좀 수동적이랄까....

테바에 가니 에스더 선교사님 혼자 계신다. 장선교사님은 어디 나가신 모양이다.

나는 전에 마셔본 차를 한 잔 마시고 순ㅇ쌤은 파인애플 효소(?)를 한 잔 마셨다.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다가 개 이야기가 나왔는데...어제 헤르만 선생님 댁이 조용한 이유를 알았다.

그제 월요일에서 화요일 사이에 그댁 차우차우가 죽었다고 한다.

늙어서 자연사한 것이 아니라 누군가 공원이나 길에다 독이 든 먹이를 놓았는지

그걸 먹고 괴로워하다 공원 한 구석에서 죽은 걸 그댁 할머니가 발견했나보다. 아이처럼 엉엉 우셨단다.

왜 그랬을까....시청에서 그랬는가....아니면 나쁜 마음을 먹은 어떤이가 그랬을까....

월요일에 에스파뇰 수업때까지는 잘 놀고있던 녀석이 괴롭게 죽었을 것을 생각하니 마음이 무거워진다.

 

장선교사님과 베키도 들어오고...조금 더 있으니 조금 멀리 떨어진 현지 교회사람들이 들어온다.

오늘 한식으로 잡채를 했다고 해서 그걸 사러 왔다고 한다. 안그래도 떡볶이를 조금 나눠주셨는데 맛있었다.

나가는 길에 잡채도 사가야지. 한 통에 12솔에 판다고 하니 괜찮다는 생각이다.

 

조금 더 이야기를 하다보니 밖이 어둑해진다.

순ㅇ쌤이랑 나가려고 하는데 장선교사님이 좀 있다 베키가 부채춤을 하러 나가는데 가까운 곳까지 태워주겠다고 한다.

그래서 조금 있다가 같이 나갔다.

나는 어차피 부채춤 연습하는 데 가려는데....간식을 좀 사갈 생각이어서 플라자베아에 간다고 했다.

순ㅇ쌤도 그러자고 한다.

 

플라자베아에서 과자를 사가지고 플라자 데 아르고로 갔다.

학생들이 옹기종기 모여있다. 아직 시작을 안했나 하고 가서 보는데 푸ㅇ쌤이 장난을 치고 있는 거였다.

부채춤을 추는 동안 푸ㅇ쌤은 마음에 안드는지 계속 수정하고 다시하게 하고 한다.

감독으로서 좋은 자세지만 너무 욕심이 앞서면 본인도 학생들도 지칠텐데....

그렇게 2시간을 연습을 하고 있으니 선교사님이 베키를 데리러오셨다.

낮에 한 떡볶이가 남았는데 저녁을 먹고 가지 않겠냐고 해서 저녁도 먹고 왔다.

선교사님 댁에서 바닥에 까는 장판(?), 매트(?)를 사려고 했는데 그냥 쓰고 나중에 귀국할 때 돌려달라고 하신다.

 

선교사님 차를 얻어타고 집에 돌아와서는 학생들 정보자료를 정리한다.

나이와 이메일주소가 학생정보에 왜 필요한지는 모르겠지만....해달라니 해준다.

이런 정보취합들을 해달라고 할 때는 목적을 조금 더 구체적으로 줬으면 좋겠다.

목적이 뭔지 알아야 정보를 제대로 취합해주지....학생 정보 취합이라는 목표만 주면 어쩌나...

 

전통놀이 챙기기, 까치나에 가려는데...(2017.03.31)

아침을 먹고 까치나로 나갈 준비를 하는데

키르에서 온 톡이 눈에 들어온다. 그래서 전화를 걸었다.

통화를 하다보니 이미 1시간 반이 훌쩍 지났다.

까치나 갔다가 기관에 가서 전통놀이를 빌릴려고 했는데 일정을 바꿔야겠다.

 

점심시간이 다 돼서 입에 빵을 하나 물고 바리바리 옷을 챙겨입고 기관으로 갔다.

내일 있을 한국문화활동에 쓸 투호와 제기를 미리 받아놓기 위해서인데....

기관에 도착하니 점심을 밖에 대학교 근처로 좀 멀리 먹으러 갔단다.

직원 1명만 남아있는데 굉장히 친절한 직원이다. 기관장 오말에게 전화를 해서 내 이야기를 해준다.

그리고 나보고 이제 들어온다고 10분정도만 기다리라고 한다.

 

좀 기다리다 보니 30분이 지나고.....;;;;

갈까 하는데 저 멀리서 기관장이 들어온다.

지쳤지만 인사를 했다. 그랬더니 늦어서 미안하다고 한다.

여기와서 기관장을 보고 굉장히 놀란게 이런거다. 보통 기관장들은 이런말을 잘 안하니까.

미안하면 미안하다 고마우면 고맙다. 직원들과 장난도 잘 친다.

그러니 같이 있는 선생들도 좋아하는 거겠지.

 

무튼 투호 3세트와 제기 5개를 빌리고 집으로 왔다.

그런데 날이 더워서인지 나는 벌써 지쳤다.

점심을 먹으면 좀 낫겠지 했는데 힘이 안돌아온다. 그리고 잠이 왔다.

자고 일어나니 5시가 다 됐다.

그렇게 많이 지쳤었나;;;;

 

오늘 까치나를 가는 건 포기해야겠다.

내일 자투리 시간에 가든지 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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