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루 시네마천국 협력활동-쿠스코 오얀따이땀보로 이동(2017.07.18)
새벽 4시가 되기 전에 눈이 떠졌다.
조금 있으니 4시에 맞춰놓은 알람이 울린다.
어제 내 방에서 세 사람이 같이 잤다. 타크나가 추워서 바닥에 전기장판이 한 장밖에 없는지라 세 사람이 나란히 가로로 누워서 자리를 잡았다.
잠시 앉아서 잠을 깨고 화장실로 들어가서 면도와 샤워를 하고 나왔다.
나와서 방에 불을 켜니 두 사람이 일어난다.
씻고 짐을 정리하고 집을 나서니 5시가 조금 넘어간다.
조금 내려가서 집 아래 농구장으로 가니 택시가 한 대 서 있다. 원래 택시들이 쉬는 곳이라 새벽에도 택시들이 있을 것이라 생각했는데 다행이었다.
잠시 택시기사와 흥정을 해서 13솔에 공항으로 가기로 했다.
두 사람은 정신이 없길래 내가 택시비를 냈다.
라탐 프론트에서 체크인을 하고 잠시 기다리니 ㅇ쌤이 왔다.
이름만 들었지 얼굴은 처음보는지라 인사를 하고 잠시 비행기 시간을 기다리는 사이에 어제 산 샌드위치를 꺼내 먹었다.
ㅇ쌤은 매운 걸 못 먹는가보다. 로꼬또가 들어간 샌드위치를 아주 천천히 먹는다.
다행히 리마행 비행기가 조금 지연되기는 했어도 많이 연착되거나 취소되지 않아서 리마까지 잘 도착했다. 리마에서는 비행기에 탔는데 지연이 되어서 40분정도를 비행기 안에서 대기해야 했는데....이 시기 리마의 날씨라는 것은 거의 항상 무거운 구름이 하늘을 덮고 있는 날들이라 지연과 취소가 상습적으로 일어난다.
리마에서 쿠스코까지는 비행기가 지연이 됐지만 도착시간은 10분정도만 늦어졌다.
12시40분에 쿠스코에 도착해서 오얀따이땀보로 가는 콤비버스를 타려고 택시를 타고 콤비 정류장으로 갔다. 오얀따이땀보까지 10솔에 간다는 콤비 삐끼들 말을 들으며 콤비를 고르고 있으니 앞에 있는 봉고차가 8솔에 가자고 한다. 여기는 언제 출발한다는 출발시간이 없이 손님이 차면 가는 것이고 다 안차면 계속 기다리는 것이다. 봉고를 타고 1시간 40분정도를 달려 오얀따이땀보에 도착하니 3시가 넘어간다.
숙소를 찾는다고 시간을 보내고 나니 3시반이 넘어가는데....
점심을 못 먹어서 컵라면으로 요기를 하고 나니 4시에 바로 회의를 하자고 한다.
회의내용은 없이 사실은 결정된 일정을 공유하자는 것으로 통보하고, 다른 기관 사람들과 인사를 하는 시간이다. 예상대로다.
그러고 나서는 바로 저녁밥을 먹으러 갔는데 '메누델디아'로 로모살타도가 나왔다.
이 자리에서 메가박스에서 나왔다는 '과장'이라고 소개된 '대리'와 외주로 이까지 촬영을 하러 온 두 사람과 이야기를 나눴다. 고산병이라든지 페루여행에 대한 이야기라든지 코이카에서 하고 있는 일이라든지에 대한 대화를 하면서 밥을 먹고 나왔다.
먹고는 숙소로 돌아왔다가 ㄷ, ㄱ쌤, ㅇ쌤과 차를 한 잔 하러 나왔는데...찻집이 다 닫혔다.
앉아서 이야기를 하려니 뭐라도 하나 시켜야 되겠다해서, 피로도 풀겸, 칵테일 한 잔을 시키고 자리에 앉아서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눴다.
앞으로 어떤 일을 하게 될지 기대감과 서로가 알고 있는 협력활동에 대한 이야기를 했다. ㅇ쌤과는 자동차에 대한 이야기를 하다가 숙소로 다시 돌아왔다.
페루 시네마천국 협력활동-파타칸챠Patacancha 마을(2017.07.19)
어제 회의에서 공유한 대로 8시까지 숙소 로비에 모였다.
6시에 일어나 씻고 7시에 아침을 먹고 아침운동으로 몸을 살짝 풀어주는 것은 타크나에서의 일상과 그리 다르지 않다.
파타칸차 마을은 해발 3800m가 넘는 곳이어서 춥다고 하는 소리에 얇은 패딩을 하나 걸쳤다.
오얀따이땀보에서 차로 한시간정도 거리인데 가는 동안 계속 산을 올라갔다.
우안까요 ㅇ쌤이랑 아레끼파 ㅈ쌤 사이에 앉게 돼서 두 분 이야기를 들으면서 올라가게 됐다.
ㅈ쌤은 교장을 하다가 코이카에 오셨는데 아레끼파 생활이 재미있는지 1년 연장을 생각하고 있다. 각자가 겪은 교육에 대한 이야기도 이래저래 하다보니 9시가 좀 넘어서 파타칸차 마을에 닿았다.
파타칸차 마을에는 이미 '기아대책'에서 준비를 해놓고 있었다.
놀이터를 만들 기구나 공구를 가져다놨고, 부뚜막을 만들어줄 집도 섭외해놨다.
마을회관에 내려서 각자 할 일을 확인하고 흩어져서 일을 시작했다.
나는 오전에는 파타칸차 마을 부뚜막을 만들고 오후에는 페이스페인팅을 했다.
오전 2시간이 조금 넘는 시간으로는 부뚜막을 완전히 만들 시간이 부족했다.
그래서 부뚜막 형태를 잡고 마감시멘트가 떨어지지 않도록 망을 씌우는 과정까지만 해서 나머지 미장일은 마을에 있는 현지인 미장이에게 넘겼다.
오후에 한 페이스페인팅은 3개 모둠을 이룬 아이들이 돌아가며 하게되는 프로그램 중 하나다.
페이스페인팅, 서예로 이름쓰기, 종이접기, 가족사진찍기를 하게 됐는데 한 모둠에 아이들이 20명이 넘어가서 모든 아이들이 프로그램을 할 시간이 없었다.
중간에 코디들이 프로그램에 들어와서 일을 나눠서 하기는 했는데 그래도 시간이 모자랐다. 그래서 아이들에게 페이스페인팅 그림을 고르게 하는 것을 각자 2가지씩으로 줄이니 한 아이당 그림을 선택하는 시간이 줄어들긴 했는데 그래도 모든 아이들에게 페이스페인팅을 해주기에는 시간이 모자랐다.
정신없는 시간이 지나고 나니 벌써 4시 반이다. 함께 한 리마의 ㅈ쌤과 인턴쌤도 파김치가 됐다.
저녁에는 메가박스 과장 대리와 함께 스크린을 만들고 프로젝터를 설치했다.
'나는 왕이로소이다.'라는 2013년 영화를 상영했는데, 세종의 세자시절을 왕자와 거지 이야기에서 모티브를 가지고 온 영화다.
30분정도 상영을 하다가 갑자기 프로젝터 전원이 꺼진다. 주변의 조명들이 꺼지지 않은 것으로 봐서는 전기문제는 아닌 것 같은데 메가박스 대리는 전기장치만 살펴본다. 아마 기압에 의한 전자장비이상이 아닐까 싶은데....조금 있으니 조명도 꺼진다. 이번엔 아마 열 때문일 것이다.
이 문제 때문에 코이카 코디들과 메가박스 대리 사이에 무슨 일이 또 있었나보다.
잠시 공지하기는 했지만 급하게 마을회간 안의 사람들을 밖으로 내보낼려고 하길래 중간에 뛰어들어서 사람들이 줄을 서도록 했다. 작은 아이들이 사람들 사이에 끼여서 밟힐 수도 있어서 위험했다.
다른 단원들은 수동적이 되었다. 아마 메가박스와 기아대책 사람들의 태도 때문일 것이다.
내일 쓸 장비를 정리하고 다시 오얀따이땀보로 내려왔다.
내려오는 길은 이미 어두워졌고 숙소까지 오는데 생각보다 시간이 오래걸렸다.
페루 시네마천국 협력활동-파타칸차 마을에서(2017.07.20)
어젯밤 숙소로 내려와서 저녁으로 컵라면을 먹고 있는데 ㅈ코디와 ㅂ코디가 와서 이야기를 했다.
내일(오늘이다) 일정이 아주 많이 변경됐다는 것이다.
그렇게 단원들이 준비한 오후 일정들이 사라졌다.
오늘 일정은 오전은 어제와 같이 부뚜막 만들기와 놀이터 만들기 작업을 하고 오후에는 어제와 오늘 오전에 마을을 돌아다니면서 찍은 가족사진을 인화해서 액자에 넣어 주는 것으로 결정됐다.
단원들은 그런 내용들을 상의없이 통보해온 코디들과 다른 기관들에 마음이 상했고 의견을 모아서 우리 대표인 ㅎ쌤이 ㅂ코디에게 전달했다.
나는 오전에 부뚜막을 한 집 더 만들었다.
이번에는 전에 쓰던 굴뚝이 없는 부뚜막을 부수지 않은 채로 둔 집이어서 원래 있는 부뚜막을 부수는 작업부터 시작했다. 그래도 어제 해 본 일이라고 속도가 붙어서인지 생각보다 일찍 끝났다.
놀이터 만들기 하는 곳에 일을 도우려고 가는데 ㅂ코디가 산소통을 매고 앞에 가고 있다. 무전을 들으니 누가 고산병으로 쓰러졌나보다. 산소통을 받아다가 냅다 뛰어내려갔다. 길을 모르는지라 일단 뛰었는데 생각보다 길이 멀었다. 아래쪽 놀이터쪽에서도 남자 한사람이 뛰어와서 산소통을 받아갔다.
놀이터 작업을 정리하고 마을회관으로 돌아와서 영화상영을 할 준비를 했다.
그렇게 늦은 점심을 먹게 됐는데 마을사람들이 준비해 준 알파카 고기를 먹었다.
알파카 고기는 좀 질겼지만 다 먹었다. 이 사람들한테 이정도는 굉장한 호의를 베푼 것이라는 걸 알기 때문이다. 높은 산 위라 밥도 설익었는데 그 밥도 맛있게 먹었다. 점심시간이 훌쩍 지난 3시가 넘어서야 먹는 밥이어서 그런지도 모른다.
늦은 오후 일정은 그대로 영화상영이었는데 다른 일 없이 상영시간이 조금 더 당겨졌을 뿐이다.
어제 저녁의 문제가 전기문제로만 있는 줄로 알았던지 오늘은 발전기를 준비해서 가지고 왔다.
프로젝터가 예민한 건가 싶어서 코이카 소장님이 오는 차편에 작은 프로젝터를 하나 더 가지고 오기도 했다.
하지만 그것과는 별개로 상영에서는 음향이 끊기고 전기가 몇번이고 더 나갔다.
결국 모든 영화를 다 틀지는 못했지만 주민들이 만족할 정도는 됐던 모양이다.
아침에 사람들이 나갈 때 안전에 대해서 생각하도록 공지를 더 확실하게 해달라고 이야기를 해서인지 어제와는 조금 더 여유롭게 줄을 서서 나간다.
어제는 나갈 때 간식을 미리 준비 못해서 뒤에서 미는 사람들 때문에 작은 아이들이 밟힐까 걱정이 됐는데 오늘은 간식이 미리 준비됐고 사람들도 어제의 경험으로 미는 것이 줄어서 더 안전했다.
사람들을 다 보내고 선물과 간식을 줄 때 편 상을 접고 마을회관 내부를 정리했다. 얼추 정리가 다 되고나니 해가 산을 거의 다 넘었다.
오얀따이땀보로 다시 내려와서 저녁을 먹었다. 일정표에 내일 점심에 있던 만찬을 오늘 한다고 하는데 원래 일정대로 했으면 아마 코이카 단원들은 아무도 참석을 못했을 것이다. 비행기 시간이 왠만하면 다들 쿠스코에서 오전으로 잡혀있는데 점심을 먹을 수 있을리가...
식당에서 저녁을 먹는데 악사가 한 사람 들어왔다. 피리를 불고 돈을 걷길래 6솔을 꺼내주었다. 부소장님도 어제부터 와서 일을 하는데 오늘이 생일이라고 한다. 악사는 나가려다가 생일축하곡을 한 곡 불러주고 다시 나간다.
나는 따로 단원들끼리 한 잔을 하려고 했는데 아마 그럴 시간이 안될 것 같다고 생각했다. 식당에서 너무 오래있었기 때문이다. 근처 주점이나 식당들이 문들을 다 닫았다. 그런 생각을 하며 식당을 나서는데 ㅈ코디가 뒤에서 ㅎ쌤을 부른다. 단원들이랑 맥주를 한 잔 하고 싶다는 이야기를 한다. 아마 호텔로비 자리에서 마시게 될 것 같다는 생각을 했는데 아니나다를까 그렇게 마지막 술자리를 하게 됐다.
페루 시네마천국 협력활동-타크나로 돌아가는 길(2017.07.21)
새벽 5시에 일어나서 씻고 나갈 준비를 했다.
7시에 오얀따이땀보 센트로에서 콤비를 타고 나가기위해서다.
짐을 챙겨놓고 로비로 나가니 코디들이 보인다.
무슨 일인가 했더니 코디들도 아침 일찍 일정이 있는지 나갈 준비를 하는거였다.
비상약들을 담아놨길래 달라고 했다. 봉지째로 받아다가 조금 있다 나온 단원들과 나눴다.
1인당 10솔짜리 콤비를 타고 쿠스코 센트로에 도착하니 9시가 조금 넘어간다.
아레키파 ㅅ선생님이 쿠스코로 가는 버스비는 본인이 전부 내겠다고 하신다.
다른 단원들이 말렸지만 기어코 원하셔서 그렇게 하기로 했다.
쿠스코 센트로 옆에 있는 광장에서 내려서 바로 택시를 타고 공항으로 갔다.
나와 ㅅ쌤, ㄱ쌤은 어제 인터넷 체크인이 되서 따로 체크인을 안해도됐는데 ㄴ쌤이 인터넷체크인이 안돼서 창구로 갔는데 창구에서 처리가 안되는가보다.
줄을 서서 창구로 갔을 때가 50분쯤이었는데 창구직원이 체크인이 안된다고 했다가 다시 몇번이고 확인한다고 10분이 넘는시간이 지나갔다.
그 사이 코디들에게 전화를 걸어서 확인을 하고 체크인을 하려 했지만 ㄴ쌤은 실패.
우리 셋이 먼저 비행기를 타러 들어가고 ㄴ쌤에게는 내 전화기를 주었다.
ㄴ쌤 전화기는 타크나로 온 날 아침에 고장이 나서 서비스센터에 맡겨야했기 때문이다.
비행기에 들어가니 코디들이 보였다.
아마 이 비행기를 타려고 아침에 우리보다 10분정도 일찍 숙소를 나선건지도....
12시 반쯤 리마에 도착해서 ㄴ쌤한테 연락하니 라탐항공에서 그 다음비행기 자리를 줬다고 한다.
게이트에 들어가서 ㄴ쌤을 기다리고 있으니 비행기를 내리고 급하게 뛰어왔는지 헐떡이면서 들어온다. 마음이 급했을 것이다.
타크나행 비행기를 타고 타크나에 도착하니 4시가 다 됐다.
저녁을 먹기가 애매한 시간이어서 저녁을 먹고 가겠냐고 하니 한국물품상점에만 들렀다가 가겠다고 한다. 그래서 함께 갔다가 집으로 돌아왔다.
드디어 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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