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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다반사 La vida/책 Libro

[책]세계를 품은 스페인 요리의 역사 - '2장 아사도asado'를 구워볼까?

by 남쪽숲 2019. 12. 31.

아사도는 직화 위의 로스터에서 고기를 은근히 굽는 것이다.

 아사도는 그 어떤 조리법보다 오래된 조리법이다. 심지어 그 간단한 오야 요리 조차 냄비(솥)가 있어야 조리가 가능하지만 아사도는 불이 인간과 함께한 이래로 언제 어디서든 있어온 조리법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아사도는 남자의 요리라고 불렸고, 오야는 여자의 요리라고 불렸다. 야생에 적응하던 인간의 야성이 담긴 요리, 사냥에 성공해서 그 획득물을 나누는 것에서 시작하는 요리이기 때문에 아사도는 남성성을 가진다. 오야는 인간이 정착하고 안정한 이후에 나타났다고 본다. 냄비라는 도구가 나타난 것이, 그리고 그것을 보관할 수 있는 안정적인 환경이 나타난 것이 그 배경이다.

 책에서는 꼬챙이로 고기를 굽는 아사도는 죽음을 상징하고, 냄비에 끓이는 오야는 불사와 삶을 상징한다고 한다. 꼬챙이를 들고 고기를 굽는 모습에서 삶을 떠올리기란 확실히 어렵다.

 아사도가 오야에 비해 좋은 점은 한 번에 다른 재료를 조리할 수 있다는 것이다. 오야는 모든 재료가 한 솥에 다 들어가서 다같이 조리되지만, 아사도는 아사도르(꼬챙이)에 재료를 하나씩 나누어 조리할 수 있다. 그래서 요리사의 불에 대한 섬세한 작업이 필요하다.

 "북부에서는 푹 끓이고, 중부에서는 굽고, 남부에서는 튀긴다."는 말은 스페인에서 자주 들을 수 있는 말이다. 스페인 요리의 특징을 지역에 맞게 거칠게 표현한 것이다. 책의 저자는 권력과 요리의 관계에 대해서, 아사도와 오르노의 시대별 변화와 사람들의 인식을 알리려고 노력했다. 하지만 읽는 입장에서는 너무 길어 몇 마디로 그 페이지들을 대신하겠다.

 "권력자는 많은 것을 먹고 싶어한다. 고기는 부드러운 것을 좋아해 어린 짐승을 잡는 경향이 퍼져나간다."

 

1부 표지. 1부의 주제는 조리법이다. 1장 오야와 2장 아사도는 양대산맥으로 서로 마주보는 자리에 있다.

 처음 남미에 도착했을 때, 아사도asado, 오르노horno, 빠리야parilla를 구분하지 못했다. 셋 다 굽는 건데 어떻게 굽는다는 건가? 약 3개월간 이런 저런 고기들을 각 조리법으로 몇 번씩이고 먹어보고서야 셋이 어떻게 다른지 겨우 알았다. 내가 안 것은 아사도는 직화로 로스터에서 굽는 것이고, 오르노는 오븐(아궁이)에 굽는 것이다. 빠리야는 그릴을 놓고 그 위에서 구운 것이라는 거다.

 개인적으로는 것은 양고기, 소고기는 아사도가 좋고, 닭고기는 오르노가 좋다. 오븐에서 구우면 기름이 쏙 빠지는데, 겉은 바삭하고 속이 촉촉하게 되기 때문이다. 일단 겉이 탄 느낌이 거의 안 들어서 좋다. 빠리야는 양, 소, 돼지, 그밖의 대부분의 알파카를 포함한 여러 고기들과 초리소(소시지)와 염통을 구운 것을 좋아한다. 페루에서는 염통을 구운 것을 '안티꾸초'라고 부른다. 빠리야를 시키면 안티꾸초가 같이 나오는데 사실 이건 빠리야보다는 아사도에 가깝다. 꼬치에 꽂아서 불에 바로 굽기 때문이다. 아사도와 빠리야는 둘 다 불냄새가 고기에 배인다. 

 아사도는 언제 먹어도 질리지 않고 먹을 수 있을 것 같다. 사실 아르헨티나에서 일주일정도 하루 한 끼씩 아사도와 포도주를 먹었는데, 그때는 조금 질린 것 같다. 아니. 밥이 있었으면 별로 질리지 않았을 수도 있었다. (조금 비겁한 변명을 해본다.) 

 

로마제국에서 신대륙 발견으로, 세계사를 품은 스페인요리의 역사. 와타나베 마리 지음. 권윤경 옮김. 따비. 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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