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한상상실을 구경하고 나오는 길에 영도에 사는 선생님이 저녁을 먹으러 가자고 추천하신 곳이다.
교사로서 영도에 산 지 40년이 다 된 분이 추천하는 돼지갈비 집이라....
추억돋는 분위기와 어릴 때부터 알던 그 돼지갈비 맛을 기대하면서 가게를 찾아갔다.
신관 입구는 일반 건물의 비상계단을 들어가는 듯한 모습이었다.
어리둥절 하며 들어가면서 든 생각은 '이런 건물에 고기집이 있다고?' 하는 의문이었다.
엘리베이터 버튼 옆에 가게 표시 스티커가 없다면 오던 손님도 놓치는 마법을 맛보게 될 것이다.
특히 처음 온 손님이 '내가 잘못가고 있는건가?' '다른 곳을 찾아야 하나?'하는 물음을 머릿속에 담는 순간 끝이다.
하지만 함정은...엘리베이터 버튼이 접촉불량...잘 안 눌러졌다.
생각보다 내부가 넓었다.
옛날 러시아 동화를 보면 겉이 다 쓰러져가는 허름한 집 안에 들어갔는데
안은 온갖 보석으로 치장된 깨끗한 집이었다는 류의 이야기가 생각이 났다. 물론 거긴 마녀의 집이긴 했지만...
빛이 약간 어두운, 그래서 내 앞의 숯불에 집중하기 딱 좋은 정도의 조도였다.
고기를 굽는 불판이 일자였다. 보통은 숯불이 들어가는 구멍에 맞춰서 굽는 무쇠판을 주든지, 동그란 구이판을 주는데
사각의 금속틀에 금속 피아노줄을 일자로만 꽂은 불판이었다.
간격이 촘촘해서 고기가 빠지거나 하지는 않는데, 이런 불판을 쓰고 있어서 신기했다.
불판을 새 걸로 갈아줄 때도 새 불판을 가져와서 겹친 뒤에 아래위를 바꿔 한 바퀴 휙 돌리면 불판 교체 끝!
줄이 일자로만 되어있어서 찌꺼기가 선에 걸리는 것도 거의 없을 터라 세척도 쉬울 것이다.
간편했다.
공기밥을 주문하면 나오는 시락국은 옛날 시장통에서 파는 그 시락국 맛이 났다.
푹 끓여서 내 놓은 시락국 말이다. 지금도 그런 집이 있으려나?
양념고기는 분명히 겉의 양념부분이 불에 먼저 탄다.
기름이 흘러 내려 숯에 닿으면 불꽃이 이는데 그 불꽃에 그을음이 고기에 묻기도 쉽다.
그래서 아래 위 환기구를 사용해서 불조절을 잘 하는 사람이 고기를 굽는 것이 좋다.
숯의 열에 익어가는 고기와 소스의 향이 굉장히 좋다. 카라멜 향이라고 해야하나? 여운이 남는 단맛향이 퍼진다.
크리스마스가 내일모레인데...
나는 성탄절에 빵을 앞에 두고 축하하는 것보다는 이렇게 함께 고기를 구우며 시간을 보내는 것이 더 좋을 것 같다.
다 익은 고기를 이 달짝지근한 간장베이스의 소스에 찍어서 바로 먹어도 되고,
파절이개와 함께 먹어도 되고, 그 함께 한 것을 쌈으로 싸먹어도 된다. 언제 먹어도 그리운 그 맛이 맞다.
다만 홀에서 서빙을 하는 사람들이 일한지 얼마 되지 않는지,
테이블 세팅이 늦고, 손님이 주문하면 무엇이 먼저 나와야 할지 모르고 있었다.
보통 고깃집에서는 밥과 고기를 시키면 고기를 구울 준비를 해주고 고기가 먼저 나온다.
숯불은 이미 들어있는데, 테이블 세팅이 끝나고 밥과 국을 내어준 다음 한참동안 고기가 안 나오길래 사람을 불렀더니
까먹었다는 표정으로 바로 고기를 가져다 준다. 이런 문제들이야 시간이 지나 일에 적응하면 자연스레 해결되는 일이다.
혹시나 주문을 했는데 고기가 바로 안 오면 홀서빙을 바로 불러보길 바란다.
다만 내가 먹을 때 그렇게 대접을 받지 못해 아쉬울 뿐이다.
우리를 데려간 선생님이 "이 집이 이럴리가 없는데, 왜 고기를 안 주지?"를 몇 번이고 아쉬워하며 사람을 불렀다는 것이...
거기다 병으로 된 음료수를 시켰는데 따라 마실 컵은 함께 주지 않는 대담함을 보였다.
그리고 나서 세 번을 더 불렀는데, 음료를 들고 컵을 달라는 내 말을 듣지 않고 음료를 한 병 더 가져온다거나,
가져온다 대답만 하고 소식이 없다거나, 가져왔는데 음료용 컵이 아니라 물컵이었다거나 하는 건 넘어가기로 하겠다.
[청동숯불갈비]
추천: ★★★☆☆ (맛, 가격, 가게 이야기에만 별)
부산 영도구 태종로 341
영업시간: 월~토요일 12:00~23:00 / 일요일 12:00~22:00
주차공간 있음(지하주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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