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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다반사 La vida/일상 Ordinarios

[일상다반사]사인검 제작에 관하여

by 남쪽숲 2022. 1.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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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인검은 실제 전투를 상정해서 만든 무인의 검이 아닌 의례용, 제의용으로 만들어진 칼이다.
'인검寅劍', '사인참사검' 등으로 불리는데 년年, 월月, 일日, 시時가 호랑이의 '인'에 해당하는 시간에 맞춰 제작된다.
인해, 인월, 인일, 인시에 쇳덩이를 달구고 때려 검의 형상을 빚어낸다.
이 검은 순양을 상징하는 검이므로 벽사의 의미가 강하다.
문무를 음양으로 따졌을 때 문文이 양陽, 무武가 음陰이 되므로
인검은 무인의 힘力보다는 문인들의 의義를 상징하는 검이라 할 수 있겠다.
그래서 군신간의 도리를 말하는 의義를 상징하는 이 검을 왕이 신하들에게 하사한 것이다.

검신 한면에는 28수의 천문도가 새겨지고, 다른 면에는 아래의 사인참사검이라는 검명과 검결이 새겨져있다.
四寅斬邪劍 乾降精 坤援靈 日月象 岡澶形 撝雷電 運玄坐 推山惡 玄斬貞
사인참사검 건강정 곤원령 일월상 강전형 휘뢰전 운현좌 추산악 현참정

네 호랑이의 때에 맞춰 만든 사악한 것을 베는 검
하늘이 정을 내리시고, 땅의 신령함이 돕는다.
해와 달이 형상을 갖추고 언덕과 물이 형태를 이룬다.
번개를 찢어내고 별자리를 운행하여 산천의 악귀를 몰아낸다.
현묘하게 베어내어 바르게 하리라.

위 검결에서 볼 수 있듯이
주술적으로는 斬妖除魔, 除奸鋤惡(요괴를 베고, 마를 제거하며, 간사함을 덜어내고 악을 쪼아내는 것)을 상징한다.
순양을 나타내는 또 다른 검으로 진검辰劍이 있는데 진검 또한 만든 시간에 따라 삼진검, 사진검으로 불린다.
신하들의 義를 상징하는 인검과 달리 진검은 왕족을 상징하므로 그 제작이 매우 드물었다고 들었다.

사인검에 적힌 검결이 참요제마斬妖除魔를 기반으로 한다고 할 때 생각나는 또하나의 검이 있다.
중국의 팔선八仙 중 하나인 여동빈이 들고 다녔다는 통천영검通天靈劍이다.
스승인 화룡진인에게 받은 검이라고 하는데 천둔검을 연마할 수 있다고 한다.
구전으로 내려온 것을 후대에 포집하여 기록으로 남긴 것이라 더 정확하고 구체적인 기록은 없는 것 같다.

사인검을 만들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아마 지금도 많은 사람들이 사인검을 만들어보려고 이런저런 준비를 하는 중일 것이다.
시간이 되면 쇠를 두드리려고 많은 준비를 해뒀을 것이다.

아마 큰 경제적 이익을 위해 인검을 만들어보려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아는지 모르겠다.
인검의 검결에 나오는 첫구절인 하늘이 정을 내리시고 땅의 신령함이 나를 도우려면
인간이 가진 의義에 대한 간절함을 바탕으로 그것을 제작해야 한다는 것을.

어쩌면 눈에 보이는 검에 의로움을 상징하는 호랑이의 순양기를 받으려 하는 것은
인간의 몸에 그러한 의로움純陽을 담는 것이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는 것을 인정해서가 아닐까.
대상에 담긴 의미를 보면서 그 뜻을 새기려는 마음에서 그렇게 칼을 만드는 것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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