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히 타인의 치부에 관심이 많은 사람이 있다.
대략적으로 말한 부를 잃었던 이야기에 대해 끝까지 파고들어 물어댄다.
어떻게 돈을 잃었느냐. 얼마나 잃었느냐.
그 질문이 상대를 얼마나 당황스럽게 만드느냐는 신경쓰지 않는다.
그냥 물었을 수도 있겠지만 나는 아프다.
그것도 두 번째다.
오직 자신의 궁금증만 풀리면 된다는 생각인 것 같다.
이런 말을 면전에서 한다면 아마도 이렇게 말할지도 모르겠다.
"말해주기 싫으면 말 안하면 되지 왜 기분이 안좋다고 표현해요? 이상하네."
그럼 이상한 사람이 되고 만다.
돈을 얼마나 모았느냐.
지금 하고 있는 공부는 왜 하는 것이냐.
끝까지 파고드는 질문은 관계를 의심하게 만든다.
이 사람이 이런 질문을 나에게 스스럼 없이 할 정도로 그렇게 아주 가까운 사이였던가?
친하다고 생각해서 그랬다고 말할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친한 사이라도 갑작스레 이런 질문을 맥락없이 묻는 건 실례다.
맥락없이 물어서 실례라는 걸 알았다면
자신이 어떻게 자산을 운용하고, 공부를 어떻게 하고 있는지 먼저 말을 했겠지만 말이다.
지금처럼 유동성이 중요한 때에는 더욱 더 신중한 반응을 해야해서
내 경우는 갑작스러운 치고 들어옴에 당황스러울 때가 있다.
당황스러운 시간들을 지난다.
나도 이제 먹고 사는 문제에서 조금 벗어난 정도의 삶을 살고 있다.
내 치부를 꼭 남에게 밝혀야 할 이유는 없지 않는가.
그것도 내가 알려주고 싶어서 먼저 밝히는 것이 아니라
갑작스런 질문으로 밝히게 되는 자리라면 더더욱 그러하다.
당황한 기억은 글로 남기고, 기억은 지우도록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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