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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다반사 La vida/교육

[교육] '문명'이라는 무기

by 남쪽숲 2020. 3.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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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명화된 인간 사회에서 다른 사람의 말을 듣고 자신의 생각을 말하는 것, 다른 사람의 글을 읽고, 내 글을 쓰는 것은 인간에게 가장 크고 위험한 무기가 될 수 있다. 학교는 그런 무기를 가장 손쉽게 얻을 수 있는 장소였다. 앞으로도 그런 장소 중의 하나가 될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지금까지는 그러했고, 그 위치를 지켜나가기 위해서 자신의 큰 몸뚱이를 생각보다 빠르게 변화시키고 있다.

 

 사르트르가 '인간이 세상에 내던져지듯 태어났다'고 말한 것은, 그 자신의 실존 후에 스스로(본성)를 만들어간다는 세상에 대한 파악 때문이다. 인간은 먼저 '존재'한다. 누군가가 정의한 인간의 본성, 인간을 인간답게 만드는 그 본성을 따지기 이전부터 '존재'하는 것이다. 그러므로 실존주의에서는 그 개개인의 존재(개성)이 중요하게 여겨진다. 세상에 던져진 인간은 과연 스스로를 지키기 위해 어떤 도구, 어떤 무기와 방패, 함정을 사용할 수 있을 것인가.

 

 가장 기본적이면서 궁극에 가까운 무기는 바로 '언어'이다. 그 공동체가 가지는 문화와 문명의 정수가 언어에 녹아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언어를 어느 수준으로 어떻게 사용하느냐는 예로부터 신분을 나누는 기본적인 기준이었다. 다들 어느정도 알고 있듯이, 한반도의 언어에서 한자가 기록을 담당한 한자문화권이었을 때는 한자가 신분을 나누는 기준이었다. 서양의 경우도 일부 성직자와 귀족들만이 '문자'를 독점해서 본인들의 신분을 유지했다. 이후 조선에서는 세종대왕의 '훈민정음 반포', '한글'의 창제와 쓰임으로, 서양에서는 마틴 루터의 종교개혁으로 자기들끼리만 라틴어로 읽던 성경을 히브리어와 헬라어에서 독일어로 바로 번역하게 되어 신분이 가진 '지식'의 벽을 허물 수 있었다.

 

 최근에도 이와 비슷한 존재가 있었는데, 이는 컴퓨터언어, 기계언어로 불리는 것들이었다. 이 언어들은 이것을 이해한 이들에게 막대한 부를 손에 넣게 해주었다. 지금은 이미 많은 이들이 이 언어를 공유하게 되어 그럴 수 없게 되었지만 말이다. 결국 각 시대마다 '필요한 언어'의 '독점 사용'은 일부 사람에게 커다란 부와 권력을 안겨줄 수 있었다. 

 

 우리는 반드시 '시대에 필요한 언어의 독점'을 이뤄야만 흔히 말하는 성공이나 인생의 행복을 누릴 수 있을까? 인류의 한 사람으로서 정답은 모르겠지만 이에 대해 내가 가진 해답은 "아니오. 다른 길도 있습니다."이다. 나는 우리가 공동체에서 공유하는 언어를 잘 사용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한 부와 권력, 인생의 행복을 느끼고 누릴 수 있다고 생각한다.  

 

 문명사회, 특히 자본주의 사회에서 말과 글은 인간이 가지는 가장 날카로운 무기이자 가장 튼튼한 방패이다. 잘 들음으로써 먼저 남의 의도를 잘 이해하고, 또한 나에게서 이익을 보거나 속이려는 누군가의 함정에서 피할 수 있다. 말을 잘 하는 것으로 다른 사람과 잘 사귀고, 의견이 맞지 않을 때는 설득하고, 힘들어 할 때 격려해서 나와 함께 어떤 일이든 도모하도록 할 수 있다. 남의 글을 잘 읽음으로써 간접경험으로 지식을 습득하고, 글쓴이의 의도를 파악할 수 있다. 내가 글을 잘 쓰는 것으로 내 의도를 내가 존재하지 않는 곳까지도 충분히 간결하게 전달할 수 있다. 매체와 통신이 발달함에 따라서 그 경계가 모호해지고, 의사소통의 범위가 넓어지고 있어서 언어능력의 중요성은 나날이 높아지고 있다.

 

 내가 공부하는 언어는 그런 것이다. 아까부터 몇 번이고 반복해서 말하는 문명의 가장 기본적이면서도 치명적인 무기를 자라나는 학생들에게 쥐여주는 것이 '언어수업'이다. 그들은 과연 그걸 알고 있을까? 나는 봤다. 이 시간의 중요성을 아는 이들이, 자식이 어릴 때부터, 철저하게 교육시키는 것을 봤다. 이들 대부분이 남들이 '잘 산다'고 말하는 사람들이다. 그들은 그렇게 대물림을 시작한다. 가장 먼저 언어부터이다. 물질의 대물림은 한참 뒤부터 시작되지만, 언어는 아주 어릴 때부터 시작한다. 그리고 언어를 기초로 인성과 덕성, 인맥을 형성해가고, 제일 마지막에 물질을 물려받는 것이다. 그 과정을 지켜보는 입장에서는 소름돋을만큼 철저했다. 

 

 글을 쓰다보니 요지를 좀 벗어났지만... 내가 앞으로 할 언어교육은 위의 경험과 생각을 한 번 거친 것이다. 한 번에 써내려온 글이라 생각에 아직 부족한 부분이 여기저기 있을 것이다. 더 잘 다듬어서 정련된 내용을 전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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