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Pixabay
오늘은 정월대보름이다.
태음력(달을 기준으로 하는 날짜) 1월의 첫번째 15일(보름달)을 그렇게 부른다.
한자로는 상원(上元)이라고 한다.
음력 7월 15일 중원(中元=백중날이다.)과 음력 10월 15일을 하원(下元)이라 해서 원래는 도교적인 행사라고 본다.
보통 이날 보름달을 향해 한 해의 (땅의) 풍요를 비는 행사를 하는 것이다.
내가 어릴 때는 마을에서 어떤 행사를 했는지 한 번 떠올려봤다.
1.보름 인사
더위를 팔아보자!
"ㅇㅇ야!"하고 상대의 이름을 불렀을 때 상대방이 무심코 대답을 하면 "내 더위 사가라."라고 더위를 팔 수 있다.
그렇게 내 더위를 팔면 나는 올해 여름을 시원하고 편안하게 보낼 수 있다는 속설(?)이 있다.
어릴 때는 더위를 파는 것보다 사는 게 더 많았는데... 그래서 해지기 전까지는 더위를 팔아야 한다.
사진: Pixabay
2.보름밥
보름밥은 보통 잡곡을 넣은 오곡밥이다.
찹쌀, 검은콩, 팥, 찰수수, 차조를 넣었다고 해서 오곡밥이다. 지역에 따라 오곡 구성이 조금씩 다르기도 하다.
그 밥에 각종 나물을, 특히 묵나물을 해서 많이 먹는다. 아직 봄나물이 많이 나려면 좀 멀었으니까.
사진: 위키미디어
3.부럼과 귀밝이술
보통 정월대보름 아침 일찍 일어나 딱딱한 껍질을 가진 견과류들, 특히 땅콩이나 호두를 이로 물어서 껍질을 깬다.
호두, 밤, 잣, 땅콩, 은행 등을 물 수 있는데...재정상 땅콩으로 거의 통일 되어 간다. 요즘은 땅콩도 비싸다.
이렇게 부럼을 물면 한 해 피부에 부스럼이 없다고 한다.
부럼이 깨지는 소리에 부스럼을 만드는 귀신들이 달아난다고...;;;
그리고 이 날 아침 어른들이 우리들에게도 술을 한 잔씩 주는데, 이건 귀밝이술이라고 한다.
이 술을 마시면 귀가 밝아져서 더 잘 들을 수 있다고 한다. 아마 어른들 말씀을 잘 들으라고 주는 술이겠지.
나는 다른 친구들보다 더 귀가 좋아지고 싶다는 생각에 한 잔 더 달라고 했지만 돌아온 건 꿀밤이었다.
사진: 위키피디아
4.달집
달이 떠오를 때 나무나 집을 쌓아 태우고 주변을 밝히고 노는 것이다.
한 자리(보통 마을 공터나 빈 논)에 크게 쌓은 목재들로 불을 내어 액을 쫓고 복을 부르는 행위이다.
간혹 대나무를 달집 안에 잘라 넣는 사람들도 있는데, 이는 펑펑 터지는 소리에 귀신들이 달아나라고 넣는다고 들었다.
달집을 태우기 전에 센스 있는 사람들은 고구마나 감자, 옥수수 등을 호일에 싸서 달집 주변에 살짝 묻어놓는다.
저녁에 달집을 다 태우고 불이 사그라들 때쯤 삽으로 파내면 아주 잘 익어 있다.
사진: 위키미디어
5.쥐불놀이
쥐불은 논이나 밭 두렁에 불을 붙이는 놀이로 해가 지면 나가서 일제히 불을 놓아서 태운다.
그렇게하면 1년 내내 병이 없고 재앙을 멀리 할 수 있다고 믿었다.
우리는 보통 깡통에 구멍을 내고 안에 숯이나 연탄조각을 넣어뒀다가 달집에 불을 붙일 때 옆에서 불을 붙인 다음
각자 배당받은(?) 논, 밭의 두렁으로 가서 깡통을 돌리는 놀이를 했다.
아마 실제 두렁에 불은 저녁무렵이 되어서 어른들이 다 놓고 난 이후였던 것 같다.
이 행사는 달집과 함께 겨우내 마을 내에 있던 병균을 소독하고, 벌레를 쫓는 기능을 했을 것이다.
실제로 한 해를 건강하게 보내는 데에 도움이 되는 행사라는 뜻이다.
내가 기억하는 것은 이정도까지이다.
지금 아이들은 하고 싶어도 할 자리가 없어서 못하는 이런 놀이들을 어린 시절에 다 해보고 지나왔다.
그래서 더 기억에 남는 건지도 모르겠다.
지금 내 계획대로라면 내가 50대에 가까워졌을 때쯤에는 지금 아이들도 그런 놀이를 해 볼 수 있는
작은 자리나 행사를 만들어 볼 수 있지 않을까 한다.
우리의 좋은 풍습들은 마냥 멀리 희미하게 사라져보내기가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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늘 달집 태우는 것을 봤었는데 이번에는 신종 코로나 때문에 이런 행사를 많이 안 하는 것 같아요... ㅠ
답글
전염병 예방에는 사람이 모이는 자리는 피하는 게 좋으니까요.
아쉽지만 올해는 어쩔 수 없는 것 같습니다.ㅠㅠ
오늘이 정월대보름인지 몰랐네영..ㅎㅎ^^
답글
마음이 아주 바쁘게 사시는가 보군요!
올해는 마음에 여유를 가질 수 있게 달님께는 건강을 빌어드렸습니다. 튼튼한 체력으로 여유를!ㅎㅎ;
어린시절 쥐불놀이가 생각납니다
잘 보고 공감하고 갑니다
답글
공감 감사합니다.
쥐불놀이도 잘 못하면 형들한테 혼났었는데...ㅎㅎ즐거운 추억이죠.
정월 대보름 ㅎㅎ
거기게 쥐불놀이 흐흐흐
저도 어릴때에 많이 했던 기억이 납니다~
답글
쥐불놀이를 아주 감명깊게 하신 모양이군요.흐흐흐
저도 오늘 나물이랑 오곡밥을 해거 먹었는데
브럼을 사다놓지 않았네요.ㅎㅎ
어릴때는 대보름날 동네 친구들과 깡통 돌리기를 했던 기억이 나네요.^^
답글
부럼을 깨거나 귀밝이술을 마시거나 하는 건 옛날에는 영양학적으로 뭔가 이유가 있지 않았을까 합니다. 최근에는 영양상태들이 좋으니...별 이상은 없을 거 같아요! 그래도 달님한테 건강은 빌어드렸습니다!ㅎㅎ
대보름이라 호두와 땅콩을 먹었네요. 코로나 때문에 행사들이 많이 취소 돼서 아쉽지만 어쩔 수 없는 일이겠지요.
답글
그렇죠. 아쉽지만 어쩔 수 없죠ㅎㅎ
내년을 기대해 보는 걸로!
nCoV땜에 달집 태우기 행사는 오늘 다 취소 되었네요.. ㅡ.ㅡ;;
답글
아쉽습니다.
내년에 더 즐겁게 달집행사를 할 수 있길 기대해봅니다.^^
아하!! 그래서 저희 어머니께서 오곡밥을 하셨던 거군요~ 저는 맛없다고 투정부렸는데 이런 깊은 뜻이 있었다니...ㅠㅠ
답글
아. 잡곡이 들어간 밥을 싫어하시나 보네요. 보통 대보름 오곡밥은 간이 돼 있어서 밥만 먹어도 맛있습니다. 나중에 한 번 시도를 해보심도 좋아요.^^
오늘이 정월대보름날이군요 ㅎㅎ맛있겠네요 공감누르고갑니다,ㅎ
답글
공감 감사합니다.^^
즐거운 정월대보름 보내셨길...
오늘 어쩐지 잡곡밥이 집에 있더라고요! ㅋㅋㅋㅋ
정월대보름날이였군요! ㅋㅋ
좋은 정보 잘 보고 가요^^
답글
좋은 정보는 많이 나눠보고...
더위 잘 파셨길 바랍니다.^^ㅎㅎ
어렸을때에는 대보름이면 오곡밥을 먹었는데
이제는 정월대보름도 모르고 지나게 되네요 ㅠ
덕분에 알고 갑니다 남쪽숲님~
답글
대보름을 그냥 보내셨나보네요.
달님에게 건강을 빌어드렸습니다!^^
우와 맞아요 저 어릴때 쥐불놀이 했던거 기억났어요!!! 풍습이 사라져간다는게 슬프네요ㅠ.ㅠ
답글
음..불장난은 딱 그때만!ㅎㅎ
사람들의 삶이 바뀌니 풍습도 바뀌어야죠.
도시 한가운데서 불장난을 하면... 소방관님한테....;;;;
달집 태우는 거 한 번 보고싶어요ㅠㅠ 지금까지 본 적이 없었다는..ㅠ
답글
한 번도 본 적 없으세요?
옛날에는 마을단위로 했었지만 지금은 여러 지자체에서 이맘때면 선전도 하는데...
기회가 없으셨나봅니다!
내년에는 꼭 볼 수 있길 빌어드릴게요^^
쥐불놀이 어릴땐 깡통 뚫어서 불넣고 신나게 돌렸는데 생각해보면 어린 아이들이 친구끼리 막 하기엔 위험할 수도 있었겠다는 생각이 들곤 하는 놀이같아용
답글
네. 그래서 동네 삼촌들이나 형누나(언니오빠)들이 데려가서 했죠. 저도 콧물 흘리면서 따라했던 기억이...ㅎㅎ;;
예전에 보름날 자면 눈썹 하얘진다는 ㅎㅎㅎ
말이있지요?
답글
혹시 진짜 밤 새셨나요?ㅎㅎ
이날 삼시충이 하늘에 올라 사람의 죄를 고해 바친다는 도교의 이야기를 아시나보군요.^^
이런 엣풍습이 아직까지 전해져 있다는 사실이 놀랍네요.
답글
이런 풍속들은 세계 곳곳에 남아있습니다.
크리스마스 트리도 사실은 이런 풍속 중의 하나였으니까요. 사람들이 그런 생각을 하지 않고 그냥 예쁜 장식이라 여기기 시작한 때는 역사로 보면 얼마 안됐죠.^^
어릴땐 쥐불놀이하는 영상도 텔레비전에서 많이 봤는데 이번엔 전염병때문인지 정월대보름인것도 까맣게 잊었다가 남쪽숲님 글 보고 생각났네요! 낼모래 새로 밥지을때 팥이랑 콩이라도 넣어먹어 지어야겠어요.^^
답글
오곡밥 맛있게 해드셨길...!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가 빨리 잡히길 기도해 봅니다.
비밀댓글입니다
답글
저는 파워블로거도 아니고
네이버 카페에서 제 글 링크를 억지로 공유하고 싶지는 않습니다.
광고는 하지 마세요~
한 해도 무탈하세요^^
답글
저녁노을님도 한 해 건강하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