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루 리마 공항에 비행기가 도착했다.
분주하게 짐을 내리고 입국신고를 하고는 화장실에 들어가서 단복으로 다들 갈아입었다.
환복하고 나와서 잠시 기다리니 코이카 사무소 코디선생님이 나와서 반겨주신다.
이틀...오늘까지 총 사흘동안 씻지를 못해서 머리가 떡졌는데 사진을 떡하니 잘도 찍었다.
카트에 짐을 싣고 주차장으로 가서 준비해 온 버스에 실었다.
기사아저씨가 많이 도와주셨는데...먼저 내리는 사람 짐을 가장 나중에 실었다.
나는 이걸 보고 홈스테이에 바로바로 내려주는 시스템인가보다라고 생각했다.
리마에 내릴 때부터 페루라는 동네는 다른사람을 도울준비가 잘 된 곳이다.
친절한 얼굴로 우리가 실수하더라도 자신들이 배려해가며 일을 진행하는 것이 보인다.
입국심사하는 사람도 내가 자신의 영어속도를 쫓아갈 수 없다는 걸 눈치채자 천천히 쉬운단어로 다시 말해주었다.
미국에서도 입국심사원이 친절했지만 시스템의 딱딱함이 좀 보였다면 이곳은 사람냄새가 확 풍기는 친절이었다는 것이 다르다.
버스를 타고 오는 동안은 와이파이를 통해서 가족과 지인들에게 소식을 전했다.
한국은 밤 11시쯤일텐데...다들 잘 준비를 하거나 자고 있을텐데....
그래도 톡은 부지런히들 보내고있었다. 그만큼 현지에 대한 불안이나 기대가 높다는 이야기일 것이다.
흥분되니까 말이다.
홈스테이 집근처에 있는 곳에서 핸드폰 유심칩을 사고 은행에 가서 통장을 개설했다.
통장은 실물은 없고 계좌만 트는 것인가보다. 카드는 주어지는데 종이통장은 없다.
내역을 보려면 수수료를 내야할텐데...
유심칩과 계좌를 트고 근처에 있는 음식점으로 가서 'Menu del dia'를 시켰다.
나는 소고기를 썰어놓은 리조또(?)를 시켰는데 생각보다 맛있어서 그릇을 싹싹 다비웠다.
너무 잠이 와서 좀 자고 나머지를 적어야겠다.
...저녁 먹으려고 일어나서 저녁 먹고 다시 적는다.
다시 버스를 타고는 4:30쯤 미라플로레스를 넘어서 나왔는데 집들이 우리 중산층 이상의 수준이다.
먼저 내리는 사람들을 보고 있는데 한 다섯살쯤 되는 여자아이가 짐을 내리러 간 여자단원 다ㅇ에게 폭 안겼다.
아. 이래서 여기 아이들을 좋아하는구나. 그러면서 경계가 허물어지는구나라고 생각했다.
아이가 나한테 와서 그렇게 하면 나도 경계심이 확 무너졌을 것이다.
사람들이 내리고 우리도 내렸는데 후안 아저씨가 대문에서 우리를 맞아주었다.
왼쪽 다리를 절고 있었는데 과거의 언젠가 사고가 있었던 것 같다. 부인이 안보였다.
짐을 내리고 홈스테이하는 방을 살펴보니 2층 방들 문에 우리 이름들이 붙어있었다.
짐을 방에 넣고 보니 한국에 있는 내가 서재로 쓰고 있는 방만 한 곳이다.
아늑하다.
짐을 정신없이 풀려고 준비하는데 후안 아저씨가 우리를 불렀다.
집 이곳저곳을 데리고 다니면서 설명해주시고 주의할 점을 이야기하고 자신에게 부탁할 것이 있으면 언제든 말하라고 당부했다.
우리는 각자 방에서 짐을 풀면서 순서대로 씻기로 했다.
나는 짐을 푸는 것이 먼저라는 생각이 들어서 제일 나중에 씻을 생각을 했다.
동생들을 먼저 씻게 하고 짐 정리를 했다.
내 방에 인터넷이 안 잡히는 것을 보고 후안 아저씨가 유선 랜선을 가지고 와서 인터넷을 연결해주었다.
이런 친절이라니!!
아무리 두 달을 있을 거라지만 이정도로 친절을 베풀 수 있는 것은 가족 밖에 없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래서 홈스테이 가족들을 현지 가족이라 이야기하는 거구나...
짐 정리를 하고 나니 잠이 너무 쏟아졌다.
잠깐 누워있는데 주ㅇ 선생이 들어와서 나를 깨운다.
폰에 무선인터넷이 안 잡히면 써보라면서 델킨 라우터를 들고 왔다.
내일은 자신이 들고가야 하지만 오늘은 빌려줄 수 있다고 했다.
정말 고맙다!! 서로 어려운 것을 보면 돕는 것은 참 좋은 것이다. 참 좋다!
5:30쯤 다시 너무 잠이 와서 잠시 누웠다. 눈만 감은 것 같은데 주ㅇ 선생이 문을 두드리고 들어온다.
7시란다. 저녁 먹을 시간이다.;;;;
그대로 정신을 잃듯 잠든 것 같다.
아래층으로 내려가니 불이 꺼져있다.
계단 옆에서 개가 짖는 소리가 났는데 알고 보니 이집에서 키우는 조그만 말티즈(?)다.
짖기는 정말 잘 짖는다.
후안 아저씨가 방에서 나오셔서 저녁 준비를 하고 앉으니 후안아저씨의 아들 미셸이 밖에서 들어온다.
22살 대학생이라고 한다.
저녁메뉴는 뽀요 앤 파파, 아로스를 먹었다. 쌀과 감자를 곁들인 닭고기 요리다.
아히라고 해서 약간 매운 소스가 있는데 점심 때 먹은 그 소스가 보여서 먹어보니 그것이 맞다.
다른 소스들도 있는데 알고보니 색이 조금 더 노란 것, 붉은 기가 도는 반투명한 것이 점점 더 센 아히였다.
페루의 음료 치차 모라다와 맥주 쿠스께냐, 코로나, 트루히요를 맛보여주었다. 우린 정말 맛만 봤다.
특히 쿠스케냐는 강한 보리맛이 정열적인 남미대륙의 맛을 보여주는 것 같아서 점점 더 좋아질 것 같다.
저녁을 먹으면서 영어와 스페인어를 동원해서 서로를 소개 하고, 스페인어로 질문하고 대답하는 연습을 한 것 같다.
밥 한끼 먹었을 뿐인데 말하는 것에 대한 부담이 정말 많이 확 줄었다.
아마 현지사무소에서는 이런 것을 노리고 홈스테이를 들이는 것이겠지?
그리고 후안 아저씨네도 이런 것을 훈련받고 생각하고 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이제 다시 방 정리를 조금 더 하고 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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