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체의 기본 자세는 차렷 자세다. 양발을 모으고 서서 등을 곧게 편다. 물론 등뼈가 곧다는 말은 아니다. 얼굴을 앞으로 향하고 팔꿉을 펴서 양팔을 몸에 자연스럽게 살짝 붙인다. 이 상태에서 손바닥을 앞으로 향한 자세가 의학에서 말하는 '기준 자세'이다. 이를 '해부학자세'라고 부른다. 이 자세에서는 아래팔의 노뼈와 자뼈가 평행한 상태가 되어 인체의 방향과 위치를 쉽게(?) 파악할 수 있다. 그런데 이 자세는 왠지 무방비 상태로 보인다. 우리는 작업을 할 때 그것이 어떤 종류의 일이든 대부분 팔꿉을 구부리고 있다. 이와 같은 자세를 취하고 있으면 손이 신체 가까이에 있게 되므로 작업하기 쉽기 때문이다.
팔꿉의 주된 역할은 구부리고 펴는 것이다. 단순히 구부린다고 표현했지만 팔꿉을 구부리는 방식에도 여러 종류가 있고 사용하는 근육도 서로 다르다.
팔꿉을 구부리는 운동을 가장 쉽게 이해할 수 있는 것은 알통을 만드는 동작이다. 알통을 만드는 것은 위팔두갈래근이라는 근육이다. 흔히 이두박근이라고 하거나 상완이두근이라고 부른다. 위팔의 (안쪽) 앞면에 있는 근육으로 어깨뼈의 두 지점에서 시작되어 위팔과 팔꿉의 앞면을 내려오다가 노뼈의 상부로 연결된다. 팔꿉을 구부리면 수축해 아래팔을 뒤치는 작용을 한다.
알통을 만들 때 누구나 무의식중에 취하는 한 가지 버릇이 있다. 손바닥을 반드시 자신을 바라보게 향하게 하는 것이다. 시험 삼아 손등을 자신 앞으로 향하게 해서 알통을 만들어 보자. 아마 힘이 잘 들어가지 않을 것이다. 게다가 알통을 만져보면 왠지 물렁물렁하니 긴장이 떨어졌다. 그러면 이제 그 반대로 손바닥이 자신을 향하게 해서 알통을 만들어 보자. 근육이 단단해지고 힘도 충분히 나올 것이다. 왜 일까?
위팔두갈래근(상완이두근)은 팔꿉을 구부리는 일만 하는 것이 아니다. 노뼈를 잡아당겨 팔꿉을 구부리면서 동시에 노뼈를 돌려서 아래팔의 뒤침을 일으킨다. 아래팔이 엎쳐질 때(손등을 자기 앞쪽으로 볼 때)는 위팔두갈래근이 늘어나기 때문에 힘이 충분히 나오지 않는 것이다.
아래팔을 뒤치는 동작(손바닥을 자기 앞으로)과 엎치는 동작(손등을 자기 앞으로) 중에 어느 쪽이 더 힘을 내기 좋을까? 오른손을 뒤쳐보자. 시계방향으로 움직이는 오른쪽 회전이 된다. 반대로 오른손을 엎치면 반시계방향으로 움직이는 왼쪽 회전이 된다. 직접 해보면 시계방향, 뒤치는 경우가 더 쉽게 힘을 낼 수 있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이는 근육이 뼈에 붙은 구조와 힘의 전달에 관련된 것이다.
흔히 동양무술에서 주먹을 지르거나 장을 내밀 때 엎치는 동작의 반시계방향으로 힘이 나아간다. 이것은 무엇 때문일까? 분명 위에서 시계방향으로 힘을 주는 것이 근육이 더 힘을 받는다고 배웠는데? 그것은 힘의 방향과 전사의 타점 집중에 대한 문제다.
지르기의 목적은 주먹이나 장, 지르고자 하는 내 몸의 일부가 상대의 중심을 향해야 그것이 온전히 닿고, 힘이 전달될 확률이 높다. 만약 시계방향으로 지른다면 그것은 상대가 내 몸 중심선의 바깥쪽에 서 있을 때이거나, 상대의 방어동작에 지르기가 막힐 확률이 높아진다. 내 몸 안에서 근육에 전달되는 힘은 시계방향일 때가 크지만(당길 때), 몸 밖으로 발산할 때(밀 때)는 반시계방향인 것이 전달확률이 더 크다는 것이 체득되어 전해진 것이다. 더 쉽게 말하면 상완이두근은 미는 것보다 당기는데 힘을 더 크게 내므로, 손의 방향으로 근육이 힘을 내는 방향을 잘 설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손의 뻗음과 힘의 전달, 전사에 대한 부분까지 설명을 하면 그 다음 설명할 아래팔의 상완근과 상완요골근, 그리고 더 위쪽의 어깨 근육과 관절까지 설명이 들어가야 하므로 지금은 생략한다.
아래팔을 엎치거나 뒤치는 근육은 아래팔에 몇 개가 있다. 그리고 위팔두갈래근이 특히 강력하게 아래팔의 뒤침을 일으킨다. 그 때문에 인간의 손은 엎치는 힘(밖으로 치는 힘)보다 뒤치는 힘(안으로 당기는 힘)이 훨씬 더 강한 것이다.
우리 주변에서 자주 사용하는 도구 중에는 뒤치는 힘의 세기와 관련된 것들이 있다. 나사나 병뚜껑을 살펴보자. 어느 쪽으로 돌려야 닫히는가? 시계방향, 즉 오른쪽으로 돌려야 닫힌다. 인간의 손은 물체에 접촉했을 때 오른쪽으로 회전하는 편이 힘을 더 쉽게 낼 수 있기 때문이다. 이것은 오른손잡이가 힘이 센 오른손으로 힘을 더 쉽게 낼 수 있는 뒤침 운동을 해서, 나사나 병뚜껑을 닫을 수 있도록 만들어져 있다는 뜻이다. 즉, 나사의 회전 방향은 위팔두갈래근의 작용에 의해 결정된 것이다.
[참고문헌]
내 몸 안의 숨겨진 비밀 해부학. 사카이 다츠오 지음 / 윤혜림 옮김.전나무숲.2019.
망진.팽청화 지음 / 이상룡, 김종석 옮김.청홍.2007
경혈지압 마사지 324.산차이원화 지음 / 김윤진 옮김.국일미디어.2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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