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으로 물체를 잡으려면 손가락의 움직임만으로는 부족하다. 그래서 손가락 끝에는 물체를 확실하게 잡기 위한 여러 가지 장치가 마련되어 있다. 고무장갑을 끼거나 손가락 끝에 반창고를 붙이면 요리를 할 때 칼로 재료를 썰거나, 책을 볼 때 책장을 넘기는 일이 둔하고 부자연스럽게 된다. 누구나 이런 경험들이 있을 것이다.
손끝의 피부는 온몸의 피부 중에서 특히 감각이 뛰어난 부분이다. 단지 민감하다고 좋은 건 아니어서 필요한 감각에는 민감하게, 방해가 되는 감각에는 둔하게 느끼도록 설계되었다.
촉각이란 '닿았다', '눌렀다'와 같은 가벼운 기계적 자극이다. 촉각의 민감한 정도를 측정하는 척도 중에 '거리를 두고 서로 떨어진 지점에 가해진 자극을 서로 다른 두 개의 점으로 느끼는 능력'이라는 것이 있다. 이 '자극을 구별할 수 있는 최소 거리'를 2점 식별역이라고 한다. 손가락 끝에서의 2점 식별역은 약 2~3mm로, 온몸의 피부 중에서 가장 작다. 얼굴의 피부에서는 5mm이상, 발의 피부에서는 10mm이상, 가슴이나 등의 피부에서는 30mm이상 자극이 떨어져 있지 않으면 그 두 점을 구분하기 어렵다. 손가락 끝으로 점자를 읽을 수 있는 것도 손가락 끝 피부의 2점식별력이 매우 작기 때문이다.
손가락의 촉각이라고 해서 반드시 모든 면에 민감한 것은 아니다. 촉각의 민감한 정도를 측정하는 또다른 척도로 '감지 가능한 힘의 크기'라는 것이 있다. 여기서 말하는 '감지 가능한 가장 작은 자극의 크기를 '문턱값'이라고 한다. 온몸에서 문턱값이 가작 장은 곳은 입술의 피부와 혀의 점막으로, 이곳에서는 5mg정도의 자극도 감지할 수가 있다. 손가락의 촉각은 가슴이나 팔의 피부와 거의 같은 수준인데 100mg정도의 힘이 아니면 느껴지지 않는다.
손가락 끝은 온도와 통증의 감각에 대해서도 민감한 편이 못된다. 온몸의 피부에는 따뜻함을 잘 느끼는 온점, 차가움을 잘 느끼는 냉점, 아픔을 잘 느끼는 통점이 분포되어 있다. 그런데 손가락 끝의 피부에는 냉점과 통점의 수가 매우 적다. 냉점은 코의 점막이나 가슴의 피부에 많이 분포되어 있다. 즉 차가워서는 안되는 곳들이다. 통점의 분포가 많은 곳은 아래팔이나 넓적다리 피부 등 평소에는 의복으로 보호되고 있는 부분이다. 손가락 끝은 냉기에 노출되거나 상처를 입기 쉬운 곳이다. 그래서 차가움과 아픔에 대한 감각이 둔하게 되어 있다. 대신 손가락 끝에는 온점이 매우 많다. 그 개수가 얼굴 피부의 온점의 개수와 맞먹을 정도다. 즉 손가락 끝은 열에 대해서는 민감한 편이라고 할 수 있다. 아마 뜨거운 물체를 접할 기회가 다른 곳보다 높기 때문일 것이다.
아마도 이후에 미인수를 설명할 때, 이 부분들을 더 자세히 말할 때가 있을 것 같다.
[참고문헌]
내 몸 안의 숨겨진 비밀 해부학. 사카이 다츠오 지음 / 윤혜림 옮김.전나무숲.2019.
망진.팽청화 지음 / 이상룡, 김종석 옮김.청홍.2007
경혈지압 마사지 324.산차이원화 지음 / 김윤진 옮김.국일미디어.2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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