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갑을 끼거나 손가락 끝에 반창고를 붙였을 때 물체를 잡기 어려운 데는 또 다른 이유가 있다. 손가락 끝이 쉽게 미끄러지기 때문이다.
손가락의 피부에는 가는 골과 융기가 다양한 모양을 이루고 있다. 이 문형을 지문이라고 한다. 지문은 사람마다 다른데다 연령에 따른 변형이 없기 때문에 개인을 식별하는 데 이용된다. 최근에는 거의 대부분의 휴대폰이 본인인증을 지문으로 하고 있다. 지문은 손바닥의 바닥쪽 피부에만 있고 손가락의 등쪽 피부에는 없다. 이런 피부의 문형은 손가락뿐만 아니라 손바닥과 발가락, 발바닥에도 있다. 손바닥에 있는 문형은 장문이라고 하고, 발가락과 발바닥에 있는 문형은 족문이라고 한다.
지문은 왜 있는 것일까? 지문을 만드는 골과 융기를 현미경으로 확대해보면 융기의 정상에 작은 구멍들이 나 있는 것이 보인다. 이것이 땀샘의 출구다. 여기에서 땀이 스며 나오고 그 땀은 마찰을 크게 만들어서 미끄럼을 방지하는 역할을 한다. 손가락의 피부가 바짝 말라있으면 쉽게 미끄러진다. 예를 들어 가지런히 포갠 종이를 몇십 장씩 세다보면 손가락 피부의 왁스와 수분이 말라 없어져 종이가 잘 넘어가지 않는다. 나이가 들면 손가락 피부의 분비능력이 떨어져서, 노인들이 돈을 세거나, 책장을 넘길 때 손가락에 침을 바르는 이유가 된다.
손바닥과 발바닥에 문형이 있고 거기에 미끄럼 방지를 위한 땀샘이 있는 것은 영장류만이 갖고 있는 특징이다. 원숭이류는 나무 위에서 생활하며 나뭇가지를 붙잡는 일이 많은데, 이 때 손바닥과 발바닥의 지문은 나뭇가지를 단단히 붙잡도록 하는 도구가 된다. 인간의 지문 역시 원숭이에서 인간으로 진화하면서 도구를 잡을 때 미끄러지지 않도록 돕는 역할을 했다.
손가락의 등쪽에 나있는 손톱은 사실 피부가 변해서 만들어진 것이다. 조금 딱딱하면서도 탄력이 있기 때문에 과거에는 손톱이 연골의 한 종류인 것으로 잘못 알려진 적도 있다. 그러나 손톱은 손가락의 뼈와는 전혀 관련이 없다. 손톱을 구성하는 주성분은 케라틴keratin이라고 하는 단백질인데, 표피의 세포가 만드는 단백질과 동일하다. 손톱은 손가락의 등쪽을 보강함으로써 손가락 끝으로 힘을 전달하여 손끝으로 물체를 잡을 수 있도록 돕는 역할을 한다.
청경이나 점경을 설명할 때 빠질 수 없는 것이 바로 지난 시간의 손가락의 감각과 이번 시간의 지문에 관한 부분들이다. 느끼지 못하면 잡지 못하고, 느껴도 잡지 못하면 소용이 없다. 청경은 몸의 어디에서나 발해야 하는 것이지만 손에서 시작하기 쉽고, 점경 또한 마찮가지지만 손이 아니면 연습이 어렵다. 유심히 살펴서 모자란 부분이 없도록 해야한다.
[참고문헌]
내 몸 안의 숨겨진 비밀 해부학. 사카이 다츠오 지음 / 윤혜림 옮김.전나무숲.2019.
망진.팽청화 지음 / 이상룡, 김종석 옮김.청홍.2007
경혈지압 마사지 324.산차이원화 지음 / 김윤진 옮김.국일미디어.2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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