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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다반사 La vida/생각 Pensamiento

[생각]악의 평범성

by 남쪽숲 2020. 6. 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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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소름끼치도록 두려움을 느낀 사건 두 가지가 오늘 오후에 있었다.

한 가지는 수업 중에 학생의 말과 행동이 도를 넘은 것이고

다른 한 가지는 학생 세 사람이 나를 성추행범으로 몰고갈수도 있었던 것이다.

 

수행평가에 참여를 하지 못해서 한 번 더 기회를 주었지만 주어진 기회를 스스로 짓밟아버리는....

수업 중에 두 다리를 책상 위로 올리고 노트북을 보는 학생.

자신의 인생을 스스로 포기한 사람을 동정하고 손을 내밀만큼 내 간이 크지는 않다.

살아보려 힘써 몸부림치는 사람에게야 한 손을 내밀어줄 마음이 생길 수도 있겠지만...

스스로를 죽이는 행동을 보는 것에서 혐오를 느꼈지만, 선생으로서의 책임감이 한 번 더 기회를 주도록 했다.

그럼에도 아무런 생각이 없이 자신을 죽이는 선택을 반복하는 것을 보면서 크게 실망하고 심력을 쓰게 됐다.

 

두 번째 사건은 여학생 셋이 지나가던 나와 어느 남학생의 인사를 보면서 시작됐다.

평소처럼 이름을 부르고 팔꿈치나 팔뚝을 손등으로 툭 치며 지나가려던 것이 빗나가서 엉덩이쪽 옷을 스쳤다. 

그것을 본 여학생들이 나를 보고 엉덩이를 만졌다며 성추행으로 몰아가려했다.

물론 나와 남학생은 별 아무렇지도 않은 얼굴이었는데, 여학생들의 말이 우리를 몰아가자 둘 다 얼굴이 붉어졌다.

당황해서 아니라고, 평소처럼 인사하려던 것이라고 이야기는 하고 지나왔는데,

성추행으로 몰아가려던 그 셋의 멀쩡한 얼굴을 잊을 수가 없다.

아무 거리낌 없이 남을 모함하고, 남의 인생을 파멸시키려 몰아가려던 그 눈빛과 얼굴은 오래도록 기억에 남을 것 같다. 

 

심력을 써서 진이 빠진채로 하루가 지나간다.

남을 찌르는 말을 하는 사람은 학생만 있는 것이 아니다. 누구든 그럴 수 있다.

나조차도 그럴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되도록이면 말을 아끼고, 스스로를 돌아보면서 지내건만....

 

평온한 얼굴로 남을 찌르는 말을 하는 사람을 어떻게 해야할까?

자신의 궁금증을 채우기 위함만으로 사생활을 들추어내거나, 남을 곤란하게 하거나, 정도를 벗어난 말을 한다.

이미 자신들의 악함을 인지하고 그쳐야하는 것 아닌가 하고 의구심을 가진 사람도 있지만 그칠줄을 모른다.

그들의 결론은 니가 자초하는 일 아니냐, 니 탓도 있다 라는 입장으로 보인다.

악의 평범성은 여기서 나온다. 

자신이 하는 말과 행동이 그 대상에게 어떤 영향을 주는 것인지 생각하지 않는 사람은 '악'을 행할 수 있다.

아니. 이미 악을 행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자각하면서도 그짓을 그치지 않는다.

역치는 계속 올라가 끝내 자신의 악함을 인정하지 않게 된다.

상대의 약함(?)이나 반항하지 않음을 핑게삼는다.

자신의 감정이 상하는 것, 자신을 빈정상하게 한 상대가 나쁜 것이라는 생각이 뇌리를 차지하면, 이미 끝이다.


나는 그런 사람들을 이미 많이 봐 온 편이다.

그래서 되도록 그런 이를 피하려고 노력한다.

아마 내가 피할 수 없다면 어떻게든 힘써 내 근처에서 치워버리려는 사고회로가 돌아갈 것이다.

그렇게 될 정도까지의 상황이 벌어지지 않기를 빌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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