Ⅰ. 서론 – 발효식품(장류)의 선택 이유
전통적인 된장, 간장은 두 가지 장 같지만 사실은 하나이다. 이 두 가지 장이 콩으로 쑨 ‘메주’라는 하나의 재료에서 나온다는 사실을 모를 때는, 각각이 따로 제조법이 있는 줄로만 알았다. 그 뒤 개량된 방법이 나왔다는 것을 알았을 때는 더욱 더 놀랐다.
발효식품을 공부하면 공부할수록 내게 더 매력있게 다가오는 것이 이 ‘장’류 발효식품이다. 나는 그 중에서도 콩이 재료인 ‘두장류’가 참 좋다. 원재료인 ‘콩’의 원산지가 한반도로 추정된다는 것에서부터, 콩을 푹 삶아 메주를 쑤어서 ‘짚’으로 만든 끈에 묶어 달아놓는 것, 잘 만들어진 메주를 넣는 ‘소금물’의 농도를 맞추는 전통적인 방법을 알았을 때의 감탄, ‘고추와 숯, 대추’ 등을 넣는 이유까지 모두가 내게 매력적이다. 인간이 왜 발효식품으로 장을 만들어 섭취하는지를 알게 된 이후로 더욱 더 관심이 갔다. 장은 발효를 통해 맛과 향을 내는 것 뿐만 아니라 여러 미생물을 통해 사람에게 유익한 물질을 생성해 공급하기 위해 만드는 것이다.
간장, 된장은 김치와 함께 우리 식탁에 거의 매일 오르는 발효식품이다. 그만큼 우리 식생활에 중요한 발효식품이다. 이 발효식품의 제조방법을 알아보고, 발효식품의 특성과 가치를 살펴보도록 하겠다.
Ⅱ. 본론
1. 발효식품(장류)의 제조
간장, 된장의 제조는 메주의 제조부터 시작된다. 메주는 재래식과 개량식의 두 가지 방법이 있다. 대두를 잘 정선하여 세척하고 12시간 동안 수침하여 불린다. 120~130°C의 증기로 40~50분, 혹은 100°C에서 2~3시간 삶고 40°C로 냉각시킨다. 여기서부터 재래식 메주와 개량식 메주의 제조법이 갈라진다.
재래식 메주는 냉각시킨 메주를 마쇄한 후 사각, 구형 틀에 넣어 형태를 잡고 2~3일간 건조한다. 세균은 마쇄 과정에서 혼합되어 내부에서 번식하고, 곰팡이는 건조과정에서 공기로부터 유입되어 표면에서 번식한다. 이후 건조한 메주를 1개월 이상 발효하는데 전통적인 메주 제조시기가 음력 10~11월이므로 겨울동안 따뜻한 방에 매달아서 발효한다. 이때 공기 중에 존재하는 미생물, 짚에 있는 미생물이 메주 표면에서 번식하고 대두가 파쇄되는 과정에서 유입된다. 이후 봄이 가까워지면 짚을 풀어 큰 메주는 반으로 짜개고, 작은 메주는 그대로 쌓아 방 안에서 좀 더 띄운다. 봄이 되면 메주를 햇볕에서 건조해서 다 띄워진 메주를 포장하여 장을 담을 때까지 보관하도록 한다.
개량식 메주는 코지(koji)라고 부르는데, 앞서 재래식 메주의 전 단계처럼 냉각까지 익은 콩에 Aspergillus oryzae균을 살포한다. 대두 온도를 35°C로 두고 1kg당 2g을 살포한다. 살포한 Aspergillus oryzae균을 번식시키는 것을 ‘제국(製麴)’이라고 한다. 이 때 번식하는 과정에서 열이 발생하기 때문에 제국실의 온도를 20°C로 유지해야 균이 번식하는 대두 온도가 30°C가 유지될 수 있다. 약 3일(60시간)동안 번식시킨다. 이후 번식이 완료된 코지는 40°C에서 18~20시간동안 수분 함량 10%정도로 건조하여 사각형 성형, 분쇄, 마쇄 등의 방법으로 포장한다.
메주가 준비되면 장류를 제조할 수 있다. 간장, 된장도 제조 방법이 재래식과 개량식으로 나뉜다. 여기서 간장과 된장 제조 방법을 따로 설명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둘은 한 항아리에서 발효, 숙성 되어 분리해서 사용하므로 그 과정을 잘 알았으면 좋겠다.
재래식 제조 방법의 시작은 메주, 항아리, 소금물을 준비하는 것이다. 메주는 표면의 이물질과 과도한 곰팡이를 씻어 말려두고, 항아리는 세척하여 짚을 태워 소독해 둔다. 소금물은 농도를 맞춰 만들어 두는데 1월은 16~18%, 3월은 18~20%정도다. 소금물에 계란을 띄워보면 500원짜리 동전 만큼 물 위로 솟아 오른 것을 볼 수 있다. 소금물은 제조할 때 메주 1: 소금 1: 물4의 부피 비율을 생각하면 된다. 소금물을 여과해서 불순물을 제거한 후, 항아리에 메주, 소금물, 숯과 붉은 통고추, 대추 등과 함께 담근다. 메주가 너무 많이 뜨기도 하므로 누를거리를 두거나 소금을 뿌려둔다. 밤과 흐린 날은 뚜껑을 닫아 두고, 햇볕이 좋은 날은 뚜껑을 열어 두어 산막이 생기지 않도록 밖에서 발효를 시킨다. 빗물이나 벌레가 들어가지 않도록 방충망을 씌우거나 특별히 제작된 뚜껑을 씌워 둔다. 이 상태로 1월에 담근 장은 3개월, 3월에 담근 장은 50~60일 발효시킨다.
재래식 간장과 된장의 구분은 액즙을 분리하는 것에서 시작된다. 메주가 부스러지지 않도록 하는 것이 좋다. 분리한 액즙은 날간장이라고 하고, 이것을 가마솥에서 10~20분정도 약한 불로 달이면 미생물이 사멸하고 효소가 불활성화 되어 저장성을 높이고 풍미를 좋게 한다. 이때 부유하는 단백질 응고물은 건져내어 간장을 맑게 하면 좋다. 달인 액즙은 냉각하여 항아리에 옮겨 숙성한다. 필요한 경우에는 여과해서 포장한다.
재래식 된장은 액즙을 분리하고 메주 잔여물을 회수하여 손으로 마쇄한다. 짠맛이 적당하도록 소금을 더 첨가하거나, 구수한 맛이 나도록 메주가루를 적당량 혼합하여 공기가 중간에 들지 않도록 항아리에 가득 담는다. 사이사이에 공기가 있으면 부패할 수 있으므로 주의해야 한다. 가장 위 표면에는 잡균이 번식하지 않도록 소금을 넉넉히 뿌려 채운다. 항아리 뚜껑을 닫고 숙성하면 된다.
개량식 장류는 간장, 된장 제조법이 나뉜다. 대두나 탈지대두(기름을 뺀 콩)를 준비하는 것은 같으나 이후과정에서 차이를 보인다.
개량식 간장은 탈지대두에 1.2~1.3배의 물을 뿌리고 100°C에서 30~35분간 쪄서 식힌다음, 밀을 볶아 냉각하여 할쇄한 것을 혼합한다. 이때 밀의 양은 탈지대두의 10~30%정도이다. 혼합한 뒤 종균을 살포하여 제국실에서 번식시킨다. 수분함량을 유지한채, 입국후 11시간동안 26~27°C, 차츰 온도를 높여 12시간 동안 30°C를 유지하면서 온도를 변화시키며 2번 뒤집어준다. 국균이 충분히 번식한 후에 온도를 25°C로 낮추면 단백질 분해효소가 생성된다. 42~48시간을 경과하면 간장제조용 개량식 메주(코지)가 만들어진다. 19~19.5보메(°B’e)의 소금물을 재료 부피의 1.1~1.2배정도 준비해서 만들어진 코지에 부어 혼합하고 발효탱크에서 발효시킨다. 20일간은 부패미생물이 번식하지 못하도록 20°C로 낮은 온도를 유지하고, 20일 후 온도를 27~28°C로 올려 약 2개월 숙성한다. 이후 압착하여 박을 분리하면 생간장이 생산된다. 간장의 맛, 색, 성분을 조절하기 위해 설탕, 포도당, 과당, 물엿, 캐러멜 등을 첨가, 혼합하고 80°C이상으로 가열하여 미생물을 사멸시킨다. 이때 냉각하기 전 파라-하이드록시 부틸 안식향산을 가성소다에 용해하여 첨가하기도 한다. 이후 6~7일간 냉각하여 응고물을 제거하고 저장성을 높이기 위해 주정을 첨가하기도 한다. 여과기로 여과하여 미세 응고물을 제거한 후 저장 혹은 포장하는 것까지가 개량식 간장을 만드는 방법이다.
개량식 된장은 대두나 탈지대두를 정선, 세척한 후 수침하여 불린다. 수분을 흡수한 대두나 탈지대두를 증자하고 냉각시킨다. 소맥분을 증자하여 종균을 접종하여 제국하여 코지를 만든다. 증자한 대두 혹은 탈지대두를 코지, 소금, 물과 함께 혼합,마쇄하여 발효탱크에 넣는다. 비율은 차례대로 100 : 60 : 16 : 10 정도이다. 발효탱크에서 25~30°C로 2개월간 숙성하여 단백질이 분해되어 아미노태질소가 충분히 형성되는 시기에 숙성을 완료한다. 살균 후 저장 혹은 포장한다. 저장 전 살균하는 이유는 된장에는 각종 미생물과 효소가 살아있는 상태로 존재하기 때문이다.
2. 발효식품(장류)의 특성
발효식품의 특징은 미생물과 그 미생물이 생산하는 성분에 있다.
재래식 간장에서는 메주의 미생물과 제조환경에서 오염된 미생물을 볼 수 있는데, 숙성과정에서 순성 전에 호기성 세균(Bacillus, Sarcina 등)이 번식하는 것을 볼 수 있고, 숙성 초기 내염성 젖산균(Pediococcus halophilus, Lactobacillus plantarum, Leuconostoc mesenteroides, Lactobacillus casei)이, 숙성 후기에 내염성 효모(Saccharomyces rouxii, Saccharomyces acidifaciens, Torulopsis dattila)가 번식한다. 달인 이후에는 젖산균과 효모는 모두 사라지고 호기성 세균 중 Bacillus만 생존한다. 개량식 간장의 미생물은 코지균이 대부분이고, 효모와 젖산균도 제조과정에서 오염되어 존재한다.
간장은 유리아미노산(아미노태질소)에 의한 구수한 맛, 당질에 의한 단맛, 소금에 의한 짠맛, 유기산에 의한 맛이 어우려져서 특징적인 맛을 형성한다. 재래식 간장과 개량식 간장의 유기산은 비휘발성 지방산 함량에서는 큰 차이가 없으나, 휘발성 지방산 함량에서 차이가 있다. 개량식 간장의 휘발성 지방산 함량이 재래식 간장보다 훨씬 많다. 휘발성 지방산 함량을 볼 때 재래식 간장은 고린내의 원인인 butyric acid가 가장 많고, 개량식 간장은 acetic acid가 가장 많다. 비휘발성 지방산은 Lactic acid, succinic acid, glycolic acid 등의 함량이 높으며, Lactic acid가 대부분을 차지한다.
재래식 된장의 미생물 분포는 재래식 메주의 내염성 미생물들이다. 보통 Bacillus, Mucor, Penicillium 등이 주종이다. 개량식 된장의 미생물은 코지를 만들 때 살포하는 Aspergillus oryzae가 대부분이지만 제조과정 중에 오염된 내염성 효모, 젖산균도 소량 존재한다. 재래식 간장과 함께 발효되었기 때문에 그 조성비는 조금씩 차이가 나겠지만, 비슷한 성분들이 존재한다.
된장의 맛은 간장과 비슷하게 유리아미노산, peptide, 당질, 산 등이 관여한다. 재래식 된장은 간장을 제조한 부산물이 주원료이므로 간장 제조 시 메주성분이 충분히 추출되면 간장맛이 좋은 대신 된장은 맛이 없을 수 있다. 된장의 아미노산 중 약 1/3이 유리상태로 존재하는데 유리아미노산의 양태는 재래식 된장과 개량식 된장이 유사하다.
3. 발효식품(장류)의 가치
발효식품(장류)의 가장 기본적인 가치는 조미식품으로서 국과 반찬의 맛을 내고, 밥이나 채소류를 날로 먹을 때 양념이 된다는 것이다. 그 외에도 음식의 색깔을 내고, 맛있겠다고 느끼는 향을 입히는 것이 발효식품인 간장, 된장이 가지는 가치이다.
의학적으로 사용될 수 있는 가치도 있다. 재래식 간장에서 형성되는 암갈색 색소는 곰팡이 독소의 일종인 아플라톡신에 대한 항돌연변이 기능이 우수하고, 항산화기능이 뛰어나며, 간암 세포를 선택적으로 사멸시키고, interferon 생산을 증가하여 virus에 대한 저항성을 증가시킨다.
영양학적으로도 가치가 높다. 된장의 단백질은 소화율이 85% 이상으로 매우 높고, 쌀의 제한아미노산인 lysine 함량이 높으며 필수지방산인 linoleic acid와 linolenic acid가 지방산의 53% 8%이다. 다만 된장이 영양적으로 우수하지만, 맛을 더해주는, 조미식품이기 때문에 섭취량이 많지 않아서 사람에게 영양을 공급하는 양이 크지 않다는 점이 아쉽다. 콩의 기능성 물질인 이소플라본(isoflavon)은 된장에서 배당체가 가수분해된 aglycon의 형태로 존재하기 때문에 원료 콩의 이소플라본 배당체보다 흡수 및 생체 이용성이 우수하다고 인정되고 있다.
Ⅲ. 결론
이 글을 통해 발효식품의 제조방법, 특성, 가치에 대해서 살펴보았다. 먼저 제조방법을 살펴보면서 발효식품의 원료와 만들어지는 동안 들어가는 노력과 방법들을 알게되었다. 장류가 가지는 고유의 특성과 식품적, 의학적, 영양학적 가치들을 살펴보면서 실제 삶에서 앞으로 어떻게 이용할 수 있을지에 대한 고민들을 하게 된다.
앞으로 더 많은 농축산식품을 구분하고, 제조방법과 특성, 가치를 알아가는 하는 과정에서 이것들을 유용하게 사용할 수 있는 방법들을 찾도록 노력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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