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수업시간에 가르쳐야 하는 것 외에 진짜 가르쳐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은 수업시간과 그 외 시간 짬을 내어 가르치고 있다.
'사유하고 비판하고 저항하는 힘'을 기르도록 하는 것은 내게도 큰 위험이 된다.
환경의 저항이 나를 향해 달음질 할 수 밖에 없다.
자신의 권리와 권위에 도전하는 학생들이 절차를 무시했다는 이유를 들어 내게 그 책임을 물어왔을 때
나는 있는 그대로 수용했다.
학생들이 그렇게 말했는가만 확인하고 '그렇다. 내가 그렇게 말하고 그리하라 했다'고 했다.
도서관을 자꾸 어지르고 가는 학생들과 청소를 힘들게 해야만 하는 자신들의 입장을
전날 도서관에서 학생들을 관리했던 자신을 거치지 않고 교장선생님에게 곧바로 전달했다고 아이들이 야단을 맞았다.
그리고 동료인 내게 따져왔다.
'학생들 말로는 당신이 이렇게 말했다는데 아이들에게 뭐라고 이야기했느냐'
질문을 들었을 때 이미 학생들이 야단을 맞았다는 걸 직감적으로 알았다.
아니라고 말하면 학생들을 또 혼낼 것이 아닌가.
맞다고 했다. 내가 그렇게 말했다.
의도는 조금 엇나갔지만 그 말들이 내가 한 말들인 것은 맞으니까.
곧바로 교장선생님을 찾아가지 않고 자신에게 찾아가서 이야기했다면 과연 그 사람은 아이들의 이야기를 들어줬을까?
사실 이런 장면들이 순간순간 일어난다.
선생들이 모르는 순간에도 아이들은 자신들의 사유를 넓혀간다.
다만 인정하지 않고 있을 뿐이다.
사유가 넓어지면 그만큼 현실과 책임을 알도록 하는 것도 중요하다.
'파도에 뛰어드는 법' 뿐 아니라 '소나기를 피하는 법'도 가르쳐야 하지만 시간이 모자랄 것 같다.
수업의 지겨움마저도 공부다.
인생의 따분함을 참아내는 것은 인간의 숙명이기 때문이다.
그 속에서 자신만의 의미를 찾아갈 수 있는 힘을 갖도록 하는 것이 교육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과연 그런 날이 올 수 있을까 하고 생각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사람들의 생각이 조금씩 변해오고 있음을 느껴서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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