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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다반사 La vida

[생각](중학생)부모님들께 드리는 글

by 남쪽숲 2023. 10.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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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주신 설문글을 받고 나서 생각이 나 글을 씁니다.
모두가 동의한 질문인지, 동의한 모임 형식인지 확실하지 않지만, 글을 보고 개인적으로 불편한 마음을 안았음에도, 드리고 싶은 말이 있어 글을 씁니다.

 조선시대 과거시험 최종답안지를 보면 글에 나오는 관용구가 있습니다. "도끼로 머리를 찍혀 죽을 각오로 글을 씁니다."입니다. 그러니 저는 학교를 나갈 각오로 말씀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어찌 이익을 먼저 말씀하십니까? "우리 아이는.."이라는 말로 처음 학교에 올 때의 생각과 철학은 사라지고, 조각난 지식들만 가져가게 하고 싶으십니까? 저는 아이들이 조각난 지식들을 모아가는 모습을 공교육의 현장에서 끔찍하게도 자주 보아 익숙하기는 합니다.
 학교는 인(사랑)과 의(공의)를 배우는 곳입니다. 학생의 성품이 길러지고 지식을 찾고 연결해 자기것으로 구성하는 과정은 최종적으로 그것을 살아가기 위함입니다. 아이들이 자기이익이 되는 것을 먼저 배운다면 그 '은혜'를 부모님께는 어찌 갚을지 예상하지 못하십니까? 무엇이 먼저라는 것을, 지금 우리아이가 어떤 정도의 성숙과 성장, 발달을 거치고 있는지 다시 한 번 살펴봐 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이러한 이익에 대한 이야기가 나쁘다거나 필요없다는 것이 아닙니다. 부모님들이 바라는 이익이란 경제적인 이익에 대한 이익이 아닌 자녀와의 관계, 자녀가 좋은 것을 받았으면 좋겠다는 이익이기 때문이고, 학교의 이익이란 학생의 변화에 대한 것이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학교가 인의를 가르치는 곳이라는 점을 잊지 않으셨으면 합니다. 저는 간디학교가 그 본질을 잃는 순간부터 세계 어디서든 볼 수 있는 평범한 부품 생산 공장이 될 뿐이라고 생각합니다.
 저희 교사들에게 요구하는 바, 학교에 요구하는 바들은 각자의 욕망과 생각들이 비춰질 겁니다. 물론 나쁜 의도나 생각이 아니겠지요. 하지만 황금알을 낳는 거위의 배를 가른다고 해서, 때가 차지도 않았는데, 황금알이 나올리는 없습니다. 그럼 무엇이 나옵니까? 뱃속에 남은 똥만 보게 될 것입니다. 거위는 생명을 잃어 황금알을 가질 기회 또한 다시는 얻을 수 없습니다. 후대, 미래가 사라집니다. 얻은 것 없이 더러움만 덮어쓴 꼴이 되고 맙니다. 정말 그렇게 하고 싶으신 겁니까그것을 보는 아이들조차도 존중과 인내를 배우지 못하는 것을 보고싶으십니까?
 저는 아닙니다. 우리 아이들의 가능성을 보고 있기에 저 나름대로 선생님들과 함께 인내를 가르치고, 함께 살아가며 성장하도록 가진바 모든 것을 총동원해서 독려하려고 했습니다. 때로는 부모가, 아이와 척질까봐, 쓰지 못하는 훈육방법을 쓰기도 합니다. 부모가 아무리 똑똑하고 인격이 높아도 교사에게 대신 자녀를 맡기는 이유가 이것이지 않습니까? 교사는 학생과 척을 져도, 교사에게 얻을 것이 있다면, 학생이 다시 다가오지만, 학생이 부모와 감정이 상하면 함께 생활하며 관계를 되돌리기 어렵기 때문입니다. 부모가 집에서 교사 핑게를 대더라도 자녀와 서로 감정이 상하지 않도록 하셔야 한다는 생각으로 이자리에 있었습니다. 그래서 자녀가 집에 하는 말에 대해 학교에서는 뭐라하거나 별다른 반응을 하지 않는 것입니다.
 자녀에 대해 황금알의 욕심을 보이시면 저같은 이에게는 신뢰를 잃습니다. 저는 학부모의 신뢰가 없으면 떠나갈 수 밖에 없습니다.
저희가 받는 대우에 대해 대략 아신다 들었습니다. 그렇다면 묻고 싶습니다. 과연 제가 말씀드린 내용을 말하는 정도 수준의 사람들이, 이런 주변 환경에서, 이정도 퍼포먼스를 내는 것이 정상적인 결과라고 생각하십니까? 저희를 게으르다고 표현한 것이 과연 맞는 말인 것 같으신지 묻고 싶습니다. 이런 불신의 자리가 아닌 함께 바라볼 질문꺼리로 함께 이야기할 수 있는 자리였다면 좋았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합니다. 분명 학부모 연수는 그런 자리를 위한 취지였다고 들었는데 이번은 그렇지 않은 듯 합니다.
앞에서 이렇게 말씀드리는 이유는 학생들에게 제가 아직 선생이기 때문입니다. 이런 자리가 있을 때는,  상황을 가려서, 상대에게 자기를 표현해야한다고 우리 아이들에게 가르쳤기 때문입니다.
 자유와 자율은 책임에서 나오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자유는 아이들이 자기 마음가는 대로 하는 것이 아닙니다. 타인의 자유를 침해하지 않고, 학교라는 공동체에서 함께 살아가면서, 배우고 익힌 것들을 통해 스스로 자유로워지는 법을 알게 된다고 생각합니다. 한 평 방에 세 식구가 엉겨 살면서도 행복하다 생각한 이중섭과 백평이 넘는 저택에 살면서 답답하다고 느낀다는 어느 연예인의 모습을 생각해봅니다. 스스로의 삶에 대한 책임, 타인의 자유를 침해하지 않는 것에 대한 것들은 아직 그런 것이 익숙하지 않은 학생들에게 어려울 수 있습니다. 그래서 교사는 서로 침해하지 않도록 안내하고 조율하려 노력합니다.
 책임활동에 대한 내용에서 학교에서 관례로 시행하고 있는 학생에게 감정 섞인 비난이나 취조하는 방식, 죄인다스리듯 엄벌로 통제하는 방식에 대해서 이야기를 하셨습니다. 감정 섞인 비난에 대한 것은 실제로 그렇지 않더라도 받아들이는 학생의 입장에서는 감정, 비난 등의 표현으로 느낄 수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취조하는 방식에 대해서도 잘못을 한 입장에서는 교사와 대면한 상황에서는 자신을 취조한다고 느낄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렇다면 어떻게 하는 것이 문제를 해결하고 관계를 회복할 수 있는 방법이 될 수 있을까요?
 여러 문제 상황들에서 학부모님들은 교사가 어떻게 행동하시길 원하시는지 궁금합니다. 지금까지 학교에서 교사 혹은 교사들의 판단에 의해 행동한 것들을 자녀들의 입장에서 들어오셨을 것입니다. 학생들 사이의 갈등이 공동체에 영향을 미칠 정도가 됐을 때 교사는 학생에게 어떻게 접근해야 할까요? 교사에게까지 게임이나 인터넷에서 듣고 나눈 말들로 함부로 말하고 행동하는 학생에게 어떻게 반응해야 할까요? 어린양을 부리며 (자기 행동에 책임을 지는) 어른이 되지 않겠다고 날뛰는 학생은 어떻게 할까요? 자기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자기 생각과 다르다고 울부짖는 학생을 어떻게 할까요? 함께 하는 활동 혹은 기본적인 생활습관을 배우는 과정에서 자기 감정을 주변에 함부로 휘두르는 아이에게 어떻게 지도를 해야하는가요? 항상 부드럽게 타이르면 과연 진정이 될까요? 교사의 높은 역량을 바라는 이유가 이런 때를 위해서가 아닐까요? 이럴 때 감정통제와 상황이해, 문제해결역량, 공동체역량 같은 것들이 요구됩니다. 여러분들 시각에 과연, 선생님들이 역량들을 어느정도나 쓰고 있다고 보이는지 궁금합니다.
 가져온 서울신문 기사를 보면, 자기 행동과 타인의 기분을 돌아보기 위한 시간과 기회를 갖는 것은 교육적으로 중요합니다. 하지만 반성문과 성찰하는 글쓰기라는 말을 구분하는 것은 말 만들기라는 생각이 듭니다. 반성문이라는 단어가 이미 되돌려 성찰하는 글이라는 뜻이기 때문입니다. 아마 예전에 글로 쓰게 한 반성문이 형식적이었다는 것을 나타내고 싶었을 것입니다.
 그것과는 별개로 책임활동에서 공동체에 대한 책임을 배워야 함을 잊지 않았으면 합니다. 개인의 반성에 대해서는 반성문이든 다른 방법이든 성찰의 기회가 있는 것이 성장에 대한 도움이 되지만, 공동체에서는 책임지는 것에 대한 배움이 있어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타인의 자유에 대해 생각할 경험을 잃게 되는 것이지요.
 교육을 자본주의의 시각으로 본다면 투입한만큼의 결과를 절대 볼 수 없을 것입니다. 교육은 투자가 아니라 기르고 가르쳐 생명을 이어가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교사는 장사치처럼 생각하지 않으려 노력합니다. 선생이 궁핍하면 학생과 학부모가 고달픈 법입니다. 잘 생각해보셨으면 좋겠습니다. 과연 교육을 어떤 관점에서 접근하는 것이 학부모로서 아이들에게 인의를 가르칠 수 있는지 생각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학교상황 공유에 대한 건은 학교에서 일어난 문제들에 대한 상황공유와 신임교사 채용에 대한 권한을 아이들(학부모들)에게 달라는 내용으로 이해했습니다. 교원채용은 교사회가 협의를 거쳐 하고 있고 인턴제를 실행하는 중입니다. 경력교사 채용에 대한 건도 교사회의 협의를 거칩니다. 학부모가 신임교사 채용에 대한 권한을 가지고 싶다면 그들의 대우에 대해서도 책임을 질 생각을 하고 있다고 받아들여도 좋은지 확인하고 싶습니다. 학생의 거취에 대해서는 학생의 사생활과 가정사, 어떻게 변할지 모르는 거취, 부끄러움 등을 생각한다면 그에 대한 모든 내용을 어찌 관련이 적은 모두에게 다 밝힐 수  있겠습니까. 학부모님들에 대한 것도 마찮가지입니다.
 저는 지금 이순간이 불편하고, 여러분도 제가 좀 불편하실테니 잠시 이 자리를 떠서 흥분을 앉히도록 하겠습니다.
이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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