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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다반사 La vida/일상 Ordinarios

[지리산일기]얽힌 실타래를 풀어가며

by 남쪽숲 2022. 11.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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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 지난주에 1학년 학생들에게 안내한,
야간자습이 끝나고 목이 마른 사람들은
급식실에 들렀다 가지 말고 기숙사 정수기를 이용하라고 안내한 것에서,
또다른 공격이 내게 있을 것이라고 예상한다.

그 지도 내용이 자신들 행사에 거리낌을 주기 때문일 것이다.
지금까지 자기들끼리 불꺼진 급식실에서 5~15분 정도 여러가지 행동들을 해왔을텐데
그것이 막혔으니까.
여러 공격을 예상하고 막을 수 없음을 알고도,
담임으로서는 이 모습을 알고도 그냥 둘 수 없다.

다른 학생들을 바르게 지키기 위해서라도 그런 퍼포먼스를 보여야 한다.
그런 모습들에 아무도 손대지 않는다는 모습을 보이고
그것이 보편화된다면 학교가 지금보다 더 어지러워질 것이기 때문이다.

그 어지러움을 만들어가는 존재들이,
정작 학교의 질서가 어지러워지고 그것에서 자신들이 불이익을 얻자
문제에 대해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며 학교를 욕하고 비난해왔다.
왜 후배가 선배들을 무시하도록 놔두냐고?
그렇게 만든 것이 누구던가?
자신들이 만든 현실을 보지 않는 것인가?

안타깝고 아쉽고 화가 나도 어쩔 수 없다.
나는 선생이다.
내탓이 아닌 것으로 아래위로 욕을 먹고 일부 동료의 눈총을 받으면서도
어지러운 것을 정리하고, 시대의 표준을 보여주어 성장하게 해야하는 것이 선생이다.

문제를 해결하고자 하는 이에게 힘이 돼주는 사람이 없고,
함께 욕을 먹어도 해결하려 들기보다는, 문제에 침묵하거나,
해결하려는 사람을 비난하는 쪽에 같이 서려 들고,
다들 엮일까봐 두렵다며 피하기만 하는 이때에...
나는 어떤 판단과 결정들을 내리고 책임질 것인가.

그래. 도망쳐야한다면 다 버리고 도망쳐야지.
그런데 아직은 아니다. 아직 남았다.
그때까지는 버텨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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